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브랜드도 떴다…K뷰티 날고 있는데 '빅3'는 휘청, 왜
K뷰티 열풍으로 중소 화장품업체와 ODM(제조사 개발생산) 기업들이 3분기 호실적을 예고한 가운데 빅3로 꼽히는 LG생활건강·아모레퍼시픽·애경산업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중국 내 소비 침체가 장기화하며 중국 의존도가 높은 이들 기업의 실적이 쉽게 회복되지 않고 있어서다. 중저가 브랜드를 앞세워 북미 K뷰티 팬층을 공략하고 아마존 등 이커머스 유통 비중을 높이는 등 시장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LG생건, 3분기 영업익 17% 감소
29일 LG생활건강은 3분기 매출 1조7136억원, 영업이익 1061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7.4% 줄었다. 화장품(-2.9%), 생활용품(-1.3%), 음료(-1.1%) 등 각 사업부의 매출이 동반 감소한 탓이다. 영업이익 감소 폭은 음료(-27.5%) 사업이 가장 컸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코카콜라, 환타 등 음료 소비가 둔화한 데다 원부자재 단가가 올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LG생활건강의 실적을 견인했던 화장품 사업은 중국 경기 침체 여파로 쉽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면세점 매출을 이끌던 중국 관광객 효과도 다시 누리기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브랜드 리뉴얼을 마친 ‘더 후’가 알리바바 티몰, 징둥닷컴, 더우인(틱톡) 등 중국 온라인에서 인기를 끌며 직전 분기보다 영업이익이 증가한 점은 긍정적이다.
K뷰티 빅3, 中 불황에 휘청
K뷰티 빅3의 주요 매출원이었던 중국 시장은 ‘계륵’이 된 지 오래다. 오는 31일 실적 발표를 앞둔 아모레퍼시픽과 애경산업도 중국 시장 매출이 실적을 좌우할 주요 요소다. 앞서 아모레퍼시픽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9.5% 감소한 42억원이었다. 중화권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3% 줄어들며 영업적자를 기록한 여파였다. 신한투자증권은 아모레퍼시픽 중국법인의 3분기 영업손실이 5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지원 흥국증권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은 연말까지 중국 사업 구조조정이 실적 악화에 주요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은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애경산업 화장품 매출 중 중국 기여도(약 60%)가 절반을 넘다 보니 중국 부진의 역풍을 크게 맞게 됐다”고 분석했다.
중저가 브랜드로 시장 다변화
이들 업체의 실적 개선을 위해서는 K뷰티 열풍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중소 업체들처럼 가성비 있는 중저가 브랜드로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LG생활건강의 경우 북미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더페이스샵, 빌리프 등 중저가 브랜드를 키우고 신제품을 출시하는 등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아마존의 인기를 바탕으로 CVS, 월마트 캐나다 등 북미 유통 채널에 더페이스샵 미감수 클렌징 라인이 진출했다”며 “빌리프, CNP 등 전략 브랜드에서는 북미 시장을 겨냥한 신제품을 출시하며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 역시 코스알엑스, 라네즈 등이 중저가 브랜드가 북미 시장에서 선방하고 있는 점이 고무적이다. 이지원 흥국증권 연구원은 “인디브랜드 중심의 한국 화장품이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며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도 아마존 행사에서 매출 상위권을 기록하는 등 북미 사업이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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