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승부수' 고려아연 2.5조 유상증자…영풍 "법적 대응" 반발
고려아연이 신주를 발행해 2조 5000억원 가량을 조달하는 유상증자에 나선다. 우리사주조합에 20%를 우선 배정해 우호 지분을 늘리고, 경영권 분쟁 중인 MBK파트너스·영풍의 지분은 희석하는 최윤범 회장의 ‘승부수’란 평가가 나온다. MBK·영풍은 유상증자를 막기 위해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30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유상증자 물량은 보통주 373만2650주로, 주당 발행가는 67만원이다. 고려아연이 앞서 공개매수로 취득한 소각 대상 자사주를 제외한 전체 발행주식의 20%에 해당한다. 현재 유상증자 규모는 2조5000억원으로 예상되지만, 청약 기간이 12월 3~4일이라 고려아연이 주당 가격을 변경할 가능성도 있다. 고려아연은 유상증자로 모은 자금 대부분을 채무 상환에 쓸 전망이다.
고려아연은 공개매수 이후 주식 거래량이 줄면서 상장폐지 가능성을 고려해야 할 상황이었다. 유상증자는 이런 리스크를 해소하고, 주식 유동성 증대로 주가 불안정성을 해소할 방법이 될 수 있다. 고려아연 측은 “다양한 투자자가 주주로 참여할 기회를 제공해 개방적인 지배구조를 마련하고, ‘국민 기업’으로의 도약을 추진한다”라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발행 신주의 80%는 일반공모를 하고, 20%는 우리사주조합에 우선 배정할 계획이다. 우리사주조합 지분은 최 회장 측 우호지분으로 분류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MBK·영풍은 고려아연 지분 38.47%를 보유하고 있고, 최 회장 측은 35.4%로 약 3%포인트 격차가 있다. 유상증자 후 우리사주조합을 최 회장 측 우호지분으로 포함하면 최 회장 측 지분이 36.06%로, MBK·영풍(35.56%)을 앞서게 된다. 고려아연은 우리사주조합을 제외한 모든 청약자에게 모집 주식의 최대 3%(11만1979주)까지 배정할 방침이어서, MBK 측이 유상증자에 참여해도 양측 지분 차이는 ‘초박빙’일 전망이다.
최 회장 측에선 유상증자를 통해 MBK·영풍의 지분을 희석하는 효과도 있다. 당초 고려아연이 자사주를 소각하면 MBK·영풍의 의결권 있는 지분은 40%대 중반까지 올라갈 전망이었다. 주총 출석률 등을 고려하면 MBK 측이 사실상 의결권 과반을 획득해 원하는 안건을 통과시킬 수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최 회장 측은 유상증자로 이를 저지하게 됐고, 만약 국내 주요 기업들이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면 우군을 추가로 확보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지분 희석으로 인한 기존 주주들의 반발은 과제다. 유상증자 소식에 이날 고려아연은 전 거래일 대비 29.94% 내린 108만1000원으로 거래를 마치며 하한가를 기록했다. 하루 만에 시가총액 9조5650억원이 증발하며, 코스피 시총 순위도 전날 10위에서 17위로 하락했다. 주가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향후 주주총회에서 캐스팅보트가 될 국민연금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 주목된다. 이날 고려아연은 이사진에게 MBK·영풍 측의 임시 주주총회 소집 청구에 대해 보고했지만, 구체적인 결론은 발표하지 않았다.
MBK·영풍은 유상증자 결정을 저지하기 위해 모든 법적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MBK·영풍은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들과 시장 질서를 유린하는 행위”라며 “고금리 차입금으로 주당 89만원에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해 회사에 막대한 재무적 피해를 줘 놓고, 그 피해를 이제 국민의 돈으로 메우려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관련 31일 현안 브리핑을 열기로 해 당국이 어떤 입장을 밝힐지 주목된다. 금감원은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불공정거래 조사, 고려아연·영풍에 대한 회계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최선을 기자 choi.sun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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