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휴학 승인 절차 돌입한 대학들…과밀 수업, 의대생 설득은 과제

서지원, 최민지 2024. 10. 30.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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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 앞. 연합뉴스

정부가 의대생의 휴학계 승인을 각 대학의 자율에 맡기면서 대학들이 순차적으로 승인 절차를 시작했다. 발표 직후 고려대, 연세대 등 수도권 주요 의대가 휴학을 승인했고 다른 대학들도 시기를 논의 중이다.


휴학 승인 절차 돌입한 의대들

30일 대학가에 따르면, 내년도 증원이 없어 휴학 이후 과밀 수업이 상대적으로 덜한 서울권을 중심으로 휴학계 승인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고려대 관계자는 “전날 교육부가 ‘조건부 휴학’ 방침을 철회한 직후 곧장 550여명의 휴학 신청을 승인했다”며 “그간 교육부가 승인 불허 방침을 밝혔던 ‘동맹 휴학’을 휴학 사유로 써낸 학생은 거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학교만 승인을 결정하면 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가천대·경희대·성균관대·한양대·이화여대 등 수도권 주요 대학들도 휴학 승인 일자를 논의하고 있거나 할 예정이다.

서울대를 제외한 지역 국립대 9곳은 의대생 복귀를 끝까지 설득한 후 휴학을 승인할 계획이다. 한 국립대학 총장은 “의대 교수들이 학생을 만나 복귀 의사를 물어보고 있다”며 “마지노선으로 잡은 게 11월 초이기 때문에 그때까지는 한 명이라도 돌아오면 교육시킬 수 있다는 생각으로 설득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했다. 다른 국립대학 교무처장은 “휴학을 승인하면 등록금 문제나 학칙상 다른 학과와의 형평성 문제 등 간단치 않은 고민들이 생긴다”며 “관련 절차에 대한 학내 논의가 좀 더 필요하다”고 했다.


‘적법한 휴학계’ 판단, 과밀 수업 대비 대학 몫으로


지난 8월 대전의 한 의과대학 강의실이 텅 비어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2월부터 이어져 온 의대생의 수업 거부 문제는 휴학 승인으로 첫 단추를 풀었지만, 문제는 그다음이다. 한 지역 국립대 의대 교수는 “학생들이 내년 1학기에 돌아온다면 수업의 질 하락이 문제가 될 것이고 돌아오지 않는다면 수업 파행의 문제가 똑같이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증원 이후 가장 정원이 많아지는 전북대의 경우 내년 예과 1학년이 171명이다. 여기에 올해 예과 1학년인 142명이 합쳐져 300명이 넘는 인원이 한꺼번에 강의를 듣게 된다. 비수도권 한 의대 학장은 “증원을 많이 한 대학일수록 시설과 교수 부족 문제를 겪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의대가 있는 한 수도권 대학 관계자는 “학생이 많아지면 공간 문제가 가장 크다. 카데바 부족은 여러 대학이 겪는 현상이지만, 지방일수록 특히 심각할 수 있다”고 했다.

최근 국회예산정책처는 “9개 국립의대가 내년 채용을 동시에 진행하면 인력 확충 어렵다”며 “의료인력의 수도권 편중·선호 때문에 비수도권 국립대 교수 인력 확보가 어려울 전망”이라는 내용의 보고서(2025년도 예산안 위원회별 분석)를 내기도 했다.


“교육과정 단축 등으로 대비 가능”


지난 5월 한 의과대학 해부학 실습실이 텅 비어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분반과 교육과정 단축, 공간 증축 등으로 대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원하는 대학들은 교육과정을 최대 1년 단축해 의대생을 조기에 배출할 수 있다. 심민철 교육부 인재정책기획관은 “7500명이라는 숫자는 지난 5~6월부터 나온 이야기다. 각 대학이 교육과정 운영이나 강의실, 기자재 등 고민하면서 적절히 커리큘럼을 짤 것”이라고 했다.

증원 규모가 큰 한 국립대 관계자는 “다른 학과의 남는 공간을 의대 수업에 활용하거나, 의대 교육 공간을 증축 중이기 때문에 과밀 수업이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고 했다.


꿈쩍 않는 의대생들 “근본 조건 안 달라져”


지난 15일 강원대 춘천캠퍼스 총장실 앞에서 강원대학교 의과대학·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와 의대생들이 휴학 승인 절차를 원상 복구하고, 독단적 행동에 대해 사과할 것을 촉구하는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대생들의 설득도 남은 과제다. 정부는 많은 대학이 3학기 연속으로 휴학할 수 없도록 학칙으로 규정하고 있어서 내년 3월엔 학생들이 돌아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의대생 단체는 여전히 복귀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전날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휴학계 승인은 당연하고, 그 외 (조건이) 변한 것은 없다”고 했다. 한 국립대학 관계자는 “의대는 시험 족보나 전공의와의 관계 등 학생들이 집단행동에서 이탈하지 못하게 하는 압력이 크다”고 했다.

올해 본과 4학년의 국가고시 거부도 막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의과대학 교수는 “올해 아무 수업도 안 듣는 학생들이 어떻게 국시를 치겠냐”며 “올해 배출될 전공의, 의사가 없는 게 사실은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서지원·최민지 기자 seo.jiw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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