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구하기’ 특명…외부에서 온 구원투수 [CEO LOUNGE]

나건웅 매경이코노미 기자(wasabi@mk.co.kr) 2024. 10. 30. 21: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임병선 SPC 신임 대표

경영 공백 리스크가 커진 SPC그룹이 신세계그룹에서 35년간 몸담아온 임병선 총괄사장을 신임 대표이사(62)로 내정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과 황재복 전 SPC 대표가 민주노총 노조 탈퇴 종용 혐의로 재판을 받는 상황에서, 풍부한 경험을 갖춘 임 신임 대표가 그룹 이미지 개선과 경영 안정화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962년생/ 서울대 농화학과/ 1989년 신세계그룹 입사/ 2009년 신세계 백화점부문 상무보/ 2016년 신세계 경영전략실 부사장/ 2019년 신세계까사 대표/ 2021년 신세계 전략실 신사업TF 대표/ 2024년 SPC 총괄사장 대표(현) [일러스트 : 강유나]
신세계그룹 33년 재직…경험 풍부

신세계까사 대표…검증된 경영 역량

SPC는 이사회를 열어 임 대표를 선임하고 인사·법무·대외 협력·홍보·컴플라이언스(준법 경영) 분야를 맡길 예정이다. 안전 경영, 상생 협력 등 업무를 관장하는 기존 도세호 대표이사와 함께 각자 대표로서 ‘투톱 체제’를 꾸릴 전망이다. 임 대표는 SPC삼립, 파리크라상 등 SPC그룹 계열사 사장단 협의체인 ‘SPC WAY 커미티’ 의장 역할도 수행하게 된다. 2020년부터 운영 중인 SPC WAY 커미티는 각 계열사가 SPC 경영 철학과 비전, 핵심 가치를 따르도록 하는 협의체다.

SPC는 대대로 2명 각자 대표 체제를 고수해왔다. 직전까지는 판사 출신 강선희 전 대표가 법무·대외 협력·홍보 등 이른바 ‘바깥일’을, SPC에서만 30년 넘는 경력을 갖춘 황재복 전 대표가 인사와 사업관리 등 ‘안살림’을 맡아왔다. 하지만 올해 4월 강 전 대표가 돌연 사임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강 전 대표는 총선에 출마하는 남편 선거 운동을 돕는다며 취임 약 1년 만에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여기에 황재복 전 대표 역시 파리바게뜨 제빵기사에게 민주노총 탈퇴를 강요한 혐의로 구속되면서 경영 공백이 가시화됐다. 도세호 비알코리아 대표가 SPC 대표를 겸임하며 4월부터 그룹 업무를 총괄해왔지만, 빈자리를 채울 경영진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위기에 처한 SPC그룹 ‘구원투수’ 격으로 신임 대표에 오른 인물이 임 사장이다. 임 사장은 신세계그룹에서만 35년을 근무한 경영 전문가다. 서울대 농화학과를 졸업한 그는 1989년 신세계에 입사해 2009년 신세계 인사담당 상무보, 2012년 신세계 경영전략실 상무를 거쳐 2016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신세계그룹 가구·인테리어 자회사 신세계까사 대표이사를 역임하다 2021년 신세계 백화점부문 부사장을 맡았다.

신세계그룹에서는 주로 인사 업무를 담당한 덕에 ‘인사통’으로 불렸다. 과거 내부 출신 대표가 맡았던 인사 업무를, 이번에는 외부 출신인 임 사장에게 전격 위임한 배경이다. 특히 신세계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경영전략실에서 10년 이상 일한 경험은 임 사장 주요 자산이다. SPC그룹 내 계열사와 브랜드 전체 경영 방향을 결정하는 점에서 역량을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그룹 재직 당시부터 워낙 꼼꼼하고 효율적인 경영 방침으로 유명했다”며 “대기업인 신세계 관리 방식과 조직문화 이식을 노린 듯하다. 경영 안정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SPC그룹에 제격인 인사”라고 평했다.

최고경영자로서 역량도 검증된 편이다. 신세계까사 대표 재임 시절 기업 실적을 크게 개선한 바 있다. 신세계그룹 편입 직전이었던 2017년 말 신세계까사 연결 기준 매출액은 1100억원 수준이었다. 인수 이후인 2018년 매출은 1096억원으로 오히려 소폭 떨어진 바 있다. 하지만 임 대표 내정 이후인 2020년에는 1634억원, 2021년에는 2301억원으로 크게 뛰었다. 임 대표 주도 아래 온·오프라인 유통망 확장과 관련 인프라 구축에 힘을 쏟으면서 외형이 크게 성장했다. SPC그룹 관계자는 “임 대표가 조직문화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고 계열사 사이 소통을 강화해나갈 것으로 기대한다”며 “2030년까지 매출 20조원 등 글로벌 확장에 초점을 맞춘 SPC그룹 비전 ‘글로벌 그레이트 푸드 컴퍼니’ 실현에 임 대표가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SPC그룹이 글로벌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최근 파리바게뜨는 캐나다 토론토에 매장을 내며 600호점 돌파에 성공하기도 했다. (SPC그룹 제공)
임병선 대표 앞에 놓인 과제

순항 중인 글로벌 사업에 박차

당장 허영인 회장 사법 리스크와 노사 갈등, 그리고 잇따른 논란으로 악화한 그룹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이 임 대표 앞에 놓인 숙제다. 경험 많은 외부 인사를 영입한 만큼, 그룹 쇄신에 드라이브를 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올해 9월부터 SPC그룹이 준법·상생 경영을 위해 자체 도입한 ‘공정거래 자율 준수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임 대표 주도 아래 기업 체질 개선에 나설 전망이다.

사업 확장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노사 갈등, 경영 공백과는 무관하게 SPC그룹 사업은 순항 중이다. 지난해 연결 기준 그룹 전체 매출은 약 8조1000억원으로 2020년 약 6조5000억원 대비 큰 폭의 외형 성장을 이뤘다. 같은 기간 해외법인 매출 역시 4000억원에서 6500억원까지 급증했다. 특히 식품업계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른 ‘글로벌’과 ‘푸드테크’ 측면에서 임 대표를 비롯해 SPC그룹 전체가 경쟁력을 강화해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SPC그룹은 최근 글로벌 확장에 더욱 힘을 쏟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2004년 중국을 시작으로 이후 미국·프랑스·영국·동남아 등으로 꾸준히 점포 수를 확대, 올해 글로벌 600호점을 돌파했다. 지난해 10월 500호점 돌파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다. 신규 진출 국가를 늘리는 한편 캐나다를 비롯한 북미 지역에서 올해에만 50개 매장을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SPC그룹 관계자는 “태국, 브루나이, 라오스 등에 추가로 진출 계약을 체결하는 등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며 “특히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에 건립 중인 ‘글로벌 할랄 인증 제빵공장’을 올해 말 가동해 중동 할랄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인공지능(AI) 활용에도 속도를 높이는 중이다. SPC가 구글과 손잡고 만든 차세대 상품 개발 모델인 ‘AI NPD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1500종이 넘는 배스킨라빈스 레시피 데이터와 해피포인트 고객 구매 데이터에 기반해 핵심 키워드를 도출, 생성형 AI로 제품을 개발하는 방식이다. 올해 3월에는 배스킨라빈스 신메뉴 ‘오렌지 얼그레이’를, 8월에는 ‘트로피컬 썸머 플레이’를 선보이기도 했다. SPC그룹 관계자는 “배스킨라빈스 외에도 SPC삼립, 던킨 등 생성형 AI를 활용한 제품 개발과 맞춤형 마케팅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건웅 기자 na.kunwoo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2호 (2024.10.30~2024.11.05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