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아이돌 외모 품평

한승주 2024. 10. 31.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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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은 극한 직업이다.

아이돌 연애마저 단죄하는 이런 상황에 BBC는 "악명 높은 K팝 문화"라고 비판했다.

고위직 임원 열람용으로 작성된 '음악산업리포트'의 일부인데, 소속 가수 포함 수많은 기획사 아이돌의 외모를 원색적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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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주 논설위원


아이돌은 극한 직업이다. 화려한 무대 너머 컨베이어 벨트에 놓인 상품처럼 숨 돌릴 틈 없는 현실이 있다. 흔히 ‘공장형 시스템’으로 불리는 K팝은 일본 언론의 표현대로 “빠른 주기의 육성과 소비”라는 산업적 병폐를 지닌다. 어린 나이에 연습생으로 들어가 수년간 보컬 랩 춤 트레이닝을 받는다. 아이돌 데뷔 이후엔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면서 5~6년은 회사의 투자금 회수와 수익 창출에 전념해야 한다.

그뿐인가. 사생활이 거의 없다. 올봄 걸그룹 에스파의 멤버 카리나가 이성 교제 사실을 공개한 후 팬덤의 질타를 받다 결국 사과한 일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아이돌 연애마저 단죄하는 이런 상황에 BBC는 “악명 높은 K팝 문화”라고 비판했다. 여기에 외모 품평에 대한 압박도 빠질 수 없다. 지속적으로 외모 평가와 비판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데, 대중이 기대하는 기준은 비현실적일 때가 많다. 부정적인 댓글들에 자존감이 무너지고 정신적 고통이 커진다. 때로는 외모에 가려 실력이 과소평가된다.

“놀랄 만큼 못생겼음. 그동안 못 뜬 이유가 되게 분명한 팀” “성형이 너무 심했음” “누구도 아이돌의 이목구비가 아님” “못생김의 시너지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수준” 같은 악성 댓글 같은 표현이 K팝을 대표하는 연예 기획사 하이브 내부에서 나왔다. 충격이다. 고위직 임원 열람용으로 작성된 ‘음악산업리포트’의 일부인데, 소속 가수 포함 수많은 기획사 아이돌의 외모를 원색적으로 평가했다. 이들의 실명을 언급하며 모욕적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특히 문건에 언급된 아이돌 중에는 미성년자가 적지 않다. 명예훼손에 해당할 여지도 크다.

지난 24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사실이 공개된 후 파장이 커지자 하이브는 닷새 만에 문건의 부적절함을 사과했지만 일단락되긴 힘들어 보인다. 방시혁 의장이 직접 간부들에게 이 문서의 공유를 지시한 이메일 기록도 새롭게 드러났다. K팝의 어두운 민낯을 보여주는 민망하고 창피한 일이다.

한승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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