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여성대통령 될 기회지만…인플레 지친 젊은 흑인남성 이탈" [미 대선 D-5 | 흑인 유권자 단체에 물었다]

강태화 2024. 10. 31.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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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대 흑인 유권자 단체 제임스 대표

미국 최대의 흑인 유권자 정치 참여 조직인 ‘콜렉티브 팩(Collective PAC)’의 쿠엔틴 제임스 대표는 “이번 대선은 미국 최초의 ‘흑인 여성 대통령’을 만들 수 있는 놓쳐선 안 되는 기회이자, 흑인 유권자들의 힘을 보여야 하는 중요한 시험 무대”라고 말했다.

제임스 대표는 26일(현지시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흑인 유권자들의 결집도가 낮다’는 최근 여론조사와 관련 “1000여명 표본을 대상으로 한 조사는 맞지 않을 때가 많다”며 “실제 투표에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버락 오바마 이후 가장 강력한 흑인들의 지지를 받으며 당선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시에 제임스 대표는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이었던 흑인 표심이 해리스에서 이탈하는 현상에 대해 “흑인 역시 바이든 정부에서 발생한 물가 상승 등 경제 문제를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로 여기고 있기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지난 4년간 인플레이션에 시달려 온 젊은 흑인 남성들부터 부담이 노출됐다”고 지적했다. 제임스 대표는 “상대적으로 보다 물가와 고용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흑인들이 트럼프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반복하고 있는 주장을 사실로 받아들여 동조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좌측)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11월 5일 대선을 앞두고 두 사람이 막판까지 승패를 예측하기 어려운 접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흑인 유권자들의 표심 결집 여부가 이번 대선에 마지막 변수가 될 거란 관측이 나온다. AFP=연합뉴스

Q : 흑인 사회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선거 이슈는.
A : “사실 흑인들도 다르지 않다. 팬데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등 경제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 흑인들은 이미 너무 높은 비용을 감당하고 있다는 불만을 갖고 있다. 트럼프는 이를 노리고 근거나 구체성이 부족한 경제 성과와 미국 중심주의를 반복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문제는 '가려운 곳'을 직접적으로 긁어주는 그의 말이 무한 반복되면서 다수의 흑인들이 화려한 수사 속 진위나 실현 가능성 여부를 분간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바람에 트럼프의 실체가 34개 연방법을 어긴 중범죄자란 사실이 잊혀져버렸다.”

26일(현지시간) 미시간주 칼라마주 윙스 이벤트 센터에서 열린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의 선거 유세에서 한 흑인 지지자가 해리스의 연설을 들으며 미소를 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Q : 젊은 흑인 남성들의 해리스 지지율이 낮은데.
A : “트럼프의 의도된 전략의 결과다. 트럼프는 현실성이 낮은 계획이나 소수 인종 사회를 갈라놓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유포해왔다. 거짓말도 반복되면 다수가 믿게 된다. 일부 흑인 유권자들이 트럼프의 비전을 이를 믿게되고, 특히 트럼프의 언어가 흑인들의 언어로 재포장 돼 SNS를 통해 유포되면서 급속하게 흑인 동조자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트럼프는 특히 히스패닉과 아시안이 마이너 중 나름 메이저 그룹인 흑인들의 지위를 위협한다며 소수 인종 간 갈등을 조장해 표의 결집을 막고 있다. 이러한 전략에 가장 취약한 집단이 당장 취업과 고물가를 감당하며 가정을 이끌거나 힘든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젊은 흑인 남성일 수밖에 없다.”

Q : 해리스가 여성인 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보는가.
A : “솔직히 여성에 대한 혐오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사회에 존재한다. 특히 흑인 남성들 사이에선 여성 리더십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고, 적은 비율이지만 해리스가 여성이기 때문에 그에게 투표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한국에서 과거 여성 대통령이 당선된 적이 있지만, 미국에선 여성 대통령이 나온 적이 없다. 2016년 백인 여성인 힐러리 클린턴도 실패했던 일이다. 해리스는 지금까지 유리천장을 극복해왔지만, 여성과 흑인이라는 두개의 장벽을 극복해야 하는 것은 현실적 과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7월 31일 시카고 전미 흑인 언론인협회에서 연설하는 동안 트럼프를 지지하는 흑인 유권자들이 트럼프를 지지하는 모자를 쓰고 연설을 듣고 있다. AP=연합뉴스

제임스 대표는 다만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흑인표의 이탈 가능성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교육 수준이 낮은 흑인들이 많기 때문에 여론조사 응답 등 정치 참여율이 낮은 경우가 많다”며 “실제 투표에선 해리스가 버락 오바마 이후 가장 강력한 흑인들의 지지를 받으며 당선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Q : 흑인들의 투표 참여가 대선 결과를 결정할 거란 관측이 많다.
A : “미국 인구 중 흑인 비중이 13%지만 상원의 3%, 하원의 11%밖에 확보하지 못했다. 흑인 유권자도 동질한 성격이 아니라 나이와 소득, 교육 수준에 따라 다층화됐다. 다만 어떠한 형태의 인종차별에도 반대하기 때문에 흑인의 90% 이상은 ‘인종차별론자’ 트럼프에게 투표하지 않을 거라고 기대한다. 흑인 비율이 높은 조지아와 노스캐롤라이나의 흑인 유권자 25% 이상이 이미 투표를 마친 점도 긍정적 신호라고 생각한다.”

미국 최대의 흑인 유권자 참여 단체인 콜렉티브팩(Collective PAC)의 쿠엔틴 제임스 대표가 26일(현지시간) 중앙일보와 줌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제임스 대표는 본지 인터뷰에서 ″미국도 한국처럼 여성 대통령을 맞이할 준비가 됐다″며 ″카멀라 해리스는 오바마 이후 가장 큰 흑인들의 지지를 받고 당선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Q : 해리스가 당선되면 첫 흑인 여성 대통령이 된다.
A : “정말 절실한 문제다. 이번 대선은 미국 최초의 ‘흑인 여성 대통령’을 만들 수 있는 놓쳐선 안 되는 기회이자, 흑인 유권자들의 힘을 보여야 하는 중요한 시험 무대라고 생각한다. 콜렉티브 팩은 흑인뿐 아니라 히스패닉은 물론 아시안 유권자 단체들과도 다양한 협업하고 있다. 해리스는 사실 인플레이션 해결과 평등 문제에 헌신해왔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설득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그에게는 반드시 당선돼야 하는 책임 또한 있다. 남은 기간 흑인 사회 전반에 보다 적극적인 설득과 설명을 해야 한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왼쪽)이 26일(현지시간) 미시간 주 칼라마주에 있는 윙스 이벤트 센터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전 영부인 미셸 오바마가 경청하는 가운데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제임스 대표는 인터뷰 내내 여러차례 트럼프를 향해 '인종주의자'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인간의 존엄과 평등을 위해 싸워왔던 미국의 역사가 부정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Q : 트럼프는 해리스가 흑인이 아닌 인도계라는 주장도 펼쳤다.
A : “미국을 분열시키고, 미국 내 소수인종 사회를 분열시키는 것이 트럼프의 핵심 전략이다. 미국은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섞인 용광로(melting pot)다. 트럼프같은 차별주의자들만 소수인종에게 정체성을 선택하라고 강요한다. 트럼프는 당선을 위해 미국을 평등하지 않았던 시대로 되돌리려 하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을 이끌거나, 전 세계 민주주의의 등대가 될 자격이 없다.”

공화당 대선 후보이자 전 미국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가 26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노비에서 열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Q : 대선까지 무엇에 집중할 계획인가.
A : “미셸 오바마가 전당대회에서 ‘무언가를 하라(Do something)’고 했던 말이 정답이다. 100만명 이상의 흑인들에게 전화를 걸 계획이다. 사실 흑인들은 미국 독립을 위해 가장 먼저 싸웠고, 가장 민주적인 애국자 집단이다. 미국에서 흑인들이 처한 환경을 바꿔야 할 이유이고, 해리스가 그 일을 가장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이다. 흑인 여성 대통령 후보가 나온 건 놓쳐선 안 되는 기회이다. 동시에 흑인들의 힘을 보일 수 있는 중요한 시험무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콜렉티브 팩(Collective PAC)
2016년 설립된 콜렉티브 팩은 미국 50개 주 가운데 40개주에서 417명의 젊은 흑인 정치인들의 당선을 지원해 온 미국 최대의 흑인 유권자 참여 단체다. 미국 전역에 100만명 이상의 온라인 지지자와 회원을 확보하고, 아시아 및 히스패닉 유권자 단체들과도 다양한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0년 대선 때는 20만명 이상의 흑인들의 유권자 등록을 이끌어 냈고, 10만명 이상의 흑인 유권자들을 무료로 투표장까지의 교통평을 제공하는 등 흑인 표심 결집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공식 지지 선언을 하며 해리스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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