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반짝 성장’ 독 됐나…성장률 달성 먹구름 [무너진 상저하고①]
내수 위축에 수출마저 기대 이하
한은, 연간 성장률 전망 0.2%p 낮춰
전문가 “사실상 저성장 시대 돌입”
한국경제가 좀처럼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분기 1.3% ‘깜짝 성장’ 이후 마이너스(-) 성장과 0%대 성장을 잇달아 기록해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 달성이 어렵게 됐다. 더 큰 문제는 한국경제를 지탱하던 수출마저 주요국 정세 변화로 기대 이하 성적을 거둘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지난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직전 분기 대비 0.1% 늘어나는 데 그쳤다. 2분기 -0.2% 성장에 이어 사실상 정체 상태다.
한은 “우리 경제는 내수가 예상대로 회복 흐름을 보였으나, 수출 증가세가 예상보다 둔화하면서 소폭 성장했다”며 “순수출은 정보기술 품목의 성장세 둔화 등으로 감소 전환하면서 마이너스 기여도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결국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애초 2.4%에서 2.2~2.3%로 낮췄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2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올해 3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망치보다 떨어졌다”며 “올해 전체 경제성장률은 2.2~2.3% 정도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국경제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저성장 기조에 들어섰다. 지난해 기록한 1.4%(전년대비) 경제성장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2020년(-0.7%)과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모두 포함해도 역대 6번째로 낮은 수치다.
국내 연간 경제성장률은 2차 오일쇼크(1980년, -1.6%), 외환위기(1998년, -5.1%) 당시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고 건국 초반인 1956년(0.6%)과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0.8%) 등 국가적 경제위기 상황을 제외하면 매년 2% 이상 성장률을 기록해 왔다.
상저하고 장담한 정부, 2년 내내 ‘상저하저’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상저하고’란 단어를 입에 달고 살았다. 상반기엔 경제가 어렵지만 하반기에는 반등한다는 뜻이다.
당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22년 12월 21일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내년 경제는 상반기에 수출, 민생 등 어려움이 집중되고 하반기로 갈수록 점차 회복되는 ‘상저하고’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후 추 부총리는 상저하고 전망을 1년 내내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추 전 부총리의 상저하고는 단순 기대에 그쳤다. 지난해 1분기 0.4%를 시작으로 2분기 0.6%, 3분기 0.8%, 4분기 0.5% 성장해 상·하반기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가장 큰 원인은 민간 소비 위축이었다. 코로나19 후유증으로 고금리·고물가 여파가 직격탄이었다. 그나마 수출 실적이 선전하면서 0%대 성장을 면할 수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 공통된 분석이다.
올해 1분기 1.3%라는 기대 이상 성적표가 나왔다. 정책 당국을 포함한 일각에서는 상저하고가 다소 늦게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고 기대했다. 이런 기대는 3개월 만에 자취를 감췄다. 2분기 -0.2%로 역성장한 데 이어 이번 3분기 성적표도 0.1%에 그쳤다.
한국은행과 기재부는 3분기 성적표가 나오자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다시 낮췄다. 한은은 지난 8월에 이미 2.5%에서 2.4%로 0.1%p 낮춘 데 이어 이번 발표 후 다시 최대 0.2%p 낮췄다.
수출도 기대 이하…글로벌경제, 하방 리스크 잔뜩
기재부 또한 지난 7월 2.2%에서 2.6%로 상향했던 전망치를 다시 낮춰야 할 상황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3분기 경제성장률 발표 직후 “4분기 이후는 미국을 포함한 지정학적 여건 변화, 중국 등 주요국의 경기 불확실성, IT(정보통신) 업황 사이클에 대한 전반적인 불확실성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3분기보다 4분기에 대외 여건 불확실성이 더 커진 것이 사실”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기재부 분석처럼 4분기 상황도 녹록지 않다. 좀처럼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는 내수도 문제지만 특히 수출 지표가 나쁘다. 3분기 순수출 성장 기여도가 -0.8%p를 기록하면서 내수 기여도(0.9%p)를 모두 상쇄했다.
이런 현실에서 4분기는 미국 대선과 중동 위기, 미·중 무역분쟁과 주요국 경기 불확실성까지 겹치며 수출 악재가 쌓이고 있다.
나아가 한국경제가 사실상 저성장 국면에 들어섰다는 진단까지 나온다. 저출산, 초고령화 문제가 실제 경제 성장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해 5월 경제전망 수정 당시 “(한국경제는) 이미 장기 저성장 시대에 와있다고 생각한다”며 “저출산·고령화가 워낙 심해 이미 와있는 현실로 보고 노동·연금 등을 포함한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가도 마찬가지다. OECD는 지난해 한국 잠재성장률을 1.9%로 추정했다. OECD가 한국경제 잠재성장률을 2%대 이하로 낮게 평가한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 12월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대학 경제학 관련 교수 2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응답자 10명 중 7명 이상이 한국경제의 저성장 기조를 예고했다. 교수들 가운데 73.2%는 ‘우리 경제가 장기가 1~2%대 저성장 기조를 지속할 것’이라고 답했다.
김진일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 변동 측면에서 금리를 내리면 내수가 좋아질 것이란 분석이 있지만 최근 한국은행 연구에서처럼 인구, 교육, 집값 등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선 경제가 살아나기 어렵다는 시각도 많다”고 말했다.
▲8분기 평균 성장률 0.38%에도 정부 ‘회복세’만 반복 [무너진 상저하고②]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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