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선택 2024]달아오른 사전투표 열기…웃는 건 누구
조지아 등 경합주 사전투표 첫날 기록 경신
트럼프 사전투표 독려에 투표율 격차 좁혀져
11·5 미국 대선을 목전에 두고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초접전 양상을 보이면서 사전 투표 열기 또한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통상적으로 사전 투표에 적극적인 민주당 지지층에 더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독려로 한층 결속을 강화한 공화당 지지층마저 사전 투표에 나선 탓이다. 지난달 20일 버지니아, 사우스다코타, 미네소타 등 3개 주(州)를 시작으로 미 대선 사전투표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 가운데 주요 격전지인 조지아와 노스캐롤라이나에선 첫날부터 각종 기록이 경신되며 분위기를 달구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대 선거 연구소(Election Lab) 자료에 따르면 29일(현지시간) 오후 9시38분(미 동부 시간) 기준 미국 전역에서 사전투표를 마친 유권자는 5346만0802명으로 사전투표 시작 한달여 만에 5000만명을 돌파했다. 1900년 이후 실시된 미국 선거 중에서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던 2020년 대선 사전투표수(약 1억명)의 50%를 넘은 셈이다. 우편을 통해 사전투표를 마친 유권자는 2568만6627명, 현장에서 직접 사전투표한 유권자는 2776만5237명으로 집계됐다.
뉴욕타임스(NYT)는 "공화당 지지층이 사전투표에 밀려들면서 투표율 기록 경신을 추동하고 있다"며 "2020년 대선의 기록적인 사전투표율이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승리를 안겨주는 데 일조했던 만큼 이번 선거에서 사전투표의 힘은 트럼프와 해리스 모두에게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미 선거혁신연구센터(CEIR)에 따르면 미국 대선의 사전투표율은 2000년 14%, 2004년 21%, 2008년 31%, 2012년 33%, 2016년 40%, 2020년 69%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이처럼 뜨거운 사전투표 열풍을 견인하고 있는 곳은 역시 경합주다. 특히 조지아와 노스캐롤라이나는 사전투표 개시 첫날부터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두드러진 투표 열기를 보였다. 조지아 주무장관실의 게이브 스털링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조지아 사전투표 첫날 32만8000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며 "이는 직전 대선인 2020년 사전투표 첫날 세운 13만6000표에서 123% 증가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조지아는 펜실베이니아(19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선거인단(16명)을 보유한 격전지다. 2016년 대선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대선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곳에서 승기를 잡고 대통령에 최종 당선됐다.
노스캐롤라이나는 최근 허리케인 '헬렌'으로 극심한 타격을 입은 지역이지만, 태풍도 주민들의 정치 참여 열기를 잠재우진 못했다. 노스캐롤라이나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사전 투표 첫날에만 35만3000명이 한 표를 행사하며 직전 대선 때 기록(34만8000명)을 넘어섰다. 현재까지 310만여명이 사전투표를 마친 노스캐롤라이나는 민주당원과 공화당원의 투표율이 33% 대 34.1%로, 유권자의 당적 데이터를 제공하는 경합주 가운데 가장 초접전인 지역이다. 이밖에 애리조나에서는 공화당의 투표율(41.9%, vs 민주당 34%)이 강세를 보였으며, '경합주 중의 경합주' 펜실베이니아에서는 민주당의 투표율(57.8%, vs 공화당 31.6%)이 크게 앞섰다.
다만 선거 전문가들은 이러한 사전 투표 통계를 판세 분석의 근거로 삼기엔 무리가 있다고 지적한다. 사전투표에 참여한 유권자의 당적 데이터를 제공하는 주는 전체 50개 주의 절반인 25개 주뿐이며, 그마저도 유권자의 당적만 확인할 수 있을 뿐 이들이 최종적으로 누구에게 한 표를 행사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기 때문이다. CBS 뉴스 선거법 관련 기고자인 데이비드 베커 CEIR 대표는 "정당별 사전 투표의 분포가 선거 결과를 예고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공식 투표 결과가 완전히 집계되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물론 역대 미 대선을 되짚어보면 높은 사전 투표율은 민주당엔 호재라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통상 사전투표는 대선 당일 투표소 접근이 어려운 사회적 약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이들은 민주당을 지지할 확률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NBC뉴스 통계상으로도 민주당 유권자의 사전투표율이 약 42%로 공화당 유권자의 투표율(40%)을 소폭 앞선 상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에서 기존의 선거 공식이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하며 우편을 통한 사전투표의 신뢰성에 의구심을 표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돌연 태세를 전환해 사전투표 독려에 나섰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폭스뉴스 라디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정말 복잡한 심경이지만 나도 사전 투표를 할 것"이라며 지지자들의 동참을 촉구했다. 조지아·노스캐롤라이나 등 경합주에서 사전 투표율이 잇따라 기록을 경신하는 등 투표 열기가 예상을 뛰어넘자 전략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2020년 대선 당시 28%포인트에 달했던 민주당과 공화당의 우편 사전투표율(52% 대 24%) 격차는 현재 10%포인트까지 좁혀진 상태다.
물론 공화당 지지층의 우편 투표 참여 증대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득표율 상승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어차피 트럼프 전 대통령을 찍었을 사람들이 단순히 투표 수단을 바꾼 것에 지나지 않는 조삼모사로 끝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찰스 스튜어트 3세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 정치학 명예 교수는 "사전 투표 급증이 트럼프와 다른 공화당 후보들에게 더 많은 표를 가져다줄지는 아직 불분명하다"며 "그저 선거 당일 투표하던 사람들이 평소보다 일찍 투표장에 나타나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사전투표의 주된 효과는 이러한 제도가 없었다면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을 사람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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