6일 만에 100만부 돌파 한강 효과…전무후무 판매량에 ‘즐거운 비명’

반진욱 매경이코노미 기자(halfnuk@mk.co.kr) 2024. 10. 31.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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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한강과 ‘텍스트힙’이 만나다 [스페셜리포트]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알려진 후 한 작가 책은 모조리 팔려 나갔다. 현재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연일 생산을 늘리고 있다. (매경DB)
서점가는 ‘한강’이 휩쓸고 있다. 주요 서점 집계에 따르면 10월 16일 오전 9시 기준 종이책만 103만2000부가 판매됐다. 온라인 기준으로 이들 3사의 시장점유율은 90% 가까이 된다. 서점별로는 예스24가 43만2000부, 교보문고가 36만부, 알라딘이 24만부를 판매했다. 전자책은 최소 7만부 이상 팔린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에 따라 종이책과 전자책을 합치면 110만부가 판매된 것으로 보인다. 책별로는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작별하지 않는다’가 많이 팔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례없는 속도다. 수상 결과가 나온 10월 10일 직후 대형 서점 사이트가 마비된 데 이어 반나절 만에 13만부가 넘게 판매됐다. 하루가 지나지 않아 한강의 시와 소설은 30만부가 팔렸다. 주말(10월 12~13일)을 지나면서 더욱 속도가 붙기 시작해 14일에는 80만부를 돌파했고, 15일에는 97만부, 16일에는 100만부를 돌파했다.

출간이나 수상 후 이처럼 빠른 속도로 판매량이 증가한 건 출판계에서 보기 드문 현상이다.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지은 베스트셀러 ‘1Q84’가 출간 두 달여 만에 60만부를 돌파하면서 파죽지세의 기세를 이어간 적이 있지만, 100만부를 돌파하기까지는 8개월이 걸렸다. 올해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세이노의 가르침’도 100만부를 판매하는 데 1년 4개월이 걸렸다. 신간도 아닌 구작이, 그것도 단종이 아니라 작가 전체 작품이 고르게 팔려 나가며 엿새 만에 100만부를 돌파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노벨문학상’ 특수 속에 각 서점은 사이트에 한강 노벨상 수상 관련 특별 코너를 만들어 홍보하고 나섰다. 교보문고는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 코너를 마련해 그의 전작들을 소개하고 있다. 예스24도 ‘한강, 2024 노벨문학상 수상’ 코너를 통해 작가의 이전 인터뷰 내용과 노벨문학상 선정 심사평 등을 소개했다.

한강 작가가 운영하는 서점 앞에 줄 선 시민들 모습. (매경DB)
한강 작품을 찾는 손길은 도서관까지 이어졌다. 국립중앙도서관의 도서관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도서관 정보나루’에 따르면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문학동네, 2021년)’는 대출 급상승 1위에 올라 13일 대출 순위 3위다. 전주 순위는 547위였다. 대출 급상승 순위 2, 3위도 한강의 소설이다. ‘소년이 온다(창비, 2014년)’는 206계단을 올라서 급상승 순위 2위·대출 순위 2위, ‘채식주의자(창비, 2007년)’는 158계단 올라서 급상승 순위 3위·대출 순위 1위에 이름이 올라와 있다.

한강 서적 콘텐츠를 확보하지 못한 전자책 구독 서비스 업체들은 한강 서적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현재 구독이 가능한 책 중 한강 작가의 책이 없다. 전자책 서비스 업체 밀리의서재 관계자는 “현재 구독 플랫폼 중 한강 작가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곳은 없는 것으로 안다. 빠른 시일 내로 서비스 가능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급격하게 주문이 쏠리면서 출판사와 서점은 물량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재고는 일찌감치 대부분 소진된 상태다.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등 일부 책들은 재고가 떨어져 출판사에 증쇄를 요청한 상태다.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를 낸 창비와 ‘디 에센셜: 한강’과 ‘작별하지 않는다’ ‘흰’ ‘검은 사슴’ ‘희랍어 시간’ ‘눈물상자’ 등 한강 작품을 가장 많이 보유한 문학동네도 물량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책 대부분이 ‘예약 판매’로 진행된다. 출판사와 인쇄소가 책 생산을 위해 시설을 계속 돌리는 상태지만,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1호 (2024.10.23~2024.10.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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