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글빙글 돌다 쾅…보험사기 악명 높은 '지옥의 교차로' 어디
국내 산업화·공업화를 기념하는 울산 공업탑로터리가 차량 보험사기 대상지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30일 국무조정실·울산시에 따르면 지난 2021년 9월부터 지난 9월까지 3년간 공업탑로터리에서 발생한 고의 차량 교통사고는 43건. 이 사고로 지급된 보험료는 1억4892만원이다. 같은 기간 고의 차량 교통사고가 확인된 전국 시내 교차로 15곳 가운데 가장 많은 건수다. 공업탑로터리 다음으로는 울산 신복로터리(현 신복교차로) 15건(보험료 5718만원), 광주 A교차로 14건(6695만원) 등의 순이었다. 이들 3곳을 제외한 제주·부산 등 전국 12개 고의 차량 교통사고 확인 교차로에선 같은 기간 2~4건이 발생했다.
공업탑로터리에서 고의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원인은 로터리의 구조적 특성 때문이다. 이곳은 문수로·삼산로·봉월로·두왕로·수암로 등 울산 시내 주요 도로 5개가 합류하는 지점이다. 이곳은 교통섬(지름 67m)을 중심으로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면서 4개 차선을 이리저리 옮겨가며 각각의 진출입로로 나가는 구조다. 진출입로 앞에는 신호등이 있어 차선 변경을 시도하다가 멈춰야 할 때도 잦다. 공업탑로터리에 익숙한 운전자는 미리 빠져나갈 진출입로 방향으로 차선을 찾아 이동하지만, 초보 운전자나 초행길 운전자는 제때 차선을 변경하지 못해 로터리를 몇 번씩 돌 때가 많다. 특히 출퇴근 시간대는 교통량(출근 5900여대, 퇴근 6300여대)이 집중돼 더 당혹스럽다.
지난달 중순 경남 양산에서 울산을 찾은 이진형(37)씨는 "차선을 이리저리 옮기면서 앞·뒤·옆으로 밀려드는 자동차 때문에 공업탑로터리를 두 바퀴나 돌다가 겨우 빠져나갔다"며 "익숙하지 않은 길을 운전하는 사람은 높은 확률로 접촉사고를 겪을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운전 미숙해 보이면 슬며시 가까이 붙어'
이런 점을 알고 있는 보험 사기범들은 차선 변경 등 운전이 미숙한 자동차가 보이면 슬며시 접근해 접촉사고를 유도한다. 차선을 바꾸는 자동차 측면 가까이 바짝 붙여 자연스럽게 접촉사고가 나도록 하는 수법이다.
이에 국무조정실·울산시·울산경찰청·한국도로교통공단은 공업탑로터리 고의 교통사고 줄이기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국무조정실 등은 지난 22일 공업탑로터리 현장 점검을 진행했다. 국무조정실은 현장 점검 결과를 토대로 다음 달 울산시에 교통사고 감소를 위한 별도 지침을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별도로 울산경찰청은 최근 회전교차로에서 일반 교차로로 변경한 울산 신복로터리 교통 변화 데이터를 분석하며 사고 감소 효과를 검증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공업탑로터리와 유사한 신복로터리를 일반 교차로로 변경한 결과,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교통사고 발생은 1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감소(7건)했다. 자동차 평균 통행속도도 출근 시간대 시속 11㎞에서 18.3㎞, 퇴근 시간대 시속 9.5㎞에서 16.7㎞로 증가해 차량 정체 해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경찰청 관계자는 "복잡한 회전교차로를 단순화하면 보험사기 피해를 줄이는 데 효과가 있을 것 같다"고 의견을 전했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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