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의회 폭동현장에서 “우리는 트럼프가 누구인지 안다”

임성수 2024. 10. 30.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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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미국은 새로운 세대의 리더십이 필요” 최후변론
지지자들 “4년 전 같은 트럼프 헛소리 안 참는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백악관이 등 뒤로 보이는 엘립스 공원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29일(현지시간) 2021년 의회 폭동이 촉발된 현장에서 “미국은 새로운 세대의 리더십이 필요한 때”라며 “나는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서 그런 리더십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연설한 장소는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1년 1월 대선 패배 불복을 선동했던 곳이다. ‘최후 변론(Closing argument)’이라고 표현된 이날 연설은 대선을 목전에 두고 트럼프 재집권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해리스는 이날 워싱턴DC 백악관 앞 엘립스 공원에서 집회를 열고 “우리는 도널드 트럼프가 누구인지 안다. 그는 약 4년 전 이 자리에 서서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에서 나온 국민의 뜻을 뒤집기 위해 폭도들을 의사당에 보낸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를 향해 “작은 폭군(petty tyrant)”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해리스는 “미국은 너무 오랫동안 분열과 혼란, 상호 불신에 휩싸여 왔다. 꼭 이럴 필요는 없다. 이제는 손가락질하는 것을 멈출 때”라며 “우리는 손가락질하는 것을 멈추고 서로를 인정해야 한다. 이제는 드라마와 갈등, 공포와 분열의 페이지를 넘겨야 할 때”라고 말했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자들이 29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엘립스 공원에서 해리스 부통령의 연설을 기다리며 환호하고 있다. 임성수 특파원

해리스는 트럼프의 ‘내부의 적’ 발언을 겨냥해 “트럼프가 당선되면 ‘적 명단’을 들고 백악관에 들어가겠지만, 내가 당선되면 해야 할 일 목록을 들고 백악관에 들어갈 것”이라고 역설했다. 또 “나에게 투표하지 않더라도 항상 여러분의 말에 귀를 기울이겠다”며 “합의를 도출하고, 타협을 통해 일을 완수하도록 매일 노력하겠다”고 했다.

백악관이 배경으로 보이는 엘립스 공원은 트럼프가 2020년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패배한 뒤 이듬해 1월 6일 대선 불복 연설을 한 곳이다. 연설 이후 트럼프 지지자 수천명이 의사당에 난입하는 폭동 사태가 벌어졌다. 이후 경찰과 충돌하면서 5명이 사망하고 180여명이 다쳤다. 하지만 트럼프는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의회 폭동 수감자들을 사면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해리스는 최근 트럼프 진영의 ‘푸에르토리코는 쓰레기 섬’ 발언을 겨냥, 이민 문제를 정쟁화하는 것을 비판했다. 해리스는 “정치인들이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한 이슈로 이민을 취급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며 “나는 민주당 및 공화당 의원들과 협력해 도널드 트럼프가 없앤 국경 안보 법안에 서명할 것”이라고 했다.

또 외교·안보 기조와 관련해 “나는 우리의 친구들(동맹·우방국)과 함께 할 것”이라며 동맹 중시를 재강조했다. 이어 “트럼프는 아첨과 호의로 쉽게 조종할 수 있다고 세계의 지도자들이 생각한다”며 “여러분들은 푸틴(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번 선거에서 그를 응원한다고 믿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유세가 열린 워싱턴 DC의 엘립스 공원에 29일(현지시간) 해리스 관련 상품들이 전시돼 있다. 임성수 특파원

이날 집회 장소에는 시작 전부터 수만 명의 지지자들이 몰려들면서 주변 도로가 대거 통제됐다. 집회 현장에 입장하기 위해 해리스 연설 4시간 전부터 수백 미터 길이의 대기 줄이 이어졌다. 유세장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공항처럼 엄격한 보안 검색을 거쳐야 했지만 지지자들은 모두 밝은 표정이었다. 해리스 지지 문구가 적힌 옷을 입고 단체로 참여해 축제처럼 노래를 부르는 이들도 많았다. 해리스 캠프는 이날 현장에 약 7만5000명이 운집했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만난 해리스 지지자들은 트럼프가 4년 전처럼 대선에 불복하지 않게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고 했다. 흑인 여성 유권자 비키는 “트럼프가 대선 결과에 승복할지 말지는 추측하지 않겠다. 그건 중요하지 않다”며 “우리는 더이상 2020년에 경험했던 것 같은 헛소리를 참아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유세가 열린 워싱턴 DC의 엘립스 공원에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 문구가 걸려 있다. 임성수 특파원


백인 여성 유권자 드니스는 트럼프 지지 집회에서 나온 ‘푸에르토리코는 쓰레기 섬’ 발언을 거론하며 “사람들 사이에 분열을 심는 발언이다. 애국자라면 절대 하지 않을 일”이라고 비판했다. 흑인 남성 존 베이커도 해당 발언을 지적하며 “트럼프 주변에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를 보여준다. 트럼프 새 행정부가 얼마나 끔찍할지 보여주는 사례”라며 “흑인 남성들이 해리스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85% 이상이 해리스에게 투표할 것이다. 지켜보라”고 말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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