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초롱] 한강, 세계로 흐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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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개인적인 영예를 넘어 한국 문학이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중대한 전환점이 되리라 생각한다.
이 같은 여성 문학의 오랜 전통에 비춰 볼 때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 여성들이 오랫동안 자신들의 목소리를 찾기 위해 노력해온 여정의 결실이면서, 앞으로 더 많은 여성 작가들이 세계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 여성들이 오랫동안 부여받지 못했던 권리와 가능성을 실현해 가는 과정에 또 하나의 이정표가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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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개인적인 영예를 넘어 한국 문학이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중대한 전환점이 되리라 생각한다. 더 나아가 비주류로 취급받던 동아시아 문학의 위상을 높이고 작품에 담긴 한국사의 특별한 아픔과 치유 과정에 세계의 관심을 끌어내리라 본다.
특히 아시아 최초의 여성 노벨문학상 수상은 고전학자인 내게 한국 사회의 여성 교육사와 문학 전통을 돌아보게 한다. 과거 여성들은 학습과 교육의 기회가 거의 없었다. 조선시대 여성의 역할은 주로 집안일로 제한됐고 학문을 통한 자아실현이나 사회 진출은 거의 꿈꿀 수 없었다. 남성들이 과거시험을 통해 관직에 나아가는 것을 목표로 했다면 여성들은 가정 내 역할에 충실하며 가족을 돌보는 것을 최고의 미덕으로 여겼다.
여성의 문자 교육 기회는 대부분 차단됐고 상류층 여성들만이 제한적으로 한글과 한문을 배울 수 있었다. 여성 교육서는 ‘내훈(內訓)’ ‘열녀전(列女傳)’ ‘소학(小學)’ ‘여사서(女四書)’ 등으로 유교적 덕목과 정절을 강조하는 것이었다. 남성들은 서당과 향교, 서원, 성균관 등의 공식적인 교육기관을 통해 어려서부터 체계적으로 문자와 지식을 배웠으나 여성들은 집안에서 어머니나 할머니 등에게서 제한된 교육을 받았다. 여성은 지적 능력이 부족하다는 당대의 통념은 이와 같은 교육의 차별이 낳은 자연스러운 귀결이었다.
하지만 제대로 된 문자 교육을 받지 못하는 악조건에도 규범에 도전한 여류 작가들이 있었다. 허난설헌, 신사임당, 김호연재, 임윤지당, 이빙허각, 강정일당을 비롯해 황진이, 이매창 등에 이르기까지 여성들은 엄격한 교육 차별 속에서도 뛰어난 문학적 재능을 보여줬다. 특히 한글의 보급은 여성들이 내방가사와 시조를 통해 자신들만의 감성과 내면세계를 표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근대에서도 여성에게 기대된 역할은 현모양처에 머물렀으며 여성의 사회 진출은 여전히 제한됐다. “여자가 공부해서 뭣하냐”라는 편견은 오래도록 이어졌다. 그러나 그러한 상황에서도 나혜석, 김명순, 강경애부터 박경리, 박완서, 오정희 등을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많은 여성 작가들이 가부장제 사회에서 고통받는 여성과 자아 찾기, 자아 정체성 탐구, 여성의 삶을 둘러싼 관계망을 비롯해 사회 부조리와 일상의 폭력, 소외된 존재의 이야기를 사회적, 역사적 맥락 속에서 세밀하고 섬세한 필치로 담아냈다.
이 같은 여성 문학의 오랜 전통에 비춰 볼 때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 여성들이 오랫동안 자신들의 목소리를 찾기 위해 노력해온 여정의 결실이면서, 앞으로 더 많은 여성 작가들이 세계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남성 중심의 오랜 문학 전통 속에서 한강은 고유의 섬세한 감성을 통해 인간의 고통과 내밀한 상처를 깊이 있게 그려낸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 여성들이 오랫동안 부여받지 못했던 권리와 가능성을 실현해 가는 과정에 또 하나의 이정표가 되리라 생각한다.
한강의 능력과 성취는 단순히 여성 문학의 틀로만 가둬선 안 된다. 한강의 글은 개인의 고통과 트라우마를 넘어 인류 보편의 언어로 확장되는 힘을 지녔다. 그녀는 한국 사회의 특수한 역사적 비극을 다루면서도 이를 인간 존재의 근원적 질문으로 승화한다. 많은 사람이 역사적 트라우마와 폭력, 고통을 이야기하지만 작가는 이를 아름다운 문학의 언어로 승화시킨다. 그녀는 예리한 시선으로 인간 내면의 가장 어두운 구석까지 파고들며, 시처럼 아름답고도 서정적인 문장으로 승화시키는 특별한 능력을 지녔다. 역사의 아픔을 보듬어 안으며 생명의 존엄성을 이야기하는 한강의 글이 국경과 언어의 장벽을 넘어 전 세계로 흘러가 인류의 마음을 깊이 울렸으면 한다.
박수밀(고전학자·한양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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