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계, 먹고사는 문제가 핵심…세금 깎겠다는 트럼프 먹혀" [미 대선 D-5 | 라틴계 단체에 물었다]

김형구 2024. 10. 31.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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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최대의 히스패닉ㆍ라틴계 단체 라틴아메리카시민연맹(LULAC)의 도밍고 가르시아 전 의장이 23일(현지시간) 중앙일보와의 줌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줌 동영상 캡처


라틴아메리카시민연맹 가르시아 전 의장

“히스패닉·라틴계 유권자 표를 공짜로 얻는 것처럼 당연시했다가는 11월 5일(미국 대선일) 다음날 크게 후회할 것입니다.”

미국 내 최고(最古)·최대의 히스패닉(스페인어 사용 국가 및 지역 출신)·라틴계(라틴아메리카 출신) 단체 라틴아메리카시민연맹(LULAC)의 도밍고 가르시아 전 의장은 23일(현지시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백악관으로 가는 길에는 히스패닉·라틴계 유권자 표심 확보가 열쇠”라며 이렇게 말했다. 가르시아 전 의장은 “히스패닉·라틴계의 마음을 얻으려면 식료품·휘발유 가격을 낮추고 더 나은 일자리를 보장하기 무엇을 할 것인지 답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후보를 전통적으로 지지해 왔던 히스패닉·라틴계 유권자 사이에 최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세가 늘고 있는 이유에 대해 그는 “트럼프가 세금과 식비를 깎아주겠다면서 표를 잠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먹고사는 문제가 핵심인데 트럼프의 공약이 치솟은 물가와 인플레이션 경제에 지친 상당수 히스패닉ㆍ라틴계 유권자에게 먹혀들고 있다는 얘기다. 또 “트럼프가 국경 장벽을 세우겠다고 하는데 히스패닉ㆍ라틴계 이민자 중 일부는 그게 자신들에 관한 문제가 아니고 내일 (이민) 올 사람들 문제라고 본다”며 “트럼프가 이전보다 더 많은 표를 얻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전했다.

가르시아 전 의장은 그러면서도 “우리는 변화를 원하지만 트럼프는 여전히 똑같기 때문에 해리스를 지지하는 히스패닉ㆍ라틴계가 더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히스패닉ㆍ라틴계 유권자 비중이 20% 이상인 애리조나에서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 루빈 가예고의 당선 가능성이 크다”며 “애리조나ㆍ네바다에서 히스패닉ㆍ라틴계가 변화의 바람을 몰고 와 해리스에게 미세한 격차의 승리를 안길 것이다. 그 기세로 펜실베이니아ㆍ미시간ㆍ위스콘신도 해리스가 가져갈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LULAC은 그간 미 대선에서 초당파성 유지를 내세워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는데, 지난 8월 이 단체의 팩(PACㆍ정치활동위원회)은 “카멀라 해리스(대통령 후보)와 팀 월즈(부통령 후보)를 지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LULAC 팩 대표를 맡고 있는 가르시아 전 의장은 “이민자를 정치적 도구로 삼아 표를 얻기 위해 그들을 공격하는 대통령(트럼프)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며 “‘이민자의 딸’ 해리스를 LULAC이 지지한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히스패닉ㆍ라틴계 유권자들의 기록적인 투표율을 예상하고 있다”며 “특히 20ㆍ30대 젊은 히스패닉ㆍ라틴계 유권자들의 투표 의욕이 넘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내 최대의 히스패닉ㆍ라틴계 단체 라틴아메리카시민연맹(LULAC)의 도밍고 가르시아 전 의장이 23일(현지시간) 중앙일보와의 줌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줌 동영상 캡처

Q : 히스패닉ㆍ라틴계 유권자가 3600만여 명으로 사상 최대로 추산된다.
A : “백악관으로 가는 길에는 히스패닉ㆍ라틴계 유권자 마음을 거쳐야 한다. 우리는 주요 캐스팅보트가 될 것이다.”

Q : 히스패닉ㆍ라틴계 표심은 누구를 향하는가.
A : “히스패닉ㆍ라틴계 유권자가 많은 애리조나ㆍ네바다 그리고 펜실베이니아ㆍ미시간ㆍ위스콘신에서 이들의 표심을 얻는 사람이 차기 대통령이 될 것이다. 해리스가 이들 표의 과반을 확보하고 더 늘려나가면 차기 대통령이 될 수 있다.”


“여성 대통령 거부 마초문화 있다”

Q : 민주당 후보를 지지해 왔던 히스패닉ㆍ라틴계 유권자들 사이에서 이전과 다른 심상치 않은 조짐이 있는데.
A : “히스패닉ㆍ라틴계 특유의 마초 문화 중 일부라고 본다. 여성 대통령 후보를 찍고 싶지 않은 히스패닉ㆍ라틴계 남성 유권자들이 꽤 있다.”
2020년 대선에서 전체 유권자의 9%를 차지한 히스패닉ㆍ라틴계는 63%가 당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를 찍었고 트럼프를 찍은 이는 36%였다. 하지만 지난 21일 발표된 USA투데이 조사에서는 히스패닉ㆍ라틴계 유권자의 49%가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답해 해리스 지지율(38%)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나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세금·식비 깎겠다는 트럼프 공약 먹혀”

Q : 히스패닉ㆍ라틴계 지지율이 과거에 비해 낮은데 해리스에게 적신호 아닌가.
A : “히스패닉ㆍ라틴계 유권자 표는 절대 공짜가 아니다. 우리 살림살이를 위해 무엇을 해줄 것인가, 우리가 더 나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무엇을 해줄 것인가, 이런 질문에 답을 내놔야 한다. 트럼프는 ‘세금을 깎고 식비를 인하하겠다’고 해서 히스패닉ㆍ라틴계 일부의 표를 얻고 있다. 트럼프는 분명히 이전보다 더 많은 표를 얻고 있다.”

Q : NYT 조사에서 트럼프의 국경 정책을 지지하는 라틴계 비율이 43%에 달했다.
A : “트럼프는 모든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고 국경 장벽을 세우겠다고 하는데 일부 히스패닉ㆍ라틴계는 자신과 무관한 일로 생각한다. 내일, 그리고 앞으로 이민을 오려는 사람들의 문제일 뿐이라고 본다.”

Q : 히스패닉ㆍ라틴계 유권자들이 표를 던질 때 가장 중요한 결정요인은 뭔가.
A : “경제다. 이민 정책도 민주주의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먹고사는 문제다. 식비ㆍ집세ㆍ공과금에 들어가는 돈을 줄이기 위해 뭔가를 해줄 대통령을 원한다.”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한 식당에서 민주당의 마이애미 히스패닉 코커스가 주최한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 대선 후보 TV 토론을 지켜보고 있다. AP=연합뉴스


“히스패닉·라틴계 투표율 높을 것”

Q : 히스패닉ㆍ라틴계 유권자의 투표율은 얼마나 될까.
A : “상당히 높을 것이다. 20ㆍ30대 젊은 히스패닉ㆍ라틴계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가 그들의 삶에 변화를 가져올 기회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매우 흥분돼 있다.”

Q : LULAC이 창립 이래 처음으로 특정 대선 후보를 지지한 배경은.
A : “너무나 역사적인 선거라서다. 트럼프는 멕시코인을 강간범ㆍ살인자라 했다. 그는 이민자를 정치적 도구로 삼아 표를 얻기 위해 그들을 계속해서 핍박하는 대통령이었다. 그런 트럼프의 재선을 받아들일 수 없다.”

Q : 대선 승부를 어떻게 예상하나.
A : “누가 이기든 매우 매우 근소한 차이로 어렵게 이길 것이다. 최근까지의 여론조사와 실제 득표율이 일치한다면 해리스가 선거인단 숫자에서 트럼프를 10~15명 앞서지 않을까 예상한다.”
☞라틴아메리카시민연맹(LULAC)
LULAC은 미국 내 히스패닉들이 인종차별에 대항하기 위해 1929년 시카고에서 설립한 단체로 미국에서 가장 역사가 긴 히스패닉ㆍ라틴계 단체다. 그간 히스패닉ㆍ라틴계의 정치적 영향력과 경제적 여건 향상, 교육 수준 및 주거권ㆍ건강권 향상 등을 목표로 활동해 왔으며, 회원수 약 14만 명에 미국 내 525개 지회를 두는 등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역대 미국 대선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지만, 지난 8월 성명을 내고 “해리스는 정의ㆍ평등ㆍ포용을 향한 헌신을 보여 왔으며 이는 라틴계 공동체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미국을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할 가치”라며 지지 선언을 했다. 로만 팔로마레스 LULAC 회장은 샌안토니오 저소득층 지역 출신으로 베트남전에 참전했고 연방정부에서 40년간 근무한 뒤 LULAC을 이끌고 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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