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온도' 한계를 넘다... 차세대 '수소연료전지' 기술 나온다 [세상을 깨우는 발견]

유창재 2024. 10. 30.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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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 연구팀, 250°C 이상 고온서 구동하는 핵심 소재 개발

[유창재 기자]

▲ SAN-CeHP-PBI 전해질막의 단일 반응기 합성 및 전해질막 제조과정 SAN-CeHP-PBI 전해질막의 단일 반응기 제조 과정 및 자가조립형 이온전도CeHP 채널이 형성된 고분자전해질막의 전자현미경 사진
ⓒ KIST 제공
'꿈의 온도'라 불리는 250°C 이상의 고온에서 구동할 수 있는 독자적인 '연료전지 전해질막 및 막전극접합체(MEA)'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최근 자동차, 무인 항공기 등 모빌리티 산업에서 장시간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 장치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수조전지의 핵심 소재 개발은 세계 최고 수준의 차세대 친환경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주도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원장 오상록, 아래 KIST)은 30일 수소·연료전지연구단 이소영 박사와 남석우 박사(청정수소융합연구소장) 연구팀이 김형준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교수 연구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독자적인 '연료전지 전해질막 및 막전극접합체(MEA)'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막전극접합체(MEA)'란 연료전지에서 전해질막과 전극이 결합한 구조로, 전기화학적 반응을 통해 전기를 생성하는 필름형태의 접합체다.
▲ SAN-CeHP-PBI 전해질막의 고온연료전지 성능 비교 결과 다른 연료전지 성능과의 온도별 비교 및 SAN-CeHP-PBI 전해질막의 가속 열사이클링 (80-160도 구간 및 160-240도 구간) 내구성 평가 결과, 그리고 10% CO 함유 연료에 따른 성능평가 결과
ⓒ KIST 제공
KIST는 "기존의 상용 배터리와 달리 에너지밀도가 높은 수소를 활용한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은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면서 "현재 80°C 정도의 저온에서 작동하는 연료전지는 자동차용으로는 상용화에 이르렀으나, 고온에서 구동된다면 지금보다 시스템의 크기를 줄이고 에너지밀도를 높일 수 있어 다양한 모빌리티 분야로 적용을 확대할 수 있다"고 성과를 소개했다.

이에 공동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KIST의 '세륨포스페이트 자가조립 기술'에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의 '파라-폴리벤지이미다졸(p-PBI) 합성 기술'을 접목한 신규 합성법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기존 PBI(Polybenzimidazole, 초고내열성 수지) 기반 전해질막보다 150~300°C 범위에서도 뛰어난 전기화학적 성능과 내구성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세륨포스페이트 자가조립 기술이란, 별도의 외부 조작 없이 입자들이 스스로 조립하는 특성을 이용해 안정적인 고분자 구조를 형성하는 기술을 말한다.

여기서 '세륨포스페이트'란 세륨(Ce)과 인산염(Phosphate)으로 이뤄진 화합물로, 주로 연료전지에서 프로톤(수소 이온) 전도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물질은 고온에서도 안정적으로 프로톤을 전달할 수 있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연료전지의 효율성과 내구성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 이런 특성으로 고온 환경에서도 뛰어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핵심 전해질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그리고 PBI(폴리벤지미다졸)은 고온 고분자 전해질막 연료전지(HT-PEMFC)에서 주로 사용되는 고성능 고분자 소재로, 고온 환경에서도 우수한 열적, 화학적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고온에서도 프로톤 전도성을 유지하며 연료전지의 성능을 최적화할 수 있어 액상 수소 운반체 기반의 고효율 연료전지 시스템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 SAN-CeHP-PBI 전해질막 기반 고온 연료전지의 유기액상수소저장체(NEC, 메탄올) (위 그림 설명) SAN-CeHP-PBI 전해질 막전극접합체를 이용 수소유기액상저장체 (NEC: 좌, 메탄올: 우) 연결을 통한 순수 H2 연료이용 성능과 비교 결과 및 향후 유기액상저장체 직접연료전지 개발 시 에너지효율 모식도 / (아래 그림 설명) 250도 이상에서 연료전지가 구동하게 되면 에너지밀도가 훨씬 높은 LOHC(유기액상수소저장화합물)을 이용하여 추출, 개질등의 불필요한 과정 없이 연료전지를 직접 구동하여 기존 PEMFC대비 에너지효율을 극대화 할 수 있음
ⓒ KIST 제공
이어 공동 연구팀은 "자가조립형 세륨포스페이트 파라-폴리벤지이미다졸 고분자 전해질막을 설계해 막전극접합체(MEA)를 구현했다"면서 "이를 한 반응기 안에서 파라-폴리벤지이미다졸과 세륨 수소 인산염(CeHP)을 결합해 온도 상승에 따른 자가조립이 가능한 새로운 고분자 전해질막을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250°C에서도 연료전지의 에너지밀도에 영향을 미치는 수소 이온의 높은 이온전도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

또한 200°C 이상에서 작동 시, 고순도 수소가 아닌 메탄올과 수소저장유기물(LOHC)를 직접 연료전지에 공급할 수 있어 효율이 높아지고, 가솔린 등의 연료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 가능하다는 장점까지 확보돼 높은 경제성과 지속성을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번에 개발한 'SAN-CeHP-PBI' 기반의 연료전지는 250°C 조건에서 최대 출력 밀도가 세계 최고 수준인 2.35 W/cm²를 달성했으며, 80~160°C 열 사이클링 테스트(다양한 온도 조건에서 성능을 테스트하는 방법)에서 기존 대비 10배 이상의 5000시간 이상의 장시간 운전이 가능함을 입증해냈다.

이와 함께 160~240°C 중고온 열 사이클링 테스트에서도 500시간 이상 성능 저하 없이 장시간 운전이 가능함을 확인하는 성과를 거뒀다.
 사진 왼쪽부터 김형준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에너지공학부 교수(교신저자), 남석우 KIST 청정수소융합연구소장(교신저자), 이소영 KIST 청정수소융합연구소 수소?연료전지연구단 책임연구원(교신저자).
ⓒ KIST 제공
남석우 KIST 소장은 "이번 연구 결과는 해외 선진국들의 성과를 넘는 혁신적 성과이며, 글로벌 TOP 전략연구단의 핵심 기술로 미래 에너지의 핵심이 될 수소연료전지 기술의 글로벌 패권을 선도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이소영 KIST 박사는 "중대형 운송수단에 탑재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작동온도를 더 향상시킬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김형준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교수는 "이 시스템은 다양한 산업에 걸쳐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중대형 상용차,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잠수함 등에 적용해 친환경 모빌리티 생태계 조성을 앞당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유상임)의 지원을 받아 KIST 주요사업 및 기후·환경연구개발사업·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으로 수행됐다.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에너지(Nature Energy)>(IF 49.7, JCR 분야 0.3%)에 지난 7월 25일자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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