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가 있는 아침] (250) 시인 매창을 만나다
2024. 10. 31. 00:36
시인 매창을 만나다
진순분(1956∼ )
이화우 대신 이슬비 내리는 부안 땅
묘비 이름 비에 젖어 음각도 선명한데
술 한 잔 따라 올리며 시혼을 불러본다
운명적 사랑으로 주고받은 화답시
촌은은 떠나가고 사무치는 슬픈 별사
눈물로 명주 저고리 옷고름 적시는 밤
매화가 핀 창밖엔 하염없는 빗줄기
애절한 거문고 소리 시조 한 수 읊으면
긴 이별 절창이 되어 시비로 울고 섰다
-바늘의 필적(다인숲)
유장한 한국시의 전통
오늘의 여류 시인이 부안에 가서 400년 전 선배 시인 매창을 만난다. 촌은은 매창의 연인 유희경의 호. “이화우 흩뿌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님”의 정서는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다. 길고 긴 시간의 강을 건너 그 마음을 시조로 전하고 화답하는 것이 신비롭지 아니한가? 우리는 700년 된 전통시가 있어 그것이 가능하다. 매창의 노래나 진순분의 시나 똑같은 형식의 시조이기 때문이다. 참으로 유장한 한국시의 전통이다.
진순분의 이런 작업은 선인들의 세계와 시조로 소통하고 있다는 점에서 독특한 가치를 지닌다. 인공지능의 시대, 점차 마비돼가는 전통의 힘을 우리는 시조를 통해 지킬 수 있다. 그것은 매주 고시조와 현대시조를 번갈아 싣고 있는 이 난의 의도이기도 하다.
유자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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