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청, 73개 규제 실타리 끊어 기업 성장 지원
조달기업은 그동안 도급과 매매 등 계약의 성격과 무관하게 1000만 원을 초과하는 계약을 체결할 때 인지세를 납부해왔다.
순수하게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기업의 경우 내지 않아도 될 세금을 내고 있던 것이다. 연간 인지세 부과는 약 3만5000건, 65억원에 달한다.
조달청은 올해 상반기 간담회에서 “구분 없는 인지세 부과가 기업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기업의 목소리를 듣고 ‘반드시 개선해야 할 규제 안건’으로 정하고 곧바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조달청은 유관부처와의 적극적인 협의를 거쳐 상용화되어 있거나 대체 가능해 주문제작이 필요 없는 물품 등에 대한 구매 계약에는 7월 15일부터 인지세 부과를 제외하고 있다.
이러한 조치는 현장체감형 조달청 규제혁신의 대표적인 사례로 인지세 부과 대상이 45% 상당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연간 약 1만5,000건, 30억의 인지세 부담이 경감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달청이 현장에 숨어있는 낡은 관행으로 국민 생활 활력과 기업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규제의 실타리를 끊어내며 경제계에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 내고 있다.
국민과 기업 관점에 발굴, 추진 중인 102개 혁신과제
조달청은 올해 국민의 관점에서, 기업의 입장에서 삶의 질을 떨어뜨리거나 기업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혁신 과제’ 102개를 발굴했다.
과제 선정을 위해서는 청장을 비롯해 담당 부서인 규제개혁법무담당관, 올해 신설된 ‘조달현장혁신과’ 부서원까지 머리를 맞대고 현장에 숨어있는 낡은 관행을 샅샅이 파헤쳤다. 동시에 실제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지 여부도 꼼꼼히 살폈다.
이를 위해 올해 40여 차례의 현장간담회에서 기업 성장의 걸림돌이 있는 현안을 직접 청취했고, 조달현장혁신과는 전국을 돌며 기존 정책 소개 위주의 설명회가 아닌 ‘기업 발전에 실제 도움이 되는’ 혁신 방안을 찾아냈다.
규제혁신을 위한 공모전과 15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혁신을 위한 설문 조사를 병행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의견을 공유했다.
이 과정에는 현장에서 건의된 규제 안건을 리스트업한 뒤 ‘기업의 입장’에서 단계적으로 방안을 적용하고 검토 결과는 국민과 기업에게 반드시 피드백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그 결과, 규제에 대한 혁신은 속도감 있게 추진했고, 바뀐 정책은 ‘단 1원이라도’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현장에 곧바로 투입했다.
현재까지 102개 과제 중 70%가 넘는 73개 정책은 국민과 기업의 눈높이에 맞춰 국민의 삶의 향상과 경제 성장을 이끄는 새로운 동력이 됐다.
규제혁신은 중소기업 비용부담 경감 방안부터 징벌중심 행정제재 개선, 신성장 산업 지원을 위한 제도까지 기업 성장에 필요한 ‘A부터 Z까지’ 모든 분야에 걸쳐 진행 중이다.
우선, 부정당업자 입찰참가제한, 나라장터 쇼핑몰 거래정지 등 행정제재가 획일적이고 징벌적이라는 현장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미국 등 선진 각국에서는 제재 사유가 있더라도 현재 계약을 건전하게 이행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과감하게 제재를 면제할 정도로 유연하게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같은 점을 반영해 조달청은 천재지변, 감염병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부정당업자 제재를 면책할 수 있도록 하고, 행위의 동기·내용·횟수 등을 감안하여 제재기간을 3/4까지 감경할 수 있도록 했다.
조달 과정에 숨어있는 비효율이나 복잡한 업무 처리방식도 효율화·간소화하기로 했다.
다수공급자계약(MAS) 중간 점검 횟수를 2회에서 1회로 축소해 9천여개 조달기업의 부담을 경감하기로 했다.
직접생산확인 제도와 관련해서는 제조업체에 과도한 서류 부담을 불러온 업체별 자체 기준표를 폐지하고, 직접 생산 위반 판정 기준도 타사 완제품 납품, 전 과정 하청생산 등에 한정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면 개편했다.
신성장 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도록 전향적인 개편에도 나섰다.
먼저, 청년 창업기업에 대한 공공조달의 성장 사다리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청년·창업기업의 수의계약 한도는 기존 2천만원에서 판로 확대를 위해 여성·장애인·사회적 기업과 동일한 수준인 5천만원으로 상향한다.
이와 함께 기존 구매에 제한되어 있던 혁신제품의 수의계약방식을 확대하여 구독·임차 등 다양한 계약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융복합 제품의 판로지원을 위해서는 사용 기반의 임대(구독) 방식 도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규제혁신이 이뤄졌다.
이렇게 현장‧체감‧속도‧행동이 반영된 공공조달 킬러규제 혁신방안은 국민과 기업이 주목하고 있다.
조달계약에 대한 인지세 부과대상을 절반으로 축소한 과제는 지난 10월 국무조정실에서 발표한 제3차 ‘국민이 뽑은 적극행정 우수사례 BEST 5’에 선정됐다.
속도감 있는 규제혁신… 현재진행형
세계 경제상황과 기업환경이 급변하면서 조달현장의 개선요구 사항들은 끊이지 않고 있다. 조달청은 이 같은 흐름에 대응해 각종 규제들을 지속적으로 추가 발굴해 규제혁파를 계속 이어갈 방침이다.
이와 함께 남은 29개 규제 혁신과제도 신속하게 완료할 예정이다.
임기근 조달청장은 "속도감 있는 실천이 규제혁신의 생명"이라며 "앞으로도 작은 물방울이 큰 바위를 뚫는다는 마음가짐으로 끊임없이 불합리한 규제를 발굴하고 혁파해 조달 현장에서 큰 변화를 일으키겠다"고 말했다.
김나혜 인턴기자 kim.na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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