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왜 미국만 잘 나가나

권기석 2024. 10. 31.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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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전한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그룹(WBG) 연차총회의 주요 토픽은 '왜 미국만 잘나가는가'였다.

각국 정부와 금융권 수장들의 최대 관심사는 미국 대선에서 누가 승자가 될 것인가였지만, 미 경제의 호황 비결에 관해서도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고 한다.

미국 경제는 정말 잘나간다.

IMF가 지난주 발표한 '10월 세계경제전망'에서 올해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7월보다 0.2% 포인트 오른 2.8%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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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석 경제부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전한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그룹(WBG) 연차총회의 주요 토픽은 ‘왜 미국만 잘나가는가’였다. 각국 정부와 금융권 수장들의 최대 관심사는 미국 대선에서 누가 승자가 될 것인가였지만, 미 경제의 호황 비결에 관해서도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고 한다.

미국 경제는 정말 잘나간다. 한때 상승률이 9%를 넘었던 물가가 안정을 찾아가는 가운데 실업률은 낮고 소비는 활발하다. IMF가 지난주 발표한 ‘10월 세계경제전망’에서 올해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7월보다 0.2% 포인트 오른 2.8%였다. 선진국 가운데 최상위권으로, 캐나다(1.3%) 영국(1.1%) 프랑스(1.1%) 일본(0.3%) 독일(0.0%)은 그 절반에도 못 미친다. IMF 전망이 현실이 되면 한국(2.5%)은 2년 연속 성장률에서 미국에 뒤처지게 된다.

미국 경제가 유독 좋은 비결은 생산성 향상에 있다. IMF·WBG 연차총회에서도 왜 미국의 생산성이 좋은지에 관한 논의가 많았다고 한다. 영국 BBC는 지난 1월 보도에서 미국 경제가 유럽보다 앞서는 이유를 ①팬데믹 시기 수조 달러 투입 ②유연한 노동시장 ③에너지 비의존성 세 가지로 들었다. 이 중 유연한 노동시장은 팬데믹이라는 위기를 기회로 바꾼 바탕이 됐다. 호텔의 변신이 대표 사례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영이 어려워지자 미국의 호텔들은 직원을 해고하고 서비스 방식을 전환했다. 고객이 스마트폰으로 체크인, 체크아웃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고 방 청소 횟수를 줄였다. 우버이츠와 같은 배달 음식이 보편화하면서 룸서비스도 없앴다. 팬데믹 이전보다 직원이 줄었어도 호텔은 잘 돌아갔다. 생산성이 오른 것이다.

해고가 쉬운 환경이 ‘실업자 천국’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정부의 막대한 재난 지원금과 확장된 실업보험 덕분에 미국인들은 직업을 잃었어도 생활할 수 있었다. 이들의 소비 덕택에 산업은 후퇴하지 않았고, 기업들은 팬데믹 이후 다시 대대적 고용에 나섰다. 그 결과 수년간 미국은 완전고용에 가까운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미 시사주간지 ‘디 애틀랜틱’ 보도에 따르면 이런 환경은 임금 협상에서 노동자를 우위에 서게 한다. 고용주들이 서로 경쟁하며 노동자를 유치하기 위해 임금을 인상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아마존 월마트 맥도날드 등 전통적으로 임금이 낮은 기업들도 임금을 인상하고 복지를 확대했다. 고물가 시대임에도 평균적으로 미국인의 임금은 물가가 오른 것보다 더 많이 올랐다. 특히 저소득층의 임금 인상이 두드러졌다. 2019년 말부터 지난해 말까지 하위 10% 계층의 임금은 중산층의 4배, 상위 10% 계층의 10배 이상 빠르게 상승했다. 그러면서 인종 간, 연령 간, 학력 간 임금 불평등이 감소했다. 소비를 중심으로 성장이 일어날 환경이 갖춰진 것이다. IMF도 정확히 이 지점을 성장률 전망 상향 근거로 제시했다. IMF는 “(성장률 전망 상향은) 소비의 강세 덕분이며, 이는 저소득층 가구의 실질임금이 견고하게 증가하고 자산 효과가 발생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미국식 소득주도성장’을 하는 동안 한국의 성장 환경은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 3분기 성장률 결과에서 알 수 있듯 전통적 성장 동력인 수출은 상승세가 꺾이고 있고, 소비를 일으킬 임금 상승도 충분하지 않다. 대다수 자영업자는 대출 원리금을 갚는 데 허덕이고 있고,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소득 및 자산 격차는 계속 벌어진다. 경제 여건이 미국과 다르지만 성장할 수 있는 가장 유효한 방법이 생산성 향상이라는 건 모두가 안다. 이를 위한 구조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권기석 경제부장 key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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