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 여론전 치열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재계 분란 씨앗으로

황민혁,전성필 2024. 10. 31.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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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여파가 경제단체, 반도체 업계 등으로 확산 중이다.

행동주의 펀드의 기업 경영권 공격을 비판한 한국경제인협회 보고서가 회원사 영풍의 항의로 이어져 한경협이 수습에 진땀을 빼는가 하면, 고려아연과 영풍이 다투는 과정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끌어들이면서 이들 기업이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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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협 보고서에 항의 해프닝
삼성전자·하이닉스까지 불똥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여파가 경제단체, 반도체 업계 등으로 확산 중이다. 행동주의 펀드의 기업 경영권 공격을 비판한 한국경제인협회 보고서가 회원사 영풍의 항의로 이어져 한경협이 수습에 진땀을 빼는가 하면, 고려아연과 영풍이 다투는 과정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끌어들이면서 이들 기업이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한경협은 지난 21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주주제안, 위임장 대결 등 행동주의 캠페인이 성공한 기업은 장기적으로 기업가치가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기업이 경영권 방어에 천문학적 비용을 낭비하는 것을 막고 본업에 집중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내용이 고려아연·영풍의 경영권 분쟁과 엮여 해석되면서 영풍을 자극했다. “고려아연 경영 분쟁과 무관하다”는 한경협 측 사전 설명에도 불구하고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의 경영권 확보 시도가 장기적으로 고려아연 기업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분석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양측의 여론전이 격화하는 와중에 한경협 보고서가 본의 아니게 고려아연에 힘을 실은 셈이다.

영풍은 한경협에 회비를 내는 회원사고, 고려아연은 아니다. 영풍 쪽에서 보고서와 관련해 ‘왜 비회원사만 좋은 일 하냐’는 볼멘소리가 나온 이유다. 이에 한경협은 관련 기사를 작성한 기자들에게 일일이 연락해 수정 요청을 하는 등 뒷수습에 나섰다.

고려아연·영풍 갈등의 불똥은 반도체 업계로도 튀었다. 고려아연은 전날 오전 10시30분쯤 “고려아연의 황산 고객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품질 유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내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특히 “한 고객사가 요청서를 통해 ‘고려아연 반도체 황산의 안정적인 공급과 품질 유지를 요청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고려아연 쪽에 섰다는 해석을 낳을 수 있는 대목이다.

삼성전자 측은 보도자료 배포 전 해당 내용이 영업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며 배포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그런데도 고려아연 측은 배포를 강행했다가 삼성전자가 재차 항의하자 낮 12시쯤 고객사 이름을 삭제한 수정 보도자료를 냈다. 영풍도 가만 있지 않았다. 영풍은 “해당 반도체 기업에서 고려아연 측에 ‘통상적으로 품질 유지를 요청하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한 것’이라고 영풍 측에 알려왔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외부 관계사까지 자신들의 갈등에 끌어들이는 것은 상도덕에 어긋난다”며 “양측 모두 선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황민혁 전성필 기자 ok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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