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100일 회견서 “당정 상생”…김 여사엔 “11월 매듭” 단호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30일 김건희 여사 문제에 대해 “11월에 매듭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김 여사 관련해 우려와 걱정이 있고, 그 문제가 중요한 부분인 것은 분명하다”며 “국민이 우려하는 지점에 대해서 과감하고 선제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하고 관철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긴박한 현안이 뒤엉킨 11월을 ‘운명의 달’로 본다. 10일은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반환점이다. 야권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15일)과 위증교사(25일) 1심 선고를 앞두고 ‘김건희 특검법’ 통과와 탄핵 정국 조성에 불을 지피고 있다. 5일(현지시각) 열리는 미국 대선, 북한의 러시아 파병 등 대외 정세도 요동치고 있다. 여당 고위 관계자는 “한 대표가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김 여사 문제 해결의 마지노선을 11월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한 대표는 여사 문제 해결을 위한 선결 조건으로 특별감찰관(특감)을 임명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 대표는 “특감은 관철돼야 하고 그렇게 될 것”이라며 “당이 그것조차 머뭇거린다면 국민은 ‘민심을 알긴 아는 거야’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여사 문제 해결에 나선 이유에 대해서는 “(여권의) 모두가 무엇이 문제인지 알지만,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았다”며 “집권당 대표라는 책임감으로 나섰다”고 했다.
한 대표는 이날 김 여사 문제에 대해 단호한 태도를 취했지만, 용산 대통령실을 향해서는 ‘상생’을 언급하며 온도차를 보였다. 한 대표는 “당정이 시너지를 높여 상생해야만 나라의 퇴행을 막는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다”며 “저는 윤 정부가 성공한 정부로 남길 누구보다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한·미 동맹 복원과 한·일관계 개선, 저자세 대북·대중외교 탈피 및 탈원전 정상화, 연금·의료·교육·노동 4대 개혁과제 추진을 정부 성과로 꼽았다. 그러면서 “다만 이런 성과들이 몇몇 상황에 대한 국민의 실망과 우려에 가려져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고 부연했다. 한 대표는 이어 “국민의 우려와 실망을 극복하지 못하면 개혁 추진이 어렵지만, 반대로 극복하면 제대로 힘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21일 윤 대통령과의 면담을 전후로 ‘여사 라인’ 인적 쇄신 등을 요구하며 대통령실을 줄곧 압박했다. 그러다 이날 상생을 강조했는데, 이는 당정의 극한 대립이 더 지속되다간 공멸한다는 위기의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학과 교수는 “한 대표 입장에서는 김 여사 문제를 조기에 매듭짓고 당정 갈등을 해소해야 민생 성과를 내고, 정치적 반경도 넓힐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이런 한 대표의 고민은 5000자 분량의 연설문에도 반영됐다는 평가다. 한 대표는 ‘쇄신’ 6차례, ‘변화’ 7차례, ‘민생’ 6차례, ‘개혁’ 11차례, ‘청년’을 8차례 언급했다. 반면 ‘김 여사’는 연설에서 직접 언급하지 않은 채 ‘국민 우려 지점’ 등의 완곡한 표현을 썼고, 이후 질의응답 과정에서 관련 문제를 언급했다. 여당 핵심 관계자는 “취임 100일을 겸허하게 돌아보는 취지인 만큼 연설에서는 비전 제시와 당정 협력에 방점을 찍었다”며 “다만 그 출발점이 김건희 리스크 해소임을 단호하게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1심 선고를 앞둔 이재명 대표에 대해서는 “민주당은 범죄 혐의 방탄을 위해 헌정 위기를 조장하고 사법 시스템을 난도질하는 폭력적인 정치 행태를 중단해야 한다”며 “국민의힘과 국민 그리고 제가 앞장서서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검사 탄핵 추진에 이어 사법부를 압박하고, 내달 2일 장외투쟁까지 벌이는 것을 지적한 발언”이라며 “2차 여야 대표 회담을 앞두고 이 대표를 압박하는 포석”이라고 설명했다.
한 대표는 내년 4월에 열릴 것으로 전망되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물음에 “원내·원외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당의 위기 극복에만 집중하고 싶다”고 답했다. 여당 당헌에 명시된 ‘당권·대권 분리 규정’을 고칠 것이냐는 질문에는 “당심과 민심이 정할 문제이고 너무 먼 이야기”라고 했다. 지금 대로라면 2027년 3월 3일에 열리는 대선에 출마하는 여당 대표는 대선 1년 6개월 전에 사퇴해야 한다. 2026년 6월 3일에 열리는 지방선거 공천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의미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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