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벅도 올렸는데" 원두값 폭등…커피값 인상 딜레마

임온유 2024. 10. 3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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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등 이상기후에 저가·고가 원두 줄인상
브라질, 프랑스 등 최대 산지 원두 생육 부진
격한 경쟁에 100원 인상하기도 쉽지 않아

지구온난화로 인한 극심한 가뭄과 폭염에 전 세계 원두가격이 다시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인스턴트 커피에 주로 사용되는 로부스타부터 카페에서 쓰는 아라비카까지 역대 최고가 혹은 52주 최고가를 경신하며 급등세다. 원가 부담 증대에 업계 1위 스타벅스가 가격 인상의 신호탄을 쏜 만큼 카페 프랜차이즈들의 '도미노 인상'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다만 카페 시장 포화로 생존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터라 "올해까지는 끝까지 버텨보겠다"는 프랜차이즈가 대다수다.

저가 로부스타부터 고가 아라비카까지…이상기후에 원두값 급등

3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런던국제금융선물거래소(LIFFE) 로부스타 원두 가격은 전날 t당 4398달러로 마감했다. 이는 1년 전 t당 2453.95달러와 비교하면 79% 오른 가격이다. 올해 들어서만 46%가 급등했다. 지난달 26일에는 t당 5527달러로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는데 이후 오르내림을 반복하며 가격 불안이 지속되는 상태다.

로부스타가 인스턴트 커피의 주요 원료인 저가 원두라면, 아라비카 원두는 비교적 고급 원두로 카페 등에서 주로 쓰인다. 원두 가격 상승세는 아라비카도 마찬가지다. 뉴욕상업거래소(NYBOT) 기준 t당 5582.05달러로 1년 전 t당 3431.45달러보다 63% 올랐다. 올해 들어서만 30% 넘게 상승했다. 지난달 26일에는 52주 최고가인 t당 6038.4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아라비카 가격이 올랐던 건 이전에도 종종 있었던 일이다. 하지만 로부스타 가격이 급등한 것은 이례적이다. 로부스타는 병충해에 취약한 아라비카와 달리 지역을 가리지 않고 잡초처럼 잘 자라기 때문이다.

원두 가격을 끌어올린 것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이상기후다. 우리나라는 주로 베트남에서 로부스타를, 브라질에서 주로 아라비카를 수입하고 있다. 커피 최대 산지인 브라질의 경우 70년 만에 최악의 가뭄과 고온을 겪으면서 원두 생육이 부진한 상태다. 베트남 역시 가뭄이 지속되는 데다 올해 여름 태풍 피해까지 커 원두 생산에 차질이 빚어졌다. 모두 단기적 요인이 아닌 탓에 내년에도 원두 가격 상승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스타벅스 가격 인상 시작하면서 소비자 '커피값 연쇄 상승' 우려

원두 가격 널을 뛰면서 '커피공화국'인 한국 소비자들의 커피값 상승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고물가 시대 씀씀이를 줄이고 있지만, 커피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재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405잔으로 전 세계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152잔)과 비교해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카페 업계 1위 스타벅스가 이미 가격 상승의 물꼬를 텃다. 스타벅스는 지난 8월 모든 음료의 그란데(473㎖)와 벤티(591㎖) 사이즈 가격을 각각 300원·600원 인상했다. 이로써 인기 메뉴인 카페 아메리카노 기준 그란데 사이즈 가격은 기존 5000원에서 5300원으로 올랐다. 벤티 사이즈 가격도 5500원에서 6100원으로 상승했다.

당시 가격 인상은 소비자 반발 문제로 톨(355㎖) 사이즈를 제외하고 이뤄졌는데 11월부터는 이마저도 오르게 됐다. 커피가 아닌 자바칩 프라푸치노 등 아이스 음료 11종의 톨 사이즈 가격이 200원씩 상승할 예정이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국제 원두 가격 인상, 고환율, 인건비 등 대내외적 가격 인상 요인을 그동안 내부적으로 흡수해 왔으나 부담이 지속적으로 누적됨에 따라 일부 제품의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초저가 커피.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고심하는 카페 프랜차이즈…생존 경쟁에 100원 올리기도 어려워

시장 분위기를 주도하는 스타벅스의 가격 인상에 카페 프랜차이즈들의 고심이 깊다. 하지만 아직까지 인상 계획을 발표한 곳은 없다. 스타벅스의 가격 인상 전 이미 커피값을 올린 롯데네슬레나 저가 프랜차이즈 더벤티 등을 제외하면 조용하다. 투썸플레이스·할리스 등 주요 고가 프랜차이즈, 이디야·메가커피 등 주요 중저가 프랜차이즈 모두 "현재로서는 인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이 가격 인상 카드를 묻어둔 배경에는 바로 생존 경쟁이 있다. aT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국내 커피·음료점은 9만9000곳에 육박한다. 가격에 따른 수요 탄력성이 매우 높은 커피 시장이기에 아메리카노 가격 100원조차 쉽사리 올릴 수가 없다. 자칫하다간 민심을 잃고 옆 가게에 손님을 빼앗길 수 있어서다.

투썸플레이스 관계자 "현재로선 가격 인상 계획 없다" "겨울 시즌에는 주력 품목인 케이크 판매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디야커피 역시 "원두 가격이 많이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인상 계획하고 있지 않다"면서 "원두를 수입해 직접 로스팅하고 가맹점에 공급하는 구조라서 타 업체 대비 가격 인상을 조금이나마 억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가커피도 '규모의 경제'로 버텨보겠다는 전략이다. 메가커피 관계자는 "원두 국제 시세는 통제하기 어려우나 소비량이 많은 장점을 이용해 원두 비용 부담을 경감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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