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한강과 ‘텍스트힙’이 만나다 [스페셜리포트]

반진욱 매경이코노미 기자(halfnuk@mk.co.kr) 2024. 10. 31.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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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가 202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국인 첫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에 문학계는 물론 사회 각계가 흥분의 도가니에 휩싸였다. (연합뉴스)
# 10월 15일 화요일 오후, 광화문 교보문고. 서점 입구에 자리 잡은 매대 앞. 평소와 달리 책을 집으려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10대 학생부터 40대 직장인 그리고 70대 노인까지 앞다퉈 책을 손에 든다. 자기계발서와 경제·경영 서적만 간간이 팔리던 일반적인 평일 오후 때는 보기 힘들었던 풍경이다. 조용하던 서점가에 모처럼 활기를 불어넣은 주인공은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가다. 그의 수상 소식이 들린 당일부터 책을 사려는 발길이 서점으로 이어졌다. 난데없는 특수에 교보문고는 광화문점 곳곳을 ‘한강 테마’로 꾸몄다. 입구 앞에 대형 매대를 꾸리는 것은 물론, 서점 한쪽에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까지 마련했다. 이날 책을 들고 포토존을 방문, 사진을 찍으며 노벨상의 여운을 만끽하는 시민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50대 주부 박미영 씨(가명)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서적은 한 권 정도 꼭 소장해야겠다 싶어, 오랜만에 서점을 찾았다. 수상 소식이 전해진 뒤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책을 찾는 사람이 많아 신기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국내 서점가와 출판사가 모처럼 미소를 짓는다. 노벨문학상 효과 덕분이다.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흰’ ‘희랍어 시간’ 등으로 유명한 한강 작가가 2024년 노벨문학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한국인으로서 첫 문학상 수상이다. 소식이 알려지면서 시중에 유통 중인 한 작가 책은 순식간에 동이 났다. 교보문고, 영풍문고 등 오프라인 서점부터 알라딘, 예스24 등 인터넷 서점에 이르기까지 한강 작가의 책을 찾는 손길이 이어졌다.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출판사들은 공장을 쉴 새 없이 돌리고 있지만 수요를 쫓아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강 효과’는 문학계 전체로 퍼져 나가고 있다. 한강 작가 작품 외에도 문학 장르 작품 매출이 전반적으로 올랐다. 잠잠하던 서점·출판 업체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하는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했다.

모처럼 내린 단비에 침체를 겪던 서점·출판계는 한숨 돌린 분위기다. 다만, 표정이 마냥 밝지만은 않다. 현재의 인기가 ‘반짝 특수’에 그치지 않을까에 대한 우려가 커서다. 실제로 대형 서점과 일부 출판사를 제외한 대다수 출판 업체는 특수조차 제대로 누리지 못한 채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오랜만에 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책과 서점으로 소비자를 끌어모을 방안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1호 (2024.10.23~2024.10.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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