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남매 경영' 끝낸 신세계 파격 인사
신세계그룹이 백화점 부문과 이마트 부문의 계열 분리 계획을 공식 선언했다. 이마트 부문을 맡은 정용진 회장이 지난 3월 승진한 데 이어, 백화점 부문을 이끌어 온 정유경 ㈜신세계 총괄 사장도 30일 회장으로 승진하며 ‘남매 경영’을 끝내고 계열 분리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정유경 신세계 회장 승진
30일 신세계그룹은 내년도 정기 임원인사를 실시하고 정유경 회장을 비롯해 주요 계열사 대표·임원의 승진을 발표했다. 정유경 회장은 지난 2015년 12월 ㈜신세계 총괄사장에 오르며 신세계백화점 등 패션·뷰티, 면세, 아울렛 사업을 이끌어왔다.
신세계그룹 측은 정유경 회장 승진에 대해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계열 분리의 토대를 구축하기 위한 조치”라며 “이번 인사를 시작으로 향후 원활한 분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역량을 모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2011년 신세계와 이마트로 기업을 분할한 이후 정용진 회장이 이마트를, 정유경 회장이 백화점을 운영하는 ‘남매 경영’ 체제를 유지해왔다. 계열 분리를 위한 사전 준비는 5년 전부터 시작됐다. 지난 2019년 백화점 부문과 이마트 부문을 신설하며 ㈜신세계와 ㈜이마트가 각 부문의 실질적인 지주사 역할을 하도록 했다.
이마트 부문은 이마트, 스타필드, 스타벅스, 편의점과 수퍼 사업을 전개했고, 백화점 부문은 신세계백화점을 필두로 패션·뷰티, 면세, 아울렛 사업에 주력했다.
백화점·이마트 분리 속도
지난 2020년에는 이명희 총괄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신세계그룹 주식 중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 8.22%를 각각 남매에게 증여하며 지분 정리도 마쳤다. 이를 통해 정용진 회장은 이마트 지분 18.55%를 가진 최대주주가 됐고, 정유경 회장도 신세계 지분 18.56%를 확보하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신세계그룹 측은 “올해는 본업 경쟁력을 회복하며 수익성 강화 측면에서 성공적인 실적 개선이 가시화되고 있다”며 “그간 물밑에서 준비해온 계열 분리를 시작하는 데 적절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2분기 매출 1조7462억원을 기록하며 1분기에 이어 분기 최대 실적을 다시 썼다. 이마트는 상반기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19억원 증가했으며, 연간 기준으로 2020년 수준을 회복할 전망이다.
성과주의 원칙 반영
계열사 대표 등 임원 인사는 그간 강조해온 성과주의 기조가 반영됐다. 신세계그룹 측은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신상필벌의 원칙 아래 역량 중심의 인재를 적극적으로 발탁했다”고 설명했다.
우선 한채양 이마트 대표이사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한다. 상반기에 이어 이마트 본업 경쟁력 강화에 더욱 속도를 내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이마트24 대표에는 송만준 이마트 PL·글로벌사업부장이 내정됐다. 올해 선보인 ‘노브랜드 중심 편의점 모델’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최근 혁신을 목표로 사업 조정을 진행 중인 신세계푸드 대표에는 강승협 신세계프라퍼티 지원본부장이 선임됐다.
또 김홍극 신세계까사 대표는 신세계인터내셔날 뷰티&라이프부문 대표를 겸직한다.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에는 전상진 이마트 지원본부장이 내정됐으며 신세계L&B 대표에는 마기환 대표를 외부 영입했다.
신세계야구단 대표에는 상무보급이 김재섭 이마트 기획관리담당이 발탁됐다. 역량을 갖춘 인재라면 직급에 상관없이 대표로 발탁해 성과 창출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의미라고 신세계그룹 측은 설명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과거 획일화된 인사 체계를 탈피한 조치로 조직원들에게 지속적으로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며 “회사 전체적으로는 인재 활용 폭을 넓히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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