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난 HUG 곳간...또 나온 금융위-국토부 ‘불협화음’
정진용 2024. 10. 31. 06:12
HUG, 최대 7000억원 자본확충 계획
신고서 제출 전 금융당국 “추가 협의 필요”
디딤돌 대출 한도 축소 이어 ‘엇박자’ 논란 계속
김병환 “부처간 이견 없다”
국토교통부 산하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자본확충을 하려다 “협의가 필요하다”는 금융당국 제동에 일단 중단됐다. 디딤돌대출 혼선에 이어 국토부와 금융위 간 입장차가 다시 불거졌다. 내년 전세보증에 차질이 생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자 금융위원장은 “차질 없도록 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증권신고서 제출도 못한 HUG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HUG는 지난 29일 최대 7000억원 규모로 준비했던 신종자본증권 발행 절차를 연기했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매우 긴 영구채다.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분류되고, 우선주 발행보다 절차가 간단하다는 점이 장점이다. 신용도 높은 금융사가 자본 확충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HUG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HUG는 당초 28일 금융당국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할 계획이었다. 11월5일 발행이 목표였다. 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다. 하지만 HUG는 금융위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못했다. 제출 직전 단계에서 금융위가 ‘관계부처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하며 채권 발행 작업이 ‘스톱’됐다.
금융당국이 표면적으로 밝힌 이유는 투자자 보호다. 일반 회사채가 아닌 신종자본증권이고, 불특정 다수 일반 투자자를 상대로 하기 때문에 엄격히 보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전날 월례 기자간담회에서 유가증권서를 내는 과정에서 부처간 충분한 협의가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공모 방식의 채권 발행이고, 그러면 유가증권신고서를 내 일반 투자자를 모집해야 한다”면서 “신고를 할 때 신고서에 자본확충을 왜 하는지 이런 부분이 충실히 공시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UG와 금융당국이 당연히 협의해야 하는 부분”이라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금융위가 시장에서 HUG 자본 확충을 자칫 전세대출 확대 시그널로 비칠 수 있는 점을 우려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손실 3조 기록…“올해 안에는 확충해야”
HUG는 세입자가 은행으로부터 빌리는 전세자금 상환을 보증하는 보험 상품을 판매한다. HUG가 채권 발행에 나선 이유는 재정난 타개를 위해서다. 곳간은 빠른 속도로 비어가고 있다. ‘역전세’와 ‘전세사기’ 여파로 전세금 반환보증을 통해 발생한 대위변제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2016년 26억원에 불과했던 HUG의 전세보증 대위변제액은 2023년 3조5544억원으로 폭증했다. 반면 대위변제 회수율은 2022년 29%에서 지난 8월 기준 8%로 내려앉았다. HUG 손익은 2022년을 기점으로 적자로 전환, 지난해 3조8598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만약 이번 자본 확충 계획이 틀어지면 당장 내년부터 HUG를 통한 보증 신규 가입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주택도시기금법에 따르면 HUG는 자기자본 대비 90배까지 보증서를 내줄 수 있다. 하지만 HUG 내부 분석에 따르면 4분기 HUG의 자기자본 대비 보증(보증배수)은 132.5배로 기준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HUG 측은 쿠키뉴스에 “최악의 경우 자칫 전세자금뿐만 아니라 HUG가 취급하는 다양한 분양·PF 보증 상품 운용에 당장 내년부터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은행이 대출을 못해주는 상황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며 “(채권발행 일정이) 아무리 미뤄지도 올해 내 최대한 빠르게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견 같다’ 해명에도 엇박자 논란 계속
전세대출 보증은 임차인이 더 쉽게 전세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순기능이 있다. 은행은 보증기관 보증으로 기반으로 담보 없이 수억원에 달하는 전세대출을 내준다. 대출금을 돌려받지 못해도 보증기관이 90~100%를 대위변제해 주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 심사를 깐깐하게 할 필요가 없다. HUG 보증이 가계부채 증가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왔다. 급증하는 가계부채를 관리해야 하는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국토부와 금융당국 간 엇박자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국토부는 최근 디딤돌 대출 한도 축소로 혼선을 빚어 박상우 장관이 직접 사과를 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국토부에 디딤돌·버팀목 대출 등 정책대출 조절 요청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지만 국토부는 공급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지난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토부가 사전에 금융당국과 논의했느냐는 질문에 “방안에 대해서는 논의했지만 시기나 방법까지는 논의되지 않았다”며 “국토부에서 자체적으로 판단한 부분”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정책대출로서의 이유와 목적이 있지만, 정책대출이 늘어나는 속도는 가계부채 전반의 상황과 연계해 제어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점에 대해 국토부와 금융당국의 동일한 인식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HUG의 자본확충, 건전성 제고에 차질이 없도록 국토부와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금융위가 국토부 정책대출에 제동을 건다는 해석에 대해서는 “이 건은 그 이슈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신고서 제출 전 금융당국 “추가 협의 필요”
디딤돌 대출 한도 축소 이어 ‘엇박자’ 논란 계속
김병환 “부처간 이견 없다”
국토교통부 산하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자본확충을 하려다 “협의가 필요하다”는 금융당국 제동에 일단 중단됐다. 디딤돌대출 혼선에 이어 국토부와 금융위 간 입장차가 다시 불거졌다. 내년 전세보증에 차질이 생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자 금융위원장은 “차질 없도록 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증권신고서 제출도 못한 HUG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HUG는 지난 29일 최대 7000억원 규모로 준비했던 신종자본증권 발행 절차를 연기했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매우 긴 영구채다.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분류되고, 우선주 발행보다 절차가 간단하다는 점이 장점이다. 신용도 높은 금융사가 자본 확충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HUG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HUG는 당초 28일 금융당국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할 계획이었다. 11월5일 발행이 목표였다. 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다. 하지만 HUG는 금융위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못했다. 제출 직전 단계에서 금융위가 ‘관계부처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하며 채권 발행 작업이 ‘스톱’됐다.
금융당국이 표면적으로 밝힌 이유는 투자자 보호다. 일반 회사채가 아닌 신종자본증권이고, 불특정 다수 일반 투자자를 상대로 하기 때문에 엄격히 보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전날 월례 기자간담회에서 유가증권서를 내는 과정에서 부처간 충분한 협의가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공모 방식의 채권 발행이고, 그러면 유가증권신고서를 내 일반 투자자를 모집해야 한다”면서 “신고를 할 때 신고서에 자본확충을 왜 하는지 이런 부분이 충실히 공시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UG와 금융당국이 당연히 협의해야 하는 부분”이라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금융위가 시장에서 HUG 자본 확충을 자칫 전세대출 확대 시그널로 비칠 수 있는 점을 우려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손실 3조 기록…“올해 안에는 확충해야”
HUG는 세입자가 은행으로부터 빌리는 전세자금 상환을 보증하는 보험 상품을 판매한다. HUG가 채권 발행에 나선 이유는 재정난 타개를 위해서다. 곳간은 빠른 속도로 비어가고 있다. ‘역전세’와 ‘전세사기’ 여파로 전세금 반환보증을 통해 발생한 대위변제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2016년 26억원에 불과했던 HUG의 전세보증 대위변제액은 2023년 3조5544억원으로 폭증했다. 반면 대위변제 회수율은 2022년 29%에서 지난 8월 기준 8%로 내려앉았다. HUG 손익은 2022년을 기점으로 적자로 전환, 지난해 3조8598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만약 이번 자본 확충 계획이 틀어지면 당장 내년부터 HUG를 통한 보증 신규 가입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주택도시기금법에 따르면 HUG는 자기자본 대비 90배까지 보증서를 내줄 수 있다. 하지만 HUG 내부 분석에 따르면 4분기 HUG의 자기자본 대비 보증(보증배수)은 132.5배로 기준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HUG 측은 쿠키뉴스에 “최악의 경우 자칫 전세자금뿐만 아니라 HUG가 취급하는 다양한 분양·PF 보증 상품 운용에 당장 내년부터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은행이 대출을 못해주는 상황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며 “(채권발행 일정이) 아무리 미뤄지도 올해 내 최대한 빠르게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견 같다’ 해명에도 엇박자 논란 계속
전세대출 보증은 임차인이 더 쉽게 전세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순기능이 있다. 은행은 보증기관 보증으로 기반으로 담보 없이 수억원에 달하는 전세대출을 내준다. 대출금을 돌려받지 못해도 보증기관이 90~100%를 대위변제해 주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 심사를 깐깐하게 할 필요가 없다. HUG 보증이 가계부채 증가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왔다. 급증하는 가계부채를 관리해야 하는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국토부와 금융당국 간 엇박자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국토부는 최근 디딤돌 대출 한도 축소로 혼선을 빚어 박상우 장관이 직접 사과를 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국토부에 디딤돌·버팀목 대출 등 정책대출 조절 요청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지만 국토부는 공급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지난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토부가 사전에 금융당국과 논의했느냐는 질문에 “방안에 대해서는 논의했지만 시기나 방법까지는 논의되지 않았다”며 “국토부에서 자체적으로 판단한 부분”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정책대출로서의 이유와 목적이 있지만, 정책대출이 늘어나는 속도는 가계부채 전반의 상황과 연계해 제어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점에 대해 국토부와 금융당국의 동일한 인식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HUG의 자본확충, 건전성 제고에 차질이 없도록 국토부와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금융위가 국토부 정책대출에 제동을 건다는 해석에 대해서는 “이 건은 그 이슈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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