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 데려간 해외여행, 실상은 ‘마약 밀반입’ 눈가림

30만명분 들여온 30대 아빠 덜미
유통·운반책 3명도 검찰 송치

두 아이와 함께 가족여행을 다녀오는 척하며 필리핀에서 30만명분의 마약을 밀반입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해외에서 필로폰, 케타민 등 마약류를 국내로 몰래 들여온 A씨(33)를 최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향정·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고 29일 밝혔다. 이 마약을 국내에 유통한 B씨(45) 등 2명과 운반책 C씨(21) 등도 같은 혐의로 지난달 검찰에 넘겨졌다.

A씨 등은 지난 6월부터 지난달까지 필로폰 6.643㎏, 케타민 803g 등 마약류를 필리핀에서 국내로 4차례 밀반입해 일부를 유통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이 들여온 마약류는 30만여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으로, 시가 35억원 상당이다.

당초 A씨는 혼자서 출입국을 반복하며 마약을 들여왔다. 지난 9월에는 두 차례 아내와 7·8세인 두 아이를 데리고 필리핀으로 출국했다. 이후 A씨는 현지에서 마약류가 담긴 배낭을 전달받아 입국했다. A씨는 마약 검사를 피하려고 배낭 일부를 절단해 빈 공간을 만들어 마약류를 얇게 펴 넣은 후 봉제했다. 또 공항의 엑스레이 검사를 통과하기 위해 배낭에 망고칩 등을 넣은 것으로 조사됐다.

B씨 등 유통책은 A씨가 야산에 숨겨둔 배낭 속 마약을 개별 포장한 뒤 경기도 수원의 한 공원 땅속에 묻었다. C씨는 이를 회수해 주택가 소화기나 분전함에 숨겨놓고 구매자에게 찾아가도록 했다. C씨는 이런 수법으로 전국에 마약을 판매했다.

이들은 서로 구체적인 신원은 모른 채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총책의 지시를 받으며 마약류를 유통했다. 아직 검거되지 않은 총책은 A씨 가족의 필리핀 체류 비용을 전부 부담했다. 경찰은 A씨의 아내도 관련 범죄를 알고 있었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은 총책 등 윗선을 쫓는 한편 범죄 수익금이 흘러간 경로도 추적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가족여행을 가장해 해외로 나가 마약류를 국내에 들여오고 유통한 범행이 발각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한웅희 기자 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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