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도 언급 시작한 '김 여사 사과'…與중진 메시지도 사전작업?
‘김건희 리스크’ 해법을 두고 친한(한동훈)계 뿐만 아니라 친윤(윤석열)계에서도 인적 쇄신과 사과문을 포함한 출구 전략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대통령실 국정기획비서관 출신인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은 30일 YTN 라디오에서 김건희 여사 의혹 해결책에 대해 “대통령과 여사에게 토끼몰이 작전하듯이 ‘예스(yes) 아니면 노(no)’로 대답하라는 건 맞지 않는다”며 “대통령께서 아마 종합적인 대안을 준비하고 계시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강 의원은 국무총리 교체와 같은 인적 쇄신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심사숙고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여권에선 김 여사 의혹 해소 방안이 친한·친윤을 가리지 않고 백가쟁명식으로 쏟아지고 있다. 다음 달 더불어민주당의 ‘김건희 특검법’ 재상정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1심 선고가 예정된 가운데, 야권 공세를 차단하고 국정 동력을 회복하려면 눈에 보이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친윤계 의원은 “김 여사 사과문부터 봉사활동, 활동 자제 등 여러 대안을 준비했지만,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면담 후 갈등이 증폭되면서 스텝이 꼬였다”며 “여론에 쫓겨서 하는 발표가 아니라 대통령실이 결단을 내리는 모양새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결자해지, 당은 소통에 나서달라”는 오세훈 서울시장, 박형준 부산시장과 5선의 권영세·김기현·나경원 의원 등 여권 중진 5인의 메시지를 두고도 대통령실이 결단할 공간을 마련하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회동 다음 날인 30일 친윤계에서 “당 대표와 대통령에게 보여준 충정으로 평가한다”(윤상현 의원)는 평가가 나오고, 한 회동 참석자 역시 통화에서 “지금은 (대통령실이) 변화할 명분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는 5인 회동 구성 과정에 대해 “중진 모임을 주도한 김기현·나경원 의원이 당내 여론을 수렴하고 전달하는 가운데, 권영세 의원이 함께하면서 당과 대통령실 간에 물밑 조율을 했다”고 전했다. 모임 장소는 오 시장이 마련했지만, 전체적인 흐름에선 원내 중진 의원들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기현 의원은 다음 달 28일 자신이 이끄는 미래혁신포럼에 오 시장을 초청하는 등 원내·외 접점을 마련하려 공을 들이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과거 한나라당 시절 ‘새정치수요모임’, ‘민본 21’과 같은 ‘정풍운동’으로 당의 변화를 함께 촉구하는 움직임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범(汎)친윤계의 물밑 움직임이 분주해지면서, 추경호 원내지도부는 부쩍 갈등 관리에 신경 쓰고 있다. 당초 추 원내대표는 특별감찰관과 관련한 의원총회 진행 방식 등을 논의하기 위해 이날 오전 비공개로 중진의원 모임을 개최하려다 회의 직전 연기했다. “공개 표결은 당내 갈등만 대두”(김용태), “당 분열만 가속”(안철수) 등 당내 우려가 이어졌고, 비슷한 시각 한동훈 대표가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여는 걸 고려했다는 후문이다.
한 대표 역시 이날 기자회견문에는 대통령실 직접 비판을 자제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친한계 장동혁 최고위원도 “국민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꼭 한 대표가 제안한 것(특별감찰관 추천)이 아니어도 된다”며 한발 물러섰다.
다만 당 안팎의 이런 노력이 당정 화합과 지지율 반등이라는 결실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국민의힘의 한 3선 의원은 “한 대표의 기자회견은 뾰족하지 않았고, 5인회의 당내 영향력도 한계가 있다”며 “결국 대통령실의 결단 수위와 이재명 대표 1심 결과가 중요하다”고 전망했다.
이창훈·윤지원 기자 lee.changh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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