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첨단기술기업의 ‘AI 거품론’ 잠재우려면

2024. 10. 30.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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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석 가천대 석좌교수 반도체교육원장

2022년 11월 오픈AI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가 공개되자 ‘AI 혁명’이 몰고 올 혁신에 대한 기대감으로 세상이 환호했다. 엔비디아·애플·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아마존·테슬라·메타 등 ‘M7(매그니피센트 7)’으로 불리는 첨단 대형 기술 기업들의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그렇지만 지난여름 M7의 주가가 폭락했다. 최근 상당 부분 만회하고 있지만, 학계와 투자은행(IB) 업계를 중심으로 ‘AI 산업 거품론’이 있다. 아마존·MS·메타·구글 같은 기업들은 엔비디아로부터 GPU칩을 구매해 데이터센터를 구축·운영한다. 데이터센터의 고객은 오픈AI 같은 서비스 기업인데, 투자에 비해 아직 충분히 수익을 못 낸다. 지금은 AI 칩을 개발·제조하는 엔비디아와 대만의 TSMC만 큰 수익을 올리고 있다. HBM(고대역폭 메모리)을 공급하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도 혜택을 보고 있다.

「 학계·투자업계에 AI 산업 회의론
첨단산업 정착 시간 걸리기 마련
응용 AI 분야에서 성과를 더 내야

AI 거품론을 보면 필자가 삼성에서 이동통신 칩세트를 개발하던 2000년 초가 떠오른다. 당시 전 세계 통신 관련 업체들은 꿈의 이동통신이라 불리던 IMT-2000을 표준화·상용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당시엔 무선으로는 9.6kbps 정도의 음성 통화를 하던 수준이었는데, IMT-2000은 최대 2.4Mbps의 데이터 전송 속도를 목표로 했다. 이 정도의 속도라면 실시간으로 양방향 영상통화가 가능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실제 이 속도는 2006년이 돼서야 달성했다. 그때까지 ‘꿈의 이동통신’이나 ‘황금알을 낳은 거위’라는 낙관론도 있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오래 따라 다녔다. 킬러 서비스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비판이었다.

IMT-2000 서비스를 본격 시작했을 때 얼마나 많은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도 제기됐다. 세계 이동통신 표준 방식이 동기식과 비동기식으로 나뉘어 있는 것은 장비 제조사와 소비자 모두에게 투자비 부담을 준다는 점도 지적됐다.

우여곡절 끝에 IMT-2000은 걸음마 단계에 있던 모바일 인터넷을 높은 수준으로 가능하게 했다. 네이버(1999년), 페이스북(2004년), 트위터(2006년)의 탄생으로 모바일 포털 비즈니스가 본격화됐다. 2007년 아이폰의 등장이 IMT-2000 서비스를 확산하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

결국 꿈의 이동통신이 정착하는 데는 최소 5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다. 이동통신망을 전 세계에 구축하는 것과 AI 데이터센터 구축은 인프라 선행 투자가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닮았다. IMT-2000과 비교하면 AI는 지금이 시작 단계다. 이제 막 시장이 열린 상황에서 AI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너무 이른 감이 있다. AI 관련 투자를 지속해야 하는 이유다.

AI 산업이 안착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첫째, ‘대규모 언어 모델(LLM)’에서 ‘경량화 언어 모델(sLLM)’로 개발을 더 가속해야 한다. sLLM은 매개변수가 적은 만큼 LLM에 비해 더 적은 연산으로 훈련 시간과 비용·용량·전력 소모량이 훨씬 절감된다. 신경처리장치(NPU) 기반의 저전력 AI 반도체가 데이터센터에 활용될 수 있도록 기술개발을 해야 한다.

둘째, 응용 AI(산업용 AI)에서 빠른 성과를 내야 한다. 온디바이스 AI를 확대 적용하자는 것이다. 특히 AI의 산업화 관점에서 이 부분이 매우 중요하다. PC나 스마트폰뿐 아니라 가전·자동차·드론 제품이나 공장·도시·의료기기기·국방 등 전 산업을 AI화해야 한다. 금융·법률·교육·마케팅·영업이나 콘텐트 제작, 디자인, 비디오게임 개발도 활성화해야 한다.

셋째, 새로운 서비스를 발굴해 고객이 스마트폰 모바일 기기나 PC에서 충분히 활용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그렇지만 AI를 통해 세상에 없는 완전히 새로운 상품을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이미 소비자가 경험해 본 서비스에 AI를 접목해 업그레이드하는 차원으로 진행해야 승산이 있다.

AI가 산업화에 성공하려면 데이터센터 구축뿐 아니라 응용 AI 확대에 더 많이 노력하고 성과를 보여 줘야 한다. 진정한 AI 시대로 안착하려면 이 두 가지를 유념해야 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용석 가천대 석좌교수·반도체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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