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는 트럼프 지지자들” 역공 빌미 준 바이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유세를 마친 뒤 참석자와 악수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캠프에서 “푸에르토리코는 쓰레기 섬”이라는 발언이 나와 논란이 거센 가운데, 조 바이든 대통령이 공세에 가담하려다 오히려 트럼프 측에 역공의 빌미를 제공했다.

29일(현지시각) AP통신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라틴계 유권자 단체와 통화에서 “내 고향인 델라웨어주의 푸에르토리코인들은 선량하고 훌륭한 명예로운 사람들”이라며 “내가 보는 유일한 쓰레기는 그(트럼프)의 지지자들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가 라틴계를 악마화하는 건 비양심적이며 미국적이지 않다”며 “우리가 해온 모든 일, 지내온 모든 것과 완전히 상반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후보의 지지자들을 ‘쓰레기’로 불렀다며 논란이 일었다.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플로리다)은 이날 펜실베이니아 앨런타운에서 열린 트럼프 후보 유세에서 “조금 전 바이든이 우리 지지자, 애국자들을 쓰레기로 불렀다”며 “조국을 사랑하는 평범한 미국인들에 대해 한 말”이라고 비판했다.

캐롤라인 리빗 트럼프 캠프 대변인은 성명을 내 “이 말을 다르게 해석할 방법은 없다”며 “바이든과 해리스는 트럼프 대통령을 증오할 뿐만 아니라 그를 지지하는 수천만 미국인을 경멸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2016년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모금 행사에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개탄스러운 사람들”이라고 발언한 것을 언급하며 “그보다 더 나쁘고 끔찍하다”고 공세를 이어갔다.

민주당에서도 비판이 목소리가 나왔다. 조슈아 셔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는 CNN에 “내가 지지하지 않는 후보를 지지하더라도, 난 펜실베이니아의 선량한 주민이나 미국인들을 모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백악관은 진화에 나섰다. 앤드루 베이츠 백악관 부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쓰레기라고 언급한 건 (트럼프 유세) 집회에서 나온 혐오스러운 수사”라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통화 녹취록을 공개하며 바이든 대통령은 ‘지지자들’이 아닌 ‘지지자의 라틴계 악마화’를 쓰레기로 표현한 것이라는 해명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엑스에 글을 올려 “(트럼프) 집회에서 지지자가 푸에르토리코에 대해 쏟아낸 혐오스러운 수사를 쓰레기라고 표현했는데, 이건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단어”라고 맥락을 설명했다. 이어 “내가 하려던 말은 그게 전부”라며 “그 집회에서 나온 발언은 우리의 국가로서 정체성을 반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초박빙 승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이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2일 뉴햄프셔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그를 가둬야 한다”라고 말했다가 “정치적으로 가둬야 한다는 의미”라고 수습했다. 이에 대해 해리스 캠프 내에서 바이든이 대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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