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도 파운드리 포기…'탈 엔비디아' 보다 힘든 '탈 TSMC'
오픈AI가 반도체 파운드리 야망을 접었다. 회사는 인공지능(AI)용 반도체를 직접 설계·제작해 ‘엔비디아 의존’에서 벗어나려 했으나, 파운드리(제조)는 막대한 투자·시간이 필요해 설계만 자체적으로 하는 것으로 계획을 좁혔다는 것이다.
‘엔비디아가 설계해 TSMC가 제조하는 AI 칩’ 외의 대안을 모든 빅테크가 찾고 있지만, ‘탈(脫) 엔비디아’만큼이나 ‘탈 TSMC’가 어렵다는 걸 인정한 셈이다.
‘탈 엔비디아’보다 ‘탈 TSMC’가 어렵네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 로이터는 챗GPT 개발사인 오픈 AI가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과 협력해 전용 AI 칩을 개발하고 있으며, 제조는 대만 TSMC와 협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몸값 1570억달러(약208조원)으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AI 스타트업인 오픈 AI는 AI 모델 훈련에 엔비디아의 AI 가속기를 이용했으나, 엔비디아 칩 가격이 오르고 공급은 부족함에 따라 칩 자체 수급 방안을 모색해 왔다. 글로벌 대형 투자를 유치해 AI 반도체 회사를 세우고 전용 파운드리 공장도 짓겠다는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샘 올트먼 CEO는 올해 초 중동 산유국 인사들과 인텔·삼성전자 등 파운드리 업체를 접촉했고, TSMC에는 전용 공장을 30개 짓자는 제안까지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오픈AI는 최근 이 계획을 접었다. 파운드리는 막대한 시간·돈이 필요하고 현재로서는 다른 회사와 협력해 칩을 만드는 게 더 빠르고 실현 가능함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블룸버그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TSMC의 CEO가 오픈 AI의 구상에 대해 “너무 공격적”이라고 말하는 등 투자자·협력사도 선뜻 나서지 않았다.
오픈AI의 ‘플랜 B’는 구글 따라하기다. 구글이 브로드컴과 설계 협력해 전용 AI 칩인 텐서처리장치(TPU)를 만들고 TSMC에서 제조하는 것처럼, 오픈AI도 AI 서비스를 위한 추론 전용 칩을 ‘브로드컴 설계, TSMC 제조’로 만들려 한다는 것.
엔비디아 이어 AMD도 ‘TSMC 병목’
엔비디아 AI 칩만 바라봐야 하는 상황에 지친 빅테크들은 절실하게 대안을 찾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는 데이터센터 운용비 절감을 위해 AI 훈련·추론에 AMD의 칩을 대량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엔비디아에 이은 AI 가속기 2인자 AMD 역시 TSMC 파운드리를 이용하고 있어, TSMC의 제조·패키징 용량이 전 세계 AI 가속기 공급을 결정하는 병목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AMD는 이날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전년 동기보다 18% 늘어난 매출 68억1900만달러(약 19조4000억원)에 매출총이익률(그로스 마진) 54%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매출의 52%를 데이터센터 사업에서 올렸고, 1년 새 데이터센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22%, 240% 증가했다. 그러나 엔비디아에 비교하면 여전히 8분의 1 수준이다(데이터센터 사업 매출 기준).
리사 수 AMD CEO는 이날 “데이터센터용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요가 2025년에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이 사업의 발전은 (데이터센터) 투자를 주도하는 특정한 대형 고객에 달려 있다”라고 말했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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