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로운 순간"... 함께 한국옵티칼행 버스를 타자
[글 오혜진·사진 노순택 기자]
▲ 경북 구미에 있는 한국옵티칼 공장 옥상에 올라 농성 중인 여성노동자 박정혜·소현숙의 모습 |
ⓒ 노순택 |
▲ 경북 구미에 있는 한국옵티칼 공장 옥상에 올라 농성 중인 여성노동자 박정혜·소현숙의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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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옵티칼은 일본기업 '니토덴코'가 지분의 100%를 가지고 있는 한국 자회사다. 니토덴코는 구미의 '한국옵티칼'과 평택의 '한국니토옵티칼' 공장을 운영하는데, 모두 노트북과 스마트폰 화면에 들어가는 LCD 부품을 생산한다. 구미 공장은 LG에, 평택 공장은 삼성에 납품한다는 차이가 있다(이 글을 쓰는 데 사용하고 있는 노트북에도 박정혜·소현숙이 만든 부품이 들어 있을 테다).
▲ 경북 구미에 있는 한국옵티칼 공장 옥상에 올라 농성 중인 여성노동자 박정혜·소현숙의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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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구미에 있는 한국옵티칼 공장 옥상에 올라 농성 중인 여성노동자 박정혜·소현숙의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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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의 부당해고를 거부한 11명의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평택 공장으로의 고용승계다. 사측은 구미 공장에서 생산하던 물량을 평택 공장으로 이동시켰고 20여 명의 노동자를 새로 채용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측은 법인이 다르다는 이유로 이들의 요구를 묵살한 채 오히려 노동자들에게 공장철거 방해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혹자는 회사가 폐업했으니 어쩔 수 없다 할지 모른다. 하지만 기업 운영에 투여되는 국가의 막대한 예산을 생각해보면, 폐업은 사업가 개인의 흥망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국가적 책임이 뒤따르는 일이다. 니토덴코의 무책임한 폐업 조치가 외국 투자기업의 전형적인 '먹튀' 사례로 분석되는 이유다.
구미 공장 노동자들은 부당해고 철회를 위해 모든 방식으로 싸우고 있다. 평택 공장 앞에서 천막농성을 했고, 일본 본사로 수차례 원정투쟁을 나갔다. 일본 정부에 기업과 인권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라는 내용의 서한도 전달했다. 그럼에도 니토덴코는 해고노동자들의 고용승계만큼은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왜일까.
▲ 경북 구미에 있는 한국옵티칼 공장 옥상에 올라 농성 중인 여성노동자 박정혜·소현숙의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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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혐오의 강고한 관성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의 문제는 한국 노동운동 진영에 남겨진 오랜 숙제다. 다만 하나의 사례를 떠올릴 수 있다. 2011년, 85호 크레인에 올라 309일 동안 싸운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 김진숙을 내려오게 한 것은 '희망버스'였다는 사실이다.
노조원만이 아닌, 다양한 구성원들이 전국 각지에서 버스를 타고 영도 앞에 모였을 때, 그의 농성은 30년 가까이 노동운동을 해온 그에게 "아주 새롭고 신비로운 운동"이 되었다. '각기 다른 깃발을 들고 한 버스를 탈 수 있다는 것'은 노조혐오의 논리는 물론, 남성 정규직 위주의 노조문화를 변화시킬 수 있는 새롭고도 분명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러니 11월 2일, 한국옵티칼로 가는 연대버스를 함께 타자. 박정혜·소현숙이 땅을 밟게 하고, 이 세계를 지탱하는 다양한 노동의 존재를 분명히 확인하자. 그리고 노동자로서 말하는 스스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자. "새롭고 신비로운" 순간을,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에게 선물하기로 하자.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문학평론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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