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유상증자에 더욱 복잡해진 주가 ‘고차 방정식’
경영권 방어 강화로 분쟁 장기화 전망
변동성 심화에 따라 투자 손실 주의보
고려아연이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향후 주가 전망이 짙은 안개 속에 빠져드는 형국이다. 주주가치 희석에 단기 하방 압력이 높아졌으나 경영권 분쟁 장기화에 따른 반등 가능성도 거론되는 등 여러 시나리오가 복잡하게 얽히는 모습이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 대비 29.94%(46만2000원) 내린 108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오전 1.55%(2만4000원) 내린 151만9000원에 거래되기도 했으나 회사측의 유상증자 공시 직후 하한가로 직행했다.
유상증자는 주식을 신규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말한다. 기업의 경우 주식 물량을 늘려 자금을 조달할 수 있으나 기존 주주의 경우 지분율 하락과 이에 따른 주식가치 희석 영향을 받는다.
고려아연은 이날 임시 이사회를 개최하고 일반공모 증자의 건을 의결했다. 회사는 373만2650주를 일반공모 방식으로 유상 증자해 약 2조5000억원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전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 31조9451억원의 약 8%에 해당하는 규모다.
신주 발행가는 주당 67만원으로 전날 종가(154만3000원) 대비 56.6%(87만3000원) 낮다. 발행가는 이달 22∼24일의 거래량과 거래대금에 따라 기준 주가 95만6116원에서 30% 할인율을 적용했다.
총 모집주식 수는 공개매수를 통해 취득한 소각대상 자기주를 제외한 발행주식수의 20%에 해당한다. 고려아연은 이번 총 모집주식 중 80%에 대해 일반공모를 실시하고 나머지 20%는 법에 따라 우리사주조합에 배정한다.
이번 고려아연 유상증자는 주가 불안정성 완화와 경영권 방어를 동시에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사주조합에 배정된 물량은 전체 지분의 약 4%에 해당하고 협력사들이 일반공모에 참여할 경우, 최윤범 회장 측 우호 지분이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고려아연 측은 “(주가가 단기간 급듭해) 상장폐지나 관리종목 지정으로 인한 투자자 피해 우려가 커지면서 이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이번 일반공모 증자를 통해 이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兆) 단위 유상증자에 따라 주가는 당분간 하방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향후 저점이 다져지면서 반등을 모색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우선 이번 유상증자로 조달하는 자금의 대부분인 2조3000억원이 채무상환자금으로 사용되며 공개매수로 인해 제기된 신용 리스크를 완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유상증자로 조달되는 금액은 최 회장 측이 공개매수를 하겠다며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한 금액(2조6545억원)과 규모가 비슷하다.
유상증자는 가치평가(밸류에이션) 저하 우려를 일부 씻어 내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신용평가사들은 고려아연이 무리한 공개매수로 인한 재무부담 확대에 따라 신사업 투자를 위한 재원 마련과 신용등급에 악영향을 예상한 바 있다.
고려아연이 경영권 분쟁을 이어갈 의지를 다진 점도 향후 주가에 긍정 요인이 될 전망이다. 이번 유상증자로 경영권 분쟁은 사실상 장기전이 불가피해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최 회장 측 지분율은 의결권 없는 자사주를 제외하고 우호지분을 포함해 35.4%다. 영풍·MBK 지분율은 38.5%로 양측의 격차는 약 3%포인트다.
유상증자가 고려아연 계획대로 종료될 경우 최 회장 측 지분율은 약 30.0%, 영풍·MBK 지분율은 약 32.6%로 격차가 좁혀진다. 다만 유상증자 후 양측 모두 의결권 과반 확보에서 함께 멀어지는 만큼 지분 확보를 위한 노력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주가 상승 압력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금융당국의 조사와 법적 공방은 주가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 지목된다. 앞서 금감원은 이달 초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불공정거래 조사에 착수했고 회계처리기준 위반 여부도 살펴보고 있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이 지속될 동안 매매 실력에 따라 수익도 크게 날 수 있으나 반대로 손실도 크게 날 수 있다”며 “변동성 자체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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