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여성포럼]정유정 작가 "자신의 욕망을 욕망하라"
어릴 적부터 '이야기꾼'으로 작가 꿈꿔
꿈 미뤄야 했지만 꿈 잃지 않아
'자유의지' 고민 중요
"자신의 욕망을 욕망하라"
“내 인생을 움직이게 하는 동력은 욕망이다.”
정유정 작가는 3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진행한 2024 여성리더스포럼에서 ‘인간 최후의 욕망, 야성을 찾아서’라는 주제의 특별강연을 통해 작가로서의 삶과 작품 세계에 관해 이야기했다.
강연에서 정유정 작가는 ‘이야기꾼’이란 자신의 욕망을 설명하기 위해 먼저 ‘욕구’와 ‘욕망’을 구분했다. 정 작가에 따르면 욕구는 식욕, 수면욕, 배설욕, 성욕 등 저차원적 바람이지만, 욕망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삶의 답을 구하는 사피엔스적 채움이다.
정 작가에게 '나는 누구인가'라는 고민의 답은 ‘작가’였다. 정 작가는 어릴 적부터 이야기꾼이었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사주신 문학전집을 읽고 나면 꼭 동네 아이들에게 이야기로 풀어내 아이들 사이에서 ‘스타’였다. 학교에선 대표 글쓰기 선수였고, 교내외 글짓기상을 휩쓸었다. 자연스럽게 작가를 꿈꾸었지만, 국문과에 진학할 순 없었다. 어머니가 “너는 사자처럼 살아라. 시집을 잘 가거나, 예쁘게 자라길 바라지 않는다"며 "강인하게 자라서 네 인생을 책임졌으면 좋겠다”고 만류했기 때문이다. 글을 써서는 자신을 책임지기 어렵다고 여겨졌기에 어쩔 수 없이 간호학과를 선택했고, 작가라는 직업은 비밀스러운 욕망이 되었다. 20대 초반 시절 어머니의 간암 투병으로 세 명의 동생을 돌봐야 하는 상황도 장애가 됐다.
작가의 꿈을 회복한 건 결혼 후 6년이 되는 해였다. “결혼 후 집을 사면 직장을 그만두고 글을 쓰겠다”는 다짐을 실천에 옮겼다. 하지만 스릴러라는 당시로서는 비인기 장르를 선택하면서 12번의 도전 끝에 가까스로 등단했다. 정 작가는 "한 두 번 떨어졌을 때만 해도 심사위원이 잘못 본 줄 알았다. 떨어질리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우물안 개구리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초등학교때 배웠던 문법부터 다시 공부했다"며 "재밌고 힘있고 의미 있는, 문학적으로 궁극의 아름다움을 지닌 이야기를 쓰고 싶은 욕망을 지녔었다"고 설명했다.
정 작가는 저마다의 꿈을 욕망하는 이들에게 ‘자유의지’를 되새겨 볼 것을 강조했다. 정 작가는 자유의지를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알고, 온전히 던질 수 있으며, 그걸 책임질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의 욕망과 진지하게 마주하라는 것. 그는 대학 시절 교양 국어 과목 교수님이 “꿈을 잊지 말아라. 포기하지 않으면 된다. 그러면 언젠간 된다”라고 개인적으로 해주신 충고를 청중에게 전했다.
정유정 작가는 2년 전부터 지난 10년간 유지한 짧은 머리를 버렸다. 암 재발로 머리카락을 잃을 것을 우려했지만, 2년 전 암 완치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정 작가는 "20~50대까지 정말 미친 사람처럼 치열하게 살았다. 그러다 암에 걸렸고 50대 후반이 되어서야 완치 판정을 받았다"며 "그런 시간들을 통해 인간은 간절할 때 가장 용감하고 힘이 세다는 것과 극한 상태의 고통도 이겨낼 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쓰기 힘들었던 책으로는 ‘종의 기원’을 꼽았다. 사이코패스를 다룬 소설을 쓰는데 어릴 적부터 쌓아온 자신의 도덕적 기준이 방해가 됐기 때문이다. 정 작가는 “독자가 소설을 통해 작가를 악당으로 생각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두려움 극복 과정을 통해 정 작가는 “작가는 진실을 써야 하는 사회적 책무가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며 “독자는 작가의 위선을 금방 알아차리기에 내 안에 있던 자기기만을 걷어내고, 해내고 싶다는 욕망을 직시해 성취적 욕망으로 끌고 갔다”고 설명했다.
정 작가는 강연 내내 야성을 강조했다. 그는 “문명이 발전하고 사회적 규범이 많아지면서 야성이 순화된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우리 유전자에는 태초의 야성이 숨 쉬고 있으며 이건 소중한 무기가 된다”며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지 말고 나의 욕망을 욕망하라”고 역설했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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