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재호 칼럼] 세종 국회의사당과 하이퍼루프
내년도 예산안에 세종 국회의사당 건립을 위한 토지 매입예산 350억원이 배정됐다. 세종의사당은 총 사업비 3조6000억원으로 서울 여의도 국회의 2배 규모 신축 계획이다.
정치권은 선거철마다 충청 표를 의식해 세종의사당 건립추진을 약속해왔다. 헌법재판소가 수도의 세종 이전에 위헌 결정을 내렸음에도 대법원 등 사법기관까지 세종으로 이전하자는 정치권의 표 계산 논리는 선거철마다 고개를 내민다. 사업이 구체화되면 의사당 건설 및 이전 비용에 4조6000억원 이상 소요된다고 한다. 과연 이처럼 많은 세금을 들여 또 하나의 국회의사당을 짓는 것이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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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의사당보다 미래교통 투자 필요
세종까지 하이퍼루프 건설이 대안
AI 활용으로 기술난제 극복 쉬워져
정치 논리보다 기술 논리 우선해야
」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에 나오는 기관신뢰도 조사에 따르면 국회는 2014년 이래 매년 단 한 번도 최하위를 벗어난 적이 없다. 2023년 기관신뢰도 평균 평점은 51.1점이다. 의료계 72.1, 교육계 66.9, 금융기관 63.8, 대기업 54.5, 중앙부처 53.8, 경찰 51.4, 검찰 44.5, 신문사 44.4 등 총 16개 기관에 대한 평가 중 국회는 24.7점으로 최하위이다. 24.7점은 그 다음으로 최하위인 노동조합 37.3점에도 훨씬 못 미치는 낮은 점수이다. 이런 국회에 또 하나의 멋진 의사당을 지어주는 데 엄청난 세금이 쓰여진다는 것을 적극 지지할 국민들이 얼마나 있을까?
국정은 미래를 바라보고 비전과 상상력으로 기획되고 추진되어야 한다. 최근 미래에 대한 비전은 정치가가 아니라 기술기업가(techno-entrepreuner)가 제시하고 있다. 그들은 정부도 못하는 미래의 위협을 경고하고 비전을 제시한다. 빌 게이츠는 바이러스의 위험성과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게이츠재단을 통해 엄청난 자금으로 문제해결 대안을 제시한다. 일론 머스크는 스페이스X, 뉴럴 링크, 하이퍼루프 등으로 세상을 바꿀 미래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하이퍼루프는 21세기 세계 교통망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기술이다. 직경 3m 정도의 아진공상태의 튜브 안에 자기부상열차로 운행하는 교통수단이다. 비행기 평균 시속이 800㎞인데 하이퍼루프의 시속은 1200㎞이다. 출발과 도착은 대규모 공항건설 없이 도심 한 가운데 하이퍼루프 역을 통해 가능하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의 유튜브 영상을 보면 부산에서 서울로 출근하는데 20분이면 충분하다.
하이퍼루프는 어반 모빌리티와 함께 21세기 새로운 교통수단인 동시에 신산업 동력이 될 것이다. 현재 미국, 캐나다, 네덜란드, 스페인, 중국, 일본 등 전 세계 약 200여개의 회사들이 기술개발과 상용화에 도전하고 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하이퍼 튜브라는 이름으로 세계 최초로 2009년 연구를 시작했고, 2020년 0.001기압 환경의 축소형 튜브 실험에서 시속 1019㎞를 성공한 바 있다. 지난 달 포스코는 네덜란드 하르트사의 실험노선에 특수강재 튜브를 공급했다. 2050년까지 유럽에서만 총 2만5000㎞의 하이퍼루프 건설이 전망되는데, 튜브용 강재는 1㎞당 특수강이 약 2000t 소요된다고 한다. 전 세계가 하이퍼루프로 연결되면 우리의 기술과 산업이 항공산업 이상의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하이퍼루프는 초전도 자기부상열차 방식이기에 튜브에 설치한 태양광전지의 에너지원만으로도 운행이 가능하다. 에너지 효율이 뛰어나 운임도 KTX보다 훨씬 저렴할 수 있다. 대량의 배기가스를 내뿜는 자가용 비행기 탑승을 비난하거나 아예 탑승을 거부하는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를 볼 때 하이퍼루프는 21세기에 매력적인 교통수단이 될 것이다.
비행기보다 1.5배 빠른 교통수단이기에 주요 도시를 허브역으로 하여 전 세계는 지하철 노선처럼 연결된다. 베링해를 해저터널로 연결하면 남미 칠레까지 비행기보다 빠르게 갈 수 있다. 블라디보스톡에서 모스크바까지 7박 8일 걸리는 시베리아 횡단열차도 10시간이면 충분히 갈 수 있다.
올해 노벨 화학상을 받은 허사비스는 AI기술을 이용해 알파고로 바둑을 제패한 다음 알파폴드를 개발해 인류가 지금까지 밝혀낸 20만개를 뛰어넘어 2억개 이상의 단백질 구조를 밝혀냈다. 하이퍼루프의 실현을 위한 기술난제들도 이처럼 AI기술로 상상외로 빠르게 해결될 수 있다.
현재 하이퍼루프 건설비용은 ㎞당 265억원 정도로 예상되어 여의도에서 세종 120㎞ 건설비는 약 3조1800억원이다. 국회의원이 여의도에서 세종시까지 5분이면 도착하고 자율주행 시스템이기에 연속 출발도 가능하다. AI시대가 빠르게 다가와 원격교육, 원격의료가 보편화되고 1시간 내에 전국 어디든 접근이 가능하게 되면 쾌적한 지방 스마트도시의 활성화도 촉진될 수 있다.
그렇다면 또 하나의 의사당 건설과 미래 교통을 위한 투자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할까? 경부고속도로로 전국이 1일 생활권이 되었는데 여의도 세종 하이퍼루프를 시작으로 십여년 후에는 전국이 1시간 생활권이 되면 좋겠다.
염재호 태재대 총장·국가AI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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