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송이 따러 떠난 어르신 찾아 ‘삼만리’… 조난자 구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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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난자 발생".
퇴근시간이 10여분 남은 어스름한 시각 송이 채취 조난자가 발생했다.
80대 조난자 구조를 위한 상황판단 회의가 시작되자 긴장감이 더 고조됐다.
먼저 출발했던 앞 팀의 구조대원 두 명이 조난자를 부축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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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난자 발생”. 퇴근시간이 10여분 남은 어스름한 시각 송이 채취 조난자가 발생했다.
대기하던 구조대 차량에 몸을 실었다. 국립공원공단 입사 2개 월차 신입직원으로서 첫 야간 출동이었다. 아직 모든 것이 낯설고 서툰 상황에서 두려웠지만 묘한 긴장과 흥분이 뒤섞였다.
밤안개가 자욱한 도로를 20여분 달려 동료들과 도착한 주왕산국립공원 절골 분소 앞에는 의용소방대, 인근 주민들, 그리고 경찰 2명이 모여있었다. 차에서 내리자 차가운 가을 빗줄기에 밤공기가 스며들었다.
80대 조난자 구조를 위한 상황판단 회의가 시작되자 긴장감이 더 고조됐다. 조난자는 대개 새벽 6시에 입산해 오후 2시쯤 내려오는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회의가 끝나고 2개팀으로 나눠 탐방로로 향했다. 지형에 익숙한 선배 직원이 앞장섰고 중간에는 소방대원과 의용소방대원 2명이, 나는 맨 뒤에서 따라 걸었다. 어둠 속 탐방로는 낮과는 다른 두려운 공간으로 다가왔다. 조명이 없는 숲은 깊은 어둠 속에 잠겨 있었고 이틀간 가을비로 불어난 계곡물 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다.
얼마나 걸었을까? 한참을 걸어 출입금지 경고판과 목재 난간 앞에 도착했다. 그곳에 걸려있던 겉옷과 손수건이 눈에 띄었다. 조난자의 흔적일까?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
“비법정탐방로에 진입합니다”. 선배의 한마디에 본격적인 수색이 시작됐다. 칠흑의 어둠 속에 발을 잘못 디딜 수 있다는 불안감이 덮쳐왔고 숨도 가빠졌다. 잠깐 숨을 고르고 마음을 다잡은 뒤 손전등을 다시 켜고 나뭇가지를 헤치며 조심스레 걸음을 옮겼다.
계곡을 따라 오르며 온몸의 신경을 곤두세운 채 탐색했다. 껍질이 벗겨진 나무가 사람 형상으로 보일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불빛을 마구 비춰도 비 내리는 계곡의 굴곡 탓에 시야를 놓치는 때가 거듭됐다. 허벅지까지 차오르는 계곡을 건너고 비 젖은 계곡에 미끄러지길 반복하다 한참 수색을 이어가던 중 반대편에서 불빛이 반짝였다.
상대를 확인하고자 소리쳤지만 계곡물 소리에 묻혀 목소리가 닿지 않았다. 가까이 접근하는 순간 다른 수색팀의 “찾았다”는 외침이 들렸다. 불빛이 2개로 늘어나자 확신했다. 조난자를 발견한 순간이었다.
먼저 출발했던 앞 팀의 구조대원 두 명이 조난자를 부축하고 있었다. 우리는 지팡이에 의지한 할아버지를 작은 돌에 앉히고 생수와 초코파이를 건넸다.
구조대원들이 할아버지의 상태를 확인하며 물었다. “춥지는 않으세요? 아프신 곳은 없으세요?” 할아버지는 고맙다는 말을 되뇌며 생수를 들이켰다.
내려가는 길은 오르막길보다 험난했다. 구조대원이 돌아가며 할아버지를 부축하고 나와 다른 대원들은 손전등으로 발밑을 비추며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다. ‘비법정탐방로’에서 구조작업은 실수할 여유를 주지 않는다.
내리는 비와 땀에 온몸이 젖고 지쳐갈 때쯤 마침내 목재 난간이 나타났다. 비법정탐방로의 끝이었다. 탐방로로 들어서자 휴대전화 신호가 잡히기 시작하며 수많은 메시지가 쏟아졌다.
입구에 도착했을 때 우리를 기다리던 사람들의 격려와 응원이 쏟아졌다. 지원나와 대기하던 대원이 건넨 김밥 한줄에 배고픔을 달래며 생명을 구했다는 뿌듯함으로 허기를 채웠다.
친구에게 “무사히 복귀했다”고 메시지를 보내고 나니 미소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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