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태원의 메디컬 인사이드] 위고비 열풍 톺아보기

민태원 2024. 10. 31.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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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빼는 약’ 위고비가 국내에 들어온 지 2주가 지났다. 예상대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한번 찐 살은 빼기가 굉장히 어려운데 1주일에 1회 스스로 주사해 체중 감량에 성공할 수 있다니, 다이어트에 목맨 사람들은 혹할 수밖에 없다.

인터넷, SNS에는 위고비 사용 후기가 넘쳐난다. 글 올린 이들이 약 사용 기준에 해당되는지, 진짜 의사 처방을 받았는지는 알 수 없다. 위고비는 체중과 키로 계산한 체질량지수(BMI)가 30 이상 고도비만이거나 27 이상 비만에 해당되고 고혈압 당뇨병 등 동반 질환이 있는 성인들이 처방받도록 돼 있다.

그런데 실제로는 해당 기준에 맞지 않아도 미용이나 체형 교정 목적의 처방이 이뤄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의사가 허가 기준 밖의 대상에게 이른바 ‘오프 라벨(off label) 처방’을 해도 불법은 아니다. 온라인에는 위고비 처방이 손쉬운 병의원이나 약국 위치는 물론 비용까지 비교·정리한 정보지가 떠돌고 있다.

비만학회가 “비만은 치료받아야 할 질병”이라며 위고비 처방이 비만병 환자에게 한정돼야 한다는 성명까지 발표했지만 잘 먹히지 않는 분위기다. 비급여 약값이 한 달에 50만원 안팎으로 만만치 않음에도 일부에선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날씬함이 선호되는 다이어트 문화가 자리잡은 우리 사회의 씁쓸한 단면이다.

현재 위고비는 글로벌 공급량이 달리는 상황이다. 본래 취지와 달리 미용 목적의 처방이 남발되면 정말 약이 절실한 비만병 환자들이 사용할 기회를 얻지 못할 수 있다. 비만은 일반적으로 저소득층에게 많고 이들은 약이 있어도 치료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위고비 상륙으로 가장 우려되는 점은 그간 유행한 수많은 다이어트 제품과 방법이 그랬던 것처럼 오남용의 가능성이다. 실제 비대면 진료가 오남용을 부추기는 경로로 악용된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통하면 BMI나 동반 질환 등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쉽게 위고비를 처방받을 수 있음이 국정감사에서 확인됐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묻지마식 처방은 약장사와 다를 바 없다”며 일부 의사의 비윤리적 행태를 꼬집었다. 보건 당국이 비대면 진료 시 해당 약의 처방 금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는데, 서둘러 대책을 내놔야 할 것으로 보인다.

모든 약이 그런 것처럼 위고비 또한 부작용이 있다. 그리고 결코 간과해선 안 된다. 구토 설사 변비 오심 복통 두통 등 가벼운 것도 있지만 급성췌장염이나 담석증·담낭염 같은 심각한 부작용도 있다.

덜 부각됐지만 근육 소실도 유의해야 한다. 위고비와 같은 계통의 비만 치료제는 지방이 빠지면서 근육도 같이 빠진다. 따라서 반드시 단백질 식사와 운동을 통해 근육을 보충해 줘야 빠진 체중을 유지할 수 있다. 위고비를 사용하다 끊으면 다시 살이 찌는 요요 현상이 발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노년층의 근육 소실은 낙상으로 이어져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일선 현장에선 위고비 처방을 원하는 고령층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위고비 사용법이 잘못 알려진 부분도 있다. 일부 유튜브에서 위고비 고용량 제품을 소분하면 더 오래 맞을 수 있다는 황당한 내용이 유통되고 있다. 전문가에 의하면 한번 사용한 약은 6주가 지나면 변성되므로 나눠 맞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보건 당국은 해외 직구를 통한 불법 제품의 유통 차단뿐 아니라 이처럼 유튜브 등을 통해 올바르지 못한 정보가 흘러다니는 것도 철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

조만간 위고비보다 체중 감량 효과가 더 높게 보고된 비만 치료제가 국내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휘발성 강한 다이어트 약으로 인한 더 이상의 혼란을 막고 국민 건강을 지키려면 이번에 제도적 개선책을 확실히 만들어 놓을 필요가 있겠다. 건강한 다이어트에 대한 교육·홍보도 중요하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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