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 북한군 최소 1만1000명”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당초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대통령실이 30일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보 당국은 이미 실행된 북한군 파병 규모를 최소 1만1000명 이상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그중 3000명 이상은 러시아 서부 교전 지역 가까이 이동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가정보원은 전날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러시아에 올해 연말까지 총 1만900명을 파병할 것”이라고 보고했지만, 이미 1만1000명의 북한군이 러시아 땅을 밟고 있다고 대통령실이 하루 만에 밝힌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8일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실제 전선 투입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이뤄질 수 있는 엄중한 상황”이라고 우려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전선 가까이 이동한 3000명의 북한군이 어디로 투입됐는지에 대해선 “몇 군데로 나눠서 현지 적응 훈련을 하는 것으로 본다”며 “전방인 쿠르스크 지역으로 갈 수도 있고, 일부는 도네츠크 남부 지역으로 보낼 수 있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인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가 최근 북한을 다시 다녀왔다는 사실도 밝혔다. 이 관계자는 “(북한군 파병을 확인한) 정보당국 발표 이후 국제사회의 규탄이 시작되자 러시아 쇼이구 서기가 10월 23~24일까지 평양을 방문했고, 최선희 북한 외무상은 현재 러시아에 방문해 있는 등 (북·러가) 긴급히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북한군은 러시아의 군복, 러시아의 무기 체계를 사용하면서 러시아 군 체제로 편입된 위장 파병 형태를 취하고 있다”며 “의사소통 문제 등 여러 가지 장애 요인이 감지되고 있어 실제 전투에 언제 참여할지에 대해서는 계속 관찰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북한군이) 현지에서 실전 경험을 쌓고 현대전 전술을 습득하면 우리에 대한 직접적 군사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어 우리도 방어적으로 정당하게 그들의 활동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며 “전황분석팀이라 부르든, 모니터링팀이라 부르든 북한군의 활동과 전황을 모니터링하고 분석할 팀을 미리 만들어 보낼 준비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북한 상황과 관련해선 “북한 내부적으로는 주민 동요를 막기 위해 안간힘”이라며 “장교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고, 파병 군인 가족에게는 훈련을 갔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북한 주민이나 전방 부대 군인이 강제 차출에 대해 우려하면서 여러 가지 입소문이 퍼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방정보본부 “북, ICBM 발사대 배치…미 대선 겨냥해 발사 가능성”
정보당국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발사 준비를 끝마쳤다고 판단했다. 러시아에 군을 파병하는 위험한 도박을 감행하고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 대선을 앞두고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한 장거리 미사일 도발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본격적인 ‘판돈 올리기’에 나선 모양새다.
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간사인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방정보본부 국정감사 뒤 언론 브리핑을 통해 “(군은)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 가운데 우주발사체(SLV) 기술에서의 군사협력을 가장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내용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ICBM급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준비는 끝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여당 간사인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은 “ICBM 텔(TEL·이동식 발사대)은 특정 지역에 배치된 상황”이라며 “미 대선을 겨냥해 11월 ICBM 재진입 기술 검증을 위한 발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고체연료 기반의 ICBM인 화성-18형의 경우 TEL 위에 결합한 원통형 발사관(캐니스터)에서 발사한다. 언제든지 기습적으로 쏠 수 있어 김정은이 결심하면 하루이틀 안에도 발사할 수 있다는 게 군의 판단이다.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5월 실패한 군사정찰위성 2호기 발사에 대한 지상 엔진 시험도 이어가고 있다. 김정은이 올해 중 3기의 정찰위성 추가 발사 목표를 세웠기 때문에 올해가 가기 전에 최소 한 차례 추가 시도를 할 것으로 군은 예상하고 있다. 다만 발사 장소인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 발사장에서 발사체가 기립하거나 연료를 주입하는 등 ‘발사 임박’ 징후는 아직 포착되지 않았다고 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러시아와 북한 사이에 오고 간 인원들, 전략적 협력 사안 등을 비교해 보면 그동안 진전되고 개량된 수준의 정찰위성이 준비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이 다음 달 미국 대선을 전후해 7차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선 “언제든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국방정보본부도 이날 국감에서 “미국 대선을 전후해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를 이용한 핵실험 가능성이 있다”며 “내부 준비가 거의 끝난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했다.
◆한·미 연합작계, 핵전쟁 기반으로 발전=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30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펜타곤(국방부 청사)에서 제56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를 연 뒤 공동성명을 통해 “최근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해 한목소리로 가장 강력히 규탄하고 이를 국제사회와 함께 긴밀히 공조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앞으로 한·미 연합연습에 북한의 핵 사용 시나리오를 반영하는 방안에도 처음으로 합의했다. 현재 연합 작전계획을 ‘핵전쟁’ 기반 작계로 발전시키겠다는 취지로, 러시아의 대북 군사기술 지원에 힘입은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 가능성을 그만큼 엄중히 보고 있다는 의미다.
허진·이유정 기자, 워싱턴=이근평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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