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빼는 위고비, 살 때는 無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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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미용에 관심이 많던 20대 여성 김모씨는 기적의 다이어트약으로 알려진 '위고비'의 국내 출시 소식이 전해지자 비대면 의료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약을 구하기로 했다.
약 처방 기준이 되는 BMI(체질량지수)가 정상 범위였지만 1분 남짓한 의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체중을 속여 손쉽게 위고비를 처방을 받았다.
미국에서 먼저 출시된 위고비는 일론 머스크, 오프라 윈프리, 킴 카다시안 등 인플루언서들의 체중 감량 사례를 통해 국내 출시 전부터 화제를 모은 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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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전화·결제만 하면 손쉽게 처방
약국별 가격 비교 정보 공유하기도
평소 미용에 관심이 많던 20대 여성 김모씨는 기적의 다이어트약으로 알려진 ‘위고비’의 국내 출시 소식이 전해지자 비대면 의료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약을 구하기로 했다. 약 처방 기준이 되는 BMI(체질량지수)가 정상 범위였지만 1분 남짓한 의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체중을 속여 손쉽게 위고비를 처방을 받았다. 수십만원대 고가였지만 약국별 가격 비교 서비스로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약을 구한 김씨는 만족하며 약을 투여했다.
이달 국내 출시돼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성분 비만치료제 위고비에 대한 무분별한 처방과 오남용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29일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에는 위고비를 처방받아 투약한 후기와 이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15일 국내 출시된 이후 유통망을 거쳐 본격적으로 처방이 이루어지면서 벌써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의견이 공유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 먼저 출시된 위고비는 일론 머스크, 오프라 윈프리, 킴 카다시안 등 인플루언서들의 체중 감량 사례를 통해 국내 출시 전부터 화제를 모은 약이다.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 1위인 삭센다는 매일 투약해야 하지만 위고비는 주 1회 투약하면 돼 환자 편의성이 높은 점도 인기 요인이다.
약국마다 천차만별인 가격도 온라인 정보 공유를 촉진하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 측이 병원과 약국에 공급하는 가격은 4회 투약분에 약 37만2000원이지만 비급여 의약품이다보니 약국이 개별적으로 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 현재 시중 가격은 40만원대에서 80만원대까지 다양하다.
전문의약품인 위고비는 처방 기준이 있고, 약을 받기 위해서는 의사의 처방전이 필요하다. 오남용 문제의 진원지인 비대면 의료 플랫폼은 진료 과목과 병·의원 의료진을 선택한 후 개인정보와 진료 희망 시간 등을 입력하면 진료 상담 전화가 연결된다. 증상에 대한 문진이 이뤄지고 진료비를 결제하면 처방전이 발급된다. 또 가격별로 약국 위치가 지도에 표시돼 원하는 약국을 선택해 약을 배송받을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당시 비대면 의료의 편리함을 경험한 이들이 비만·탈모·사후피임약 등을 쉽게 구할 수 있었고, 올해 의료 대란으로 비대면 진료가 초진 환자 처방과 병원급 의료기관으로 전면 확대되면서 현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부 비대면 진료 과정에서는 임신 여부나 기저 질환도 묻지 않았고 부작용 고지도 없었다고 한다.
온라인 불법 유통은 더 문제가 크다. 다이어트 커뮤니티와 카페 등에서는 비만 질환이 없는 사람에게도 위고비를 처방해주는 ‘성지 약국’과 직구 사이트 등의 정보가 유통되고 있다. 아직 국내 출시되지 않은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의 비만치료제 ‘마운자로(젭바운드)’도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
무엇보다 부작용이 가장 우려된다. 위고비는 임상 과정에서 두통, 구토, 설사, 변비, 담석증, 모발손실, 급성췌장염 등의 부작용도 보고됐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투약 후 두통에 시달려 며칠을 움직이지 못했다” “운동을 하지 못해 체중이 더 늘었다”는 등의 후기도 등장했다. 지난해 7월 아이슬란드에선 위고비가 자살·자해 충동을 불러일으킨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국내 허가된 위고비 주사제는 용량별로 0.25㎎, 0.5㎎, 1.0㎎, 1.7㎎, 2.4㎎ 등 5개로 세분화돼있다. 업계 관계자는 “위고비는 0.25㎎으로 시작해 4주 간격으로 단계적으로 용량을 증량해야 하는 복잡한 약이고, 주사제 한 개를 4회에 걸쳐 정확히 투약해야 한다는 점도 환자에게 명확히 인지시켜야 하는데 비대면 진료로는 한계가 있어 약을 잘못 투약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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