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주기적 지정제 3년 유예 검토
간담회서 '주기적지정제 완화·IFRS 도입'
민감 현안 논의…감사품질 보완 촉구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31일 "회계투명성 제고라는 공익을 위해 각계가 한발씩 양보하고 상대방 목소리에 귀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김병환 위원장은 이날 오전 '회계의 날'을 맞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정부포상 행사를 열고 이어 회계업계와 간담회를 진행했다.
김 위원장은 "회계개혁을 통해 회계 분야의 국제적 평가는 높아졌지만 아직 우리의 경제적 위상에는 미치지 못한다"면서 "회계업계, 기업계, 학계가 함께 힘을 모아 내실있는 성과를 내달라"고 촉구했다.
앞서 정부는 회계·감사 지배구조 우수기업에 대한 주기적 지정 완화방침을 발표했다. 관계기관들과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지배구조 평가와 유예방안도 마련 중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원안을 유지하려는 회계업계와 완화를 촉구하는 재계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히는 상황이다.
금융위 "주기적 지정제, 지정 3년 유예 방향으로 검토중"
금융위는 이어진 회계업계와의 간담회에서 주요 회계정책 추진방향과 향후계획을 공유했다. 화두는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주기적 지정제) 개선 방향이다. 금융위는 이번 정책의 목표가 '기업부담을 합리적으로 완화하면서 회계감사 관련 지배구조 개선을 유도해 회계투명성을 제고하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금융위는 지정 '면제'보다는 '유예'(3년) 방향으로 제도개선을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또한 회계부정 우려가 없는 회사 중에서 ▲감사위원회의 독립적·전문적 구성 ▲효과적 운영 ▲내부회계관리의 효율성 등을 평가하기 위한 세부기준을 연내 마련할 계획이다. 내년 평가위원회를 구성해 평가와 유예대상을 결정한 후 2026년부터 유예되도록 할 예정이다.
김병환 위원장은 주기적 지정유예 평가시 밸류업 우수기업에 가점을 부여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회계업계의 우려가 없도록 밸류업 우수기업 선정시부터 지배구조를 충실히 고려하겠다"면서 "밸류업 우수기업 중 회계·감사 관련 지배구조가 취약하거나 회계부정 우려가 큰 경우에 대해서는 가점대상에서 제외되도록 세부기준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IFRS18 공개초안 연내 공개"
기업·투자자의 혼란이 최소화되도록 재무제표 표시와 공시 회계처리 기준서인 IFRS 18 도입 연착륙도 지원한다. 현재 금융위는 지난 4월 2027년 IFRS 18 시행안을 발표한 후 관계기관 T/F를 지난 6월부터 운영해왔다. IFRS 18 관련 공개초안은 연내 공개하며 내년 중 기준을 제정한다.
주요내용 중 첫 번째는, IFRS에서는 과거 정의하지 않던 영업손익을 잔여범주 개념으로 정의하고, 손익계산서에 손익을 영업, 투자, 재무 등 발생원천별로 분류하여 표시하도록 한다. 이는 국내에서 현재 영업손익을 표시하는 방법과 차이가 있다. 금융위는 연내 공개초안을 발표할 때 점검사항과 대응방안을 함께 공개할 예정이다. 또한 산업별·기업규모별 이슈 파악을 위해 4대 회계법인을 T/F에 참여시켜 영향 점검과 교육·안내를 실시하기로 했다. 기업과 투자자 우려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수정도입 방안을 지속 검토하고 IFRS를 제·개정하는 IASB와 협의·조율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두 번째 주요 내용은, 경영진이 투자자와 공개 소통하는 과정에서 재무제표에 없는 성과측정치를 활용하는 경우 이를 MPM(Management-defined Performance Measures)으로 봐 재무제표 주석에 공시하고 외부감사를 받도록 하는 것이다.
김병환 위원장은 "주석공시 의무화에 따른 기업 부담 완화를 위해 시행 초기에는 계도 중심으로 운영할 것"이라며 "IFRS 18을 계기로 회사와 경영진이 주주와 투자자들에게 회사의 성과를 충실히 알리고 다양한 성과측정치가 개발·활용되는 자본시장 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즉, 계도 기간에는 고의 중과실이 아닌 경우에는 감리에서 지적되더라도 제재를 감면해준다.
표준감사시간 등 기업부담 완화도 고려
기업부담 합리화와 감리·제재 관련 제도도 개선한다. 표준감사시간과 주기적 지정제에 따른 기업부담 완화를 위한 여러 방안을 마련한다는 얘기다. 금융위는 표준감사시간과 관련해서는 외부감사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기업의 노력이 표준감사시간 적용 시 차감될 수 있도록 기준을 보완할 예정이다. 중견·중소기업에 대해서는 부분 적용과 적용유예가 연장될 수 있도록 한다.
또 감리위원회와 증권선물위원회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점도 개선할 계획이다. 감사인 및 소속 공인회계사에 대한 불합리한 제재나 부담을 합리적으로 완화하는 한편 회계법인의 내부통제는 국제 수준에 맞춰 강화한다.
한국공인회계사회는 "회계개혁이 안착할 수 있도록 기업의 애로사항을 세밀히 파악해 정부에 전달하겠다"며 "최근 발생한 공인회계사의 윤리의식 제고를 위한 자구책을 적극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최근 불거진 회계업계의 인력공급 과잉 우려에 대해선 "올해 공인회계사선발시험 합격자에 대한 실무수습 지원 방안도 언제든 시행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겠다"고 전했다.
회계업계는 "지속적인 품질관리 개선 노력을 보이는 중소형 회계법인에 대해서 더 큰 규모의 지정대상회사를 감사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하는 등 회계법인 간 감사품질 경쟁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회계업계는 또 그간 다소 추상적으로 규정돼 감사인들의 예측가능성을 저해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던 '상장사 감사인 등록요건'에 대해서도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해달라고 요청했다. 디지털 감사기법 도입 등 회계법인 차원의 감사품질 제고 노력을 유도하기 위한 제도적 지원도 제안했다.
이에 김병환 위원장은 "우리 회계투명성 제고를 위해서는 회계법인들의 감사품질 제고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감사품질 경쟁을 촉진하고 회계법인의 감사품질 제고 노력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는 회계의날 기념식에서 선정된 유공자들에게 훈장, 포장, 표창 등 81점을 수여했다. 회계의날은 2017년 신외부감사법을 기념하기 위해 한공회 주관으로 2018년부터 개최됐다. 2021년에는 외감법 개정을 통해 법정기념일로 지정됐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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