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野만 추천 특검, 대통령 임명권 박탈” vs “최순실 주장과 같아”

구자창,박장군 2024. 10. 31. 00:2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상설특검 등 ‘45개 법안’ 심사 28일 운영위 소위 ‘5시간’ 전말
국회 운영위원회 산하 운영개선소위원회 박성준 소위원장이 지난 28일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운영개선소위는 상설특검 후보 추천에서 여당 몫을 배제하는 내용의 규칙개정안을 야당 단독으로 처리했다. 이병주 기자


“대한민국 헌정사에 길이 남을 기행(奇行)으로 보여집니다.”

국민의힘 배준영·주진우·강명구 의원은 지난 28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회 운영개선소위원회 도중 회의장을 나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상설특검을 밀어붙이는 야당이 특검 후보 추천위원회에서 여당의 추천 자격을 배제하는 국회 규칙개정안을 ‘날치기’ 처리했다고 항의한 것이었다. 야당은 내년도 예산안 심사의 법정 기한이 지나도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지 않도록 하는 ‘예산안 자동부의제 폐지’ 법안(국회법 개정안) 등도 여당이 퇴장한 상태에서 단독 처리했다. 사법·행정 영역에서 정부·여당을 무력화시키는 내용의 법안들이었다.

국민일보는 지난 28일자 78쪽 분량의 운영개선소위 회의록을 입수해 당시 비공개회의의 전말을 파악했다. 여야는 당일 오전 10시34분부터 낮 12시34분, 오후 2시31분부터 5시44분까지 약 5시간 동안 45개 법안의 심사를 진행했다.

회의장에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한 건 오전 회의 막바지인 점심 무렵이었다.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 알권리 차원에서 논의 과정을 공개해도 문제없지 않으냐”며 오후 회의 공개를 소위원장인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요구했다. 그러나 박 위원장은 “비공개가 원칙”이라며 바로 일축했다.

오후부터 각 법안을 두고 한 치의 양보 없는 설전이 벌어졌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상설특검 관련 개정안을 두고 “‘네 죄를 네가 알렸다’는 식의 조사 절차를 만들면 안 된다. 상설특검을 국회규칙으로 이런 식으로 만들면 위헌적 소지가 있다”고 반대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자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에서 위헌적인가”라고 되물었다. 이에 주 의원은 “대통령의 실질적인 특검 임명권한을 박탈하면 안 된다는 게 법무부의 의견”이라고 맞섰다.

이 의원은 기다렸다는 듯이 준비한 자료를 돌리며 “주 의원 말은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씨가 헌법소원을 제기할 때 했던 주장”이라고 역공을 폈다. 그는 “(헌법재판소는) 두 야당의 합의로 행사하게 한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법’은 위헌이 아니라고 했다. 특검을 어떻게 추천할 것인지 판단은 국회의 폭넓은 재량이 인정된다고 했다”고 몰아붙였다. 이에 주 의원은 “그건 여야 합의를 전제로 한 것”이라며 “이 (헌재) 결정문은 저희 쪽에서도 인용할 수 있다”고 재반박했다.


예산안 자동부의제 폐지 법안을 놓고도 격론이 펼쳐졌다.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은 “예산을 인질로 잡아서 국정운영을 어렵게 만드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법정시한을 지켜야 할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이 대목에서 민주당 내부에서도 엇갈린 의견이 나왔다. 윤종군 의원은 “국회 예산심의권이 굉장히 취약하다”며 법안 통과를 주장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이 법안의 장단점과 부작용을 충분히 논의하고 필요하면 차년도(2026년도) 적용을 전제로 심사숙고하자”고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긴장이 최고조로 달한 건 오후 5시쯤이었다. 박 소위원장은 “충분한 토론이 있었다. 지금까지 논의 결과를 반영해 의결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배 의원은 “어느 하나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는데 의결한다는 건 여태까지 많은 소위에 들어갔지만 보지 못한 일”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이소영 위원도 예산안 자동부의는 올해는 적용시키면 안 된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박 소위원장은 “각 당의 의견을 충분히 수용했다”며 이를 묵살했다.

민주당이 발의한 ‘국회 동행명령장 대상 확대’ 법안 등 여야 이견이 컸던 다른 안건도 그대로 소위를 통과했다. 대통령 본인이나 배우자의 범죄 혐의 등 이해충돌 여지가 있는 사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한 특별법은 격론 끝에 처리되지 않았다. 해당 법안을 발의한 야당도 “헌법상 권한인 재의요구권을 법률로 제한하는 건 위헌 소지가 크다”는 여당 주장을 감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배 의원은 30일 통화에서 “민주당 법안들의 내용이 정말 가관이다 싶어 회의 공개를 요청했지만 묵살당했다”며 “‘숨는 자가 범인’이라고 주장한 건 민주당”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에 김성회 민주당 의원은 “논의를 충분히 했고 본인들이 중간에 나갔는데 날치기라고 할 수 있느냐”고 반박했다.

구자창 박장군 기자 critic@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