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여성포럼]"정말 힘들었던 창업, 그것만큼 매력적인 것도 없다"
'도전과 성장 : 스타트업 CEO의 한 발 더 내딛는 용기'
"창업 과정에서 쉬운 게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사업하는 과정에서 맞닥뜨린 규제라는 이슈는 또 다른 차원이었고요. 경쟁력은 결국 팀에서 나온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나를 믿고 와달라'고 설득하는 것이 가장 어렵고 중요했어요."
3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4 아시아경제 여성리더스포럼' 챌린지 세션에서 '도전과 성장 - 스타트업 CEO의 한 발 더 내딛는 용기'라는 주제로 발제에 나선 이혜민 핀다 대표는 자신이 경험한 네 번의 스타트업 창업 도전기를 바탕으로 이렇게 발표했다.
이 대표는 스타트업이라는 단어조차 없던 때에 도전을 시작했다며 2015년 핀다를 창업하기 전 세 차례 회사를 설립하고 문 닫는 과정을 통해 크게 성장했다고 소회했다. 그는 미국과 한국에서 세 회사를 직접 창업, 운영하면서 의사 결정의 한계, 타깃 이해와 대규모 인프라 투자 부족, 체력 문제로 인한 건강 악화와 경영진 간 신뢰 붕괴 등을 경험했다고 회상했다.
이혜민 대표는 스트레스를 받아 창업하지 않으려 했으나 이후 네트워크를 쌓았던 지인과 대화를 나누며 또다시 창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혜민 대표는 "당시 무식해서 용기가 있었던 것 같다. 금융 산업을 잘 모르는 상태였으나 소비자가 느끼는 문제 해결을 하고 싶어하는 열정이 있었다. 끊임없이 공부하고 부딪히고 경험하고 선택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경험과 지식, 아는 것이 부족해서 고민도, 스스로 질문도 많이 한다. 많은 분에 많은 것을 묻고 있다"며 "그럴 때마다 창업을 왜 했는지에 대해 계속 되돌아본다"고 말했다.
발제에 이어 곧바로 진행된 세션 토론에서 패널로 참석한 박지원 세이브앤코 대표, 이혜준 카이헬스 대표, 최재화 번개장터 대표 등 스타트업 여성 리더들은 이 대표와 마찬가지로 스타트업 대표로 도전과 성과를 이루기 위해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대표는 여러 종목을 골고루 잘해야 하는 종합예술인 같다. 매일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다음 주, 다음 달, 내년을 어떻게 보낼지 경영진 그룹과 많이 논의한다. 오늘이 아니라 내일을 살아야 하는 점이 이전에 해왔던 역할과 다른 점"이라고 표현했다.
난임 전문의 출신으로 여성 건강을 위한 제품을 만드는 팸테크 기업 세이브앤코를 운영 중인인 이혜준 대표는 "겁 없이 창업했는데 팀을 잘 꾸리고 역할이 잘 맞는 분과 함께 창업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도 "창업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명확히 정의하고 있는가 하는 부분"이라며 "나와 우리 팀이 솔루션을 명확히 제공할 수 있는지를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동의했다.
네 스타트업 CEO는 현장에서 여성으로 사업하며 '유리천장'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이혜민 대표는 "2015년까지 여성으로 창업하고 일하는 게 너무 어려웠다"며 투자를 받은 상태에서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회사를 어떻게 할 거냐'는 등의 질문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후 사회가 바뀌었고 훌륭한 분이 창업 분야로 들어오면서 문화가 많이 성숙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최 대표도 "투자업계 내 여성 비중이 작다. 투자를 결정하는 테이블에 앉아있는 분들은 남자분들"이라며 "투자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다 보니 어떻게 하면 남성의 언어를 잘할지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고 말했다.
다만 대표가 여성이라는 특성이 오히려 사업 중 장점으로 작용하는 일도 경험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소비재 대상 B2C 기업에서는 여성의 공감 능력, 고객 중심적 사고가 훨씬 장점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여성의 건강 문제를 다루는 팸테크 기업은 문제를 겪는 당사자의 입장에서 공감할 수 있어서 여성 대표라는 것이 장점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다양한 어려움을 겪는 스타트업 대표지만, 이들은 "창업 말고는 다른 방도는 없다"고 할 정도로 스타트업에서 큰 매력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혜준 대표는 "추천은 어렵지만, 어려운 만큼 더욱 재밌는 일인 듯싶다"며 "게임이 쉬우면 재미가 없다. 하나하나 깨가면서 레벨업 하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정말 어렵지만, 각오가 돼 있다면 스타트업을 추천한다"며 "모든 과정을 관찰하며 변화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나를 성장시킨 원동력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네 대표는 각기 다른 대답을 내놨다. "도전하는 과정과 실패를 통한 배움이요."(박지원 대표), "회복탄력성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이혜준 대표), "긍정적 사고와 상상력이요."(최재화 대표), "일을 왜 해야 하는지, 목적의식을 갖는 겁니다."(이혜민 대표)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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