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서 백화점 뗀다… ‘남매 독자경영’ 본격화
실적 개선 이마트, 계열 분리 신호탄
이 총괄회장 보유 지분 각각 상속
분리땐 이마트 재계 11위·百 26위
신세계그룹이 30일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하며 이마트와 백화점의 계열 분리를 공식화했다. 정용진(56) 그룹 회장의 여동생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남매 독자 경영 시대의 막이 올랐다.
정유경 회장은 2015년 12월 신세계 총괄사장으로 승진한 지 9년 만에 회장직에 올라 백화점 부문을 이끌게 됐다. 1972년생인 정유경 회장은 70년 이후 출생한 주요 대기업그룹 기업인 중 첫 여성 회장이 됐다.
재계에선 정유경 회장이 정용진 회장의 승진으로 공석이 된 그룹 부회장직에 오를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이런 예상을 깨고 곧바로 회장직에 오른 이번 인사는 소비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는 유통 환경에서 안정적인 실적을 내고 있는 정유경 회장의 경영 능력을 인정하는 동시에 신세계그룹의 이마트와 백화점 계열 분리를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신세계그룹은 “정유경 총괄사장의 회장 승진은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계열 분리의 토대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며 “올해는 본업 경쟁력 회복을 통한 수익성 강화 측면에서 성공적인 턴어라운드가 가시화되고 있어 계열 분리를 시작하는 데 적절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신세계그룹의 이번 계열 분리는 예정된 수순이었다고 본다. 97년 삼성그룹에서 독립한 신세계그룹을 이끌어온 이명희 총괄회장은 2011년 이마트와 백화점을 두 개 회사로 나눠 계열 분리의 초석을 다졌다. 이마트는 장남 정용진 회장에게, 백화점은 딸 정유경 회장에게 맡기며 ‘남매 경영’ 체제를 유지해 왔다.
2019년에는 ㈜신세계와 ㈜이마트가 실질적인 지주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백화점 부문과 이마트 부문을 신설했다. 이마트 부문은 이마트, 스타필드, 스타벅스, 편의점과 이커머스 사업을 전개했고 백화점 부문은 신세계백화점을 중심으로 패션·뷰티, 면세, 아울렛 사업에 주력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신세계그룹 매출액은 37조9580억원으로 국내 유통기업 중 가장 컸다. 공시 기준 이마트 부문의 지난해 매출이 29조4722억원으로 백화점 부문(6조3571억원)의 5배 수준이다. 시가총액도 이날 종가 기준 이마트가 1조8091억원으로 신세계(1조4906억원)보다 규모가 크다.
다만 수익성 면에서는 백화점 부문이 더 높다. 지난해 연결기준 백화점 부문은 영업이익 6398억원을 기록했지만, 이마트 부문은 영업손실 469억원을 기록했다.
신세계그룹은 올해 이마트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에서 계열 분리를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올 상반기 기준 이마트 부문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19억원 증가한 125억원으로 흑자 전환했으며, 153여개 점포망을 기반으로 올해 연 매출 3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백화점 부문은 올해 상반기 매출 3조2091억원, 영업이익 2805억원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거두고 있다.
이 총괄회장은 지난 3월 정용진 회장 승진 인사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인사에서 지분 구조는 그대로 뒀다. 현재 이마트 지분은 정용진 회장 18.6%, 이 총괄회장 10.0%, 국민연금공단 8.2% 순으로 나눠져 있다. 신세계 지분은 정유경 회장 18.6%, 국민연금 11.2%, 이 총괄회장 10.0% 순으로 보유하고 있다. 2016년 남매간 주식교환이 이뤄졌고 2020년 이 총괄회장이 남매에게 각각 이마트·신세계 지분을 8.2%씩 증여해 현재 구조가 됐다.
앞으로 승계와 계열 분리,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서 큰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이 총괄회장이 보유한 이마트·신세계 지분이 남매에게 각각 상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 총괄회장이 보유한 지분을 누구에게 넘겨주든 정용진·정유경 회장의 최대주주 지위는 유지된다.
완전한 계열 분리를 위해선 신세계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에 계열 분리 심사를 받아야 한다. 공정거래법상 친족 기업 간 계열 분리를 하려면 상장사 기준 상호 보유 지분이 3% 미만이어야 하며 임원 겸임과 자금 대출도 없어야 한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당장 계열 분리를 단행하는 것이 아닌 준비 과정이라 아직 공정위 심사 계획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며 “다른 기업 사례를 볼 때 수년이 걸리는 경우도 있어 마무리 시점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대로 계열 분리가 이뤄지면 이마트 부문은 재계 11위, 백화점 부문은 26위권에 각각 오르게 된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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