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학 자율에 맡긴 의대생 휴학, 대화 재개 실마리 되길
정부, 대학 건의 수용해 휴학 전제조건 철회
의·정 협의체에 청신호, 의료계도 대화 나서야
정부가 길게는 9개월째 수업을 거부해 온 의대생들의 휴학 승인을 대학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내년 1학기 복귀’라는 휴학 승인 조건을 붙이지 말아야 한다는 각 대학과 의료계의 요구를 받아들인 결과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어제 오후 의대를 운영하는 전국 40개 대학 총장들과 영상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장관은 이 자리에서 의대생의 개인적 사유에 의한 휴학 신청은 각 대학의 자율적 판단에 맡긴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정부가 기존 입장을 고수할 경우 의대 교육의 파행이 계속될 것이란 현실적 고민의 결과였다. 간담회에 참석한 대학 총장들은 정부의 방침 변경을 환영하면서 내년 의대 교육과정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내년 1학기 수업 복귀를 약속하지 않는 의대생은 휴학을 승인하지 않고 유급이나 제적시키겠다는 정부 방침은 결과적으로 의대생 복귀에 별로 효과가 없었다. 현시점에서 중요한 건 행정 편의주의가 아니라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한 현실적인 고민이다. 의대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은 양질의 의사를 길러내는 것이란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국가거점국립대 총장협의회는 그제 발표한 입장문에서 “정부는 휴학원의 대학별 자율적 승인이 내년도 학생 복귀의 선결 조건이라는 인식을 대학과 함께해 달라”며 정부를 압박했었다. 7대 종단 지도자들이 참여하는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도 의대생 휴학 승인을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제라도 정부가 현실적 한계를 인정하고 입장을 전환한 건 다행스럽다. 그동안 정부는 ‘동맹휴학은 불가’라는 원칙에서 의대생 휴학계 승인을 막아왔지만 전국 의대의 2학기 등록률은 3.4%에 그쳤다. 결국 올해는 의대 수업 정상화가 불가능하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부는 다음 달까지 의대생들이 돌아오기만 하면 수업을 오전·오후로 쪼개고 겨울방학도 반납하는 식으로 수업 시수를 채울 수 있다고 했지만 탁상공론이란 비판을 받았었다. 심지어 F학점(낙제)을 받아도 다음 학년으로 진급시키겠다는 비현실적인 발상까지 내놓기도 했었다.
정부가 의대생 휴학 승인의 걸림돌을 제거했으니 이젠 각 대학과 의료계는 내년 의대 교육 정상화를 위해 협력할 때다. 의대생 휴학 승인은 대한의학회 등이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하는 조건의 일부로도 내걸었던 사항이다. 이번 기회를 그냥 흘려보내지 말고 의료계도 대화의 테이블에 참여하길 바란다. 올해도 이제 두 달밖에 남지 않았다. 국민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자존심 싸움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의대 증원을 둘러싼 갈등이 내년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여·야·의·정 협의체든, 다른 방식이든 하루빨리 대화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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