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경기35득점' 육서영, 기대 이상의 활약

양형석 2024. 10. 31.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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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 30일 정관장전 43.75%의 성공률로 14득점, 기업은행 1패 뒤 연승

[양형석 기자]

기업은행이 풀세트 접전 끝에 정관장을 꺾고 1패 뒤 연승을 기록했다.

김호철 감독이 이끄는 IBK기업은행 알토스는 30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1라운드 정관장 레드스파크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2(25-13,23-25,18-25,25-22,15-10)로 승리했다. 지난 23일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와의 홈개막전에서 1-3으로 패했던 기업은행은 26일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에 이어 30일 정관장까지 꺾으면서 4위로 뛰어 올랐다(2승1패).

기업은행은 빅토리아 댄착이 53.13%의 공격성공률로 37득점을 퍼부으며 기업은행의 공격을 주도했고 주장 황민경과 미들블로커 이주아가 나란히 9득점을 올리며 힘을 보탰다. 현재 기업은행은 거액을 주고 영입한 이소영이 부상 때문에 후위 수비로만 간간이 출전하고 있음에도 공백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소영의 대안으로 출전하고 있는 육서영이 공수에서 기대 이상으로 활약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2~3라운드 출신 V리그 성공 사례들
 육서영은 FA로 영입한 이소영의 붓상을 틈 타 시즌 초반 주전 출전 기회를 얻었다.
ⓒ IBK기업은행 알토스
V리그 여자부에서는 프로 원년부터 지난 시즌까지 20번의 시즌을 치르면서 1라운드 출신 신인왕이 탄생한 경우가 무려 17회에 달한다. 하지만 2019-2020 시즌의 박현주(수원시청)와 2021-2022 시즌의 이윤정(도로공사), 2022-2023 시즌의 최효서(정관장) 등 2020년대 들어 2라운드 출신 신인왕들이 탄생하는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 하위 지명 선수들의 리그 적응 확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2라운드 출신 중에서 오늘날 가장 성공한 선수는 '디펜딩 챔피언' 현대건설의 주전세터 김다인이다. 포항여고를 졸업하고 2017-2018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4순위로 현대건설에 입단한 김다인은 이다영(GS차니오니오스)이 FA자격을 얻어 팀을 떠난 2020-2021 시즌부터 주전 기회를 잡았다. 그렇게 현대건설의 붙박이 세터로 성장한 김다인은 현재 대표팀에서도 주전 세터로 활약하고 있다.

지난 시즌 수비(세트당 리시브+디그) 부문 2위(6.77개)에 오른 후 3년 총액 8억7000만원에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로 이적한 한다혜 리베로는 드래프트 3라운드 출신이다. 2013-2014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5순위로 GS칼텍스 KIXX에 입단한 한다혜는 나현정 리베로의 백업으로 인고의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2018-2019 시즌 나현정 리베로 은퇴 후 주전으로 도약해 꾸준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V리그에서 가장 수비를 잘하는 날개 공격수 문정원(도로공사) 역시 1라운드 출신 유망주는 아니었다. 단신(174cm)의 왼손잡이 아포짓 스파이커로 2011-2012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4순위로 도로공사에 입단한 문정원은 피나는 훈련 끝에 '리시브 하는 아포짓'이라는 새로운 포지션을 창조했다. 그렇게 문정원은 도로공사 수비의 핵심으로 활약하며 두 번의 챔프전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한수지와 정대영이 은퇴하면서 중앙이 크게 약해진 GS칼텍스는 5년 차 미들블로커 오세연 덕분에 베테랑들의 은퇴 공백을 최소화하고 있다. 2020-2021 시즌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6순위로 GS칼텍스의 지명을 받은 오세연은 꾸준한 성장 속도를 보이며 자신의 입지를 넓혔다. 오세연은 이번 시즌 GS칼텍스의 주전 미들블로커로 활약하며 초반 블로킹 5위(세트당0.67개)와 속공 2위(46.67%)를 달리고 있다.

FA 이소영 공백 무색한 기대 이상의 활약
 육서영은 기업은행이 연승을 달린 최근 2경기에서 모두 두 자리 수 득점을 기록했다.
ⓒ IBK기업은행 알토스
고교 시절 최가은(GS칼텍스), 김다은(흥국생명)과 함께 '일신여상 3인방'으로 활약했던 육서영은 2019-2020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지명을 받은 두 동기들과 달리 2라운드2순위로 기업은행에 입단했다. 루키 시즌 11경기에서 35득점을 올리며 프로의 맛을 경험한 육서영은 프로 2년 차 시즌 25경기에 출전해 125득점을 기록하면서 본격적으로 프로 무대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2021-2022 시즌까지 '조커' 역할에 만족하던 육서영은 2022-2023 시즌 기업은행의 주전급 선수로 도약했다. 김희진의 부상을 틈타 아포짓 스파이커로 많이 출전한 육서영은 특유의 파워 넘치는 공격을 앞세워 33경기에서 34.25%의 성공률로 270득점을 기록하며 데뷔 후 가장 좋은 성적을 올렸다. 하지만 이듬 해 기업은행이 황민경을 영입하면서 지난 시즌 육서영의 출전 기회는 다시 줄어 들었다.

그렇게 주전과 백업을 넘나들며 프로에서 5시즌을 보낸 육서영은 지난 4월 신상에 큰 변화를 맞았다. 공수를 겸비한 리그에서 가장 다재다능한 아웃사이드히터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이소영이 3년 총액 21억 원의 거액을 받고 기업은행 유니폼을 입은 것이다. 만약 이소영이 주장 황민경과 함께 풀타임 주전으로 활약한다면 아웃사이드히터 백업 1순위인 육서영의 출전 기회는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소영은 어깨 부상으로 시즌 초반 주전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고 육서영이 그 자리를 대신해 알토란 같은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육서영은 이번 시즌 3경기에서 40.74%의 성공률로 35득점을 올리고 있고 세트당 4.31개의 디그(3위)를 기록할 정도로 수비에도 적극 가담하고 있다. 비록 리시브 효율(29.6%)은 다소 떨어지지만 세트당 7.15개의 수비를 기록하면서 이 부문 3위에 올라 있다.

프로에서 6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육서영은 이번 시즌을 무사히 마치면 정호영(정관장), 이다현(현대건설) 등 동기들과 함께 만23세의 젊은 나이에 생애 첫 FA자격을 얻는다. V리그 여자부의 과열된 FA경쟁을 고려하면 육서영도 시장에서 충분히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이소영이 복귀하기 전, 주전으로 출전하는 시기에 좋은 활약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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