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반사효과에 금리 인하까지...중수익 ELB 발행 열기 ‘활활’
상반기 홍콩 ELS 손실 사태에 원금보장 상품 부각
하반기 긴축 완화...은행예금보다 높은 이자율 매력
비과세 혜택에 퇴직연금 연계한 영업 경쟁 활발
올해 상반기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사태에 이어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가 본격화 되면서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발행 확대가 지속되고 있다.
원금을 지킬 수 있으면서 은행 예금 이자율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ELB 상품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당분간 증권사들의 발행이 활기를 띨 전망이다.
3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1월2일~10월28일) 국내 증권사에서 발행된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금액은 총 16조6308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9조4452억원) 대비 76.08% 급증했다.
ELB는 ELS처럼 주가지수나 개별 종목의 주가에 연계돼 수익률이 정해지는 상품으로 만기에 주가지수가 특정 구간 내에 있으면 약속한 금리를 적용한다. 대신 원금 손실이 가능한 ELS와 달리 중도 상환을 요구하지 않으면 발행 증권사가 파산하지 않는 한 원금이 보장되는 구조다.
올해 ELB 발행이 늘어난 데는 먼저 상반기에 발생한 홍콩 HSCEI ELS 손실 사태가 한몫을 했다. 올해 초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면서 ELS 대안으로 원금 보장이 가능한 ELB가 부상했기 때문이다.
실제 ELB 발행이 급증한 올 들어 ELS는 13조5988억원 발행되면서 전년 동기(25조5056억원) 대비 46.68% 급감했다.
하반기에는 주요국이 통화 긴축을 마무리 하면서 ELB의 투자 매력이 더 부각됐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달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을 단행한 데 이어 한국은행도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영향이다.
통상 예금 금리의 하락은 ELB를 발행하는 증권사들에 기회가 될 수 있다. 안정적인 투자처를 원하는 고객들에게 중수익을 제공하는 ELB를 내세울 수 있어서다.
ELB는 주식 종목에 투자 비중이 높은 ELS와 달리 주로 안전자산인 채권에 투자하고 나머지를 주식과 주가지수에 투자하는 기법을 쓴다.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은 대신 수익률이 ELS에 비해 높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원금을 보장하면서 금리 인하기에 예금 이자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날(29일)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기본금리는 3.21~3.41% 수준이다.
반면 전날 기준 삼성전자 보통주와 한국전력 보통주를 기초자산으로 활용하는 ELB의 연환산 수익률은 각각 4.4%, 4.5%로 예금금리보다 높다. S&P500과 코스피200 두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ELB의 연환산 수익률은 5.35%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증권사들이 퇴직연금 영업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도 ELB의 발행 물량 확대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ELB가 변동성 장세에서 돋보이는 만큼 증권사들이 퇴직연금 편입 상품으로 활용하고 있는 덕분이다. 투자자 입장에선 중개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이용하면 비과세 혜택을 받는 것도 가능하다. ELB는 수익에 대해 세금을 배당소득으로 간주하며 15.4%로 과세돼 비과세 또는 과세이연 혜택을 볼 수 있다.
이에 KB증권과 키움증권은 중개형 ISA 보유 고객을 대상으로 올해 연말까지 특판 ELB를 판매하고 있고 현대차증권은 퇴직연금 가입자들을 위한 비대면 온라인 청약 기능을 추가했다. 퇴직연금 시장을 겨냥한 증권사들의 ELB 투자자 유치 경쟁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장근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ELS 시장은 침체됐지만 ELB 같은 원금보장형 상품은 예전보다 훨씬 활발하게 발행되고 있다”며 “ELB는 증권사 퇴직연금 계좌에서 정기예금의 대체제로 적극 편입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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