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은 연상호 최고의 작품, 유아인 하차에 시행착오 많았다"
[이선필 기자]
3년 만에 새로운 시즌으로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는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2>의 인기가 심상찮다. 표면적으론 주연 배우가 유아인에서 김성철로 바뀌었고, 문근영, 홍의준 등 자기만의 색이 뚜렷한 베테랑 배우들이 투입되는 등 큰 변화가 우선 눈에 띈다.
생전에 지옥행을 고지받는 사람들, 그리고 이를 이용한 신흥 종교세력을 둘러싼 이야기는 그 묵시록적 성격 때문에라도 화제였다. 웹툰 원작자 연상호 감독이 직접 시즌 전반을 이끌면서 시즌2는 보다 역동적이고 블록버스터 성격이 가미됐다는 감상평이 나오고 있다. 이런 묵시록 세계관에서 이야기와 연기만큼 중요한 요소가 바로 음악이다. 시즌1에 이어 2의 음악을 맡은 김동욱 감독을 지난 24일 서울 망원동 작업실에서 만났다.
▲ 넷플릭스 <지옥> 시즌2에 참여한 김동욱 음악감독. |
ⓒ 김동욱 감독 제공 |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 시즌2의 한 장면. |
ⓒ 넷플릭스 |
가장 우려했던 건 유아인 배우가 하차하면서 과연 누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을까였다. 보시면 알겠지만 1편에서 유아인씨가 연기한 장면을 김성철 배우가 이어서 한다. 학교에서 죽음을 고지받는 장면을 10분 가까이 연기하는데 그걸 보면서 음악 방향성을 잡았던 것 같다. 두 배우 연기 스타일이 워낙 다르다 보니 시행착오가 많았는데, 유아인 배우 연기가 정적이라면 김성철 배우는 보다 연극적이라 음악 또한 그에 맞춰가는 식으로 했다."
시즌1 음악이 주변 환경과 배우들 연기를 가리지 않게 효과음과 배경음 정도로 절제한 결과물이라면, 시즌2는 보다 완성형 노래 형태의 음악이 있고 힘 또한 실렸다는 게 김동욱 감독의 설명이었다. 김 감독은 "연상호 감독이 굉장히 음악적 조예가 깊다"며 "작곡가의 능력을 존중하면서도 본인만의 세계를 반영하는 식으로 요구하셨다. 시즌2를 보면 16분 가량이나 한 음악을 쓴 지점도 있는데 그만큼 음악을 잘 활용하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 넷플릭스 <지옥> 시즌2에 참여한 김동욱 음악감독. |
ⓒ 김동욱 감독 제공 |
"중학생 때 피아노를 놨다가 다시 배웠는데 선생님이 고등학교에 가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할 텐데 작곡할 게 아니면 더 안 배워도 된다고 하셨다. 작곡? 그 단어에 꽂혔다. 그 무렵 OST가 한창 유행이었다. 테이프에 녹음된 걸 열심히 들었는데 엔리오 모리꼬네, 그리고 작곡가 이영훈 소품집 등을 너무 좋아했다. 그런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지.
제가 본격적으로 일할 때부터 북유럽 작곡가를 중심으로 한 실험적 음악이 영화에 대거 사용됐잖나. 영화나 드라마 편집도 많이 달라져서 완성된 음악을 넣을 구간이 없다시피 하다. 관객분들 입장에서도 멜로디 음악이 나오면 감정을 강요당한다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더라. 하지만, OST 시대는 다시 돌아올 거라고 본다. <시카리오>를 시작으로 이런 엠비언스 계열 음악이 유행했고, 한스 짐머가 정점을 찍었는데 요즘은 조금씩 멜로디가 강조된 음악도 나오는 것 같다."
20년 넘게 콘텐츠 음악을 해오면서 알게 모르게 좋은 동료들이 생겼다. 데뷔작을 함께한 김혜미 감독과도 최근 <클라이밍>이라는 장편 애니메이션을 작업했다고 한다. 해당 작품은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안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경쟁 부문에 초청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김조광수 감독과도 꽤 오래 협업하는 등 독립영화와도 연이 깊다.
"아무래도 애니메이션에 애정이 강할 수밖에 없다. 음악의 역할을 다른 콘텐츠에 비해 더 중요하게 보는 것 같다. 비용도 일한 만큼 책정하고. 음악감독 입장에선 보람이 더 크달까. 후반 작업할 때 거의 연출과 음악감독이 붙들고 있는 경우가 많으니까. 이번에 김혜미 감독이 10년 만에 복귀했다. 결혼과 육아로 공백기였거든. 같이 작업하자고 했을 때 기분이 너무 좋더라.
얼마 전까진 저도 연출을 해볼까도 생각했는데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더라. 뭐랄까 좀 건방지다는 느낌이랄까. 일할수록 연출자에 대한 존경심이 생기는 것 같다. 제 역할은 그분들의 세계가 더욱 완성될 수 있게 돕는 데에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한스 짐머도 감독들이 해달라는 걸 해주시잖나. 엔리오 모리꼬네 정도는 돼야 자기 의견을 주장해 볼 수 있을 것이다(웃음).
솔직히 수상에는 미련이 없다. 미국 아카데미는 좀 다르겠지만(웃음). 다만 개인적 목표나 꿈이 있다면 제2의 박찬욱, 봉준호, 연상호 감독님 같은 분들을 두 세 명은 더 만나고 싶다는 것이다. 제가 꾸준히 영화제를 다니는 이유기도 하다. 최근에 <장손>이라는 영화가 너무 좋아서 오정민 감독님을 만났다. 다음에 어떤 작품을 만들지 기대되는 게 오랜만이었다. 그 정도로 연출이 기막히다. 이런 감독을 꾸준히 만나고 싶다. 나아가 같이 작업할 수 있으면 더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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