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제 성폭행’ 범인 13년만에 죗값…무죄가 2심서 징역 8년된 이유

미제로 끝날 뻔한 성폭행 사건 범인으로 지목돼 재판에 넘겨졌다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4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대구고법 형사2부(부장 정승규)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 등 상해) 혐의로 기소된 40대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무죄를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8년을 선고했다고 30일 밝혔다.

재판부는 10년간 정보통신망 정보 공개·고지와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10년간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 제한, 5년간 보호관찰을 받을 것도 명령했다.

A씨는 2011년 3월 충북 청주에 사는 여성 B씨 집에 침입해 성폭행 범죄를 저지른 뒤 금품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로 기소됐다.

수사 당국은 당시 현장에 남아있던 DNA를 채취해 감식을 의뢰했지만, 일치하는 정보가 없어 A씨가 범인이라는 사실을 밝혀내지 못했다.

이후 2022∼2023년 수사 당국은 미제 사건을 전수 조사하면서 이 사건 범인 DNA 정보 등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데이터에 추가로 등록했다.

자칫 해당 사건은 미제로 남을 뻔했지만, 다른 성폭행 사건으로 처벌받은 A씨 DNA가 13년 전 B씨 집에서 채취한 DNA와 일치한다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면서 수사 당국은 지난해 5월 그를 재판에 넘겼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피해 여성과 일면식도 없고, 설령 성관계가 있었다고 해도 합의하에 이뤄졌을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지난 5월 1심 재판부는 B씨가 법정에서 증언한 범행 시각이 공소사실과 일치하지 않는 등 피해자 진술에 신빙성이 부족하다는 등 이유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검찰이 항소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A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범행 현장에서 채취한 DNA와 피고인 A씨 DNA가 일치하고, 피해 여성이 오랜 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범행 상황을 진술한 까닭에 그 내용이 공소사실과 일부 다를 수 있지만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동종 성폭력 범죄를 반복하는 점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