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검찰 위기설과 티메프 수사
검찰 위기설이 다시 증폭되고 있다.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불기소 처분 이후 야당의 압박이 전례 없이 거세지고 있어서다. 민주당은 책임자인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최재훈 반부패2부장 탄핵을 추진 중이다. “살아있는 권력을 봐주는 검찰청을 폐지해야 주식시장이 산다”는 주장도 공개적으로 나온다. 조직을 아예 없애겠다는 주장까지 나오니 위기설이 생산·유통되는 게 당연하다.
야당발 검찰 위기설은 과장된 측면도 있다. 우선 검찰청 폐지법안 등은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를 할 게 명백한 만큼, 야당 단독으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 수사검사 탄핵 역시 야당 입장에서도 후폭풍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카드다. 설령 일부 검사들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그게 조직 전체의 위기라고 하긴 어렵다.
오히려 검찰 위기설의 실체적 단면을 보여준 건 7월 말부터 진행 중인 티몬·위메프(티메프) 수사다. 검찰의 티메프 수사는 지난 10일 구영배 큐텐그룹 회장 등 경영진에 대한 구속영장이 모조리 기각되며 한 차례 제동이 걸렸다. 중앙지검 내부에선 “피해자만 수십만 명인데 법원이 너무 안일하게 판단한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실제 검찰 안팎에선 결과에 놀란 이들이 적지 않았다. 검찰총장 지시로 정예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두 달 넘게 진행한 중간 수사결과에 법원이 의문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당시 영장기각 사유를 보면 구영배 회장에 대해선 “범죄 혐의를 다툴 여지가 있다”, 류광진 티몬 대표와 류화현 위메프 대표에 대해선 “범죄성립 여부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판단이 각각 영향을 미쳤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수사가 제대로 안 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문제의 징후는 통계로도 나타난다. 검찰이 처리한 피의자 수는 2019년 236만1611명에서 지난해 150만2925명까지 줄었지만, 3개월이 초과돼 사건을 처리한 비율은 외려 6.8%에서 10.2%로 대폭 늘었다. 티메프 수사 역시 어느새 전담수사팀 구성 이후 3개월이 지났다.
검찰은 수사권 조정, ‘검수완박’ 국면에서 검찰 수사가 본연의 업무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요즘은 “범죄대응 DNA가 약해졌다. 요즘 우리 조직의 문제”(수도권 부장검사)라는 내부 진단이 나온다. 본업의 경쟁력이 훼손되는 것보다 더 큰 위기가 있을까. 더 이상 불신이 커지기 전에 수사력 제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한영익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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