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파병 위기 국면…우크라와 공조 강화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러시아가 북한에 민감 군사기술을 이전할 가능성도 문제지만, 6·25전쟁 이후 현대전을 치러보지 않은 북한이 우크라이나전에서 얻은 경험을 100만 명이 넘는 북한군 전체에 습득시킨다면 우리 안보에 커다란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전격적으로 진행된 통화에서 “북한이 러시아에 대한 군사무기 지원을 넘어, 특수부대 파병이라는 위험하고 전례 없는 일을 벌이고 있다”며 이같이 우려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러·북의 군사적 야합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의 전장 상황을 면밀히 관찰하면서 실효적인 단계적 대응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선 투입이 임박해 있고, 이로 인해 전쟁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며 “한국과도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을 확대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유럽연합(EU), 우크라이나 키이우에 파견된 정부 대표단을 소개하며 “러·북 군사 밀착의 직접적인 이해관계자인 한국과 우크라이나가 앞으로 긴밀히 소통하며 대응을 조율해 나가자”고 화답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윤 대통령과의 통화 뒤 X(옛 트위터)에 “우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북한군이 개입한 데 대해 논의했다”며 “결론은 분명하다. 이 전쟁은 두 나라를 넘어 국제화되고 있으며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통화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또한 전투 지역 근처 러시아 훈련장에 북한군 3000명이 배치됐다는 최근 데이터를 윤 대통령과 공유했으며, 북한군은 약 1만2000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나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한 양자 안보 보장에 관한 주요 7개국(G7) 빌뉴스 선언에 한국이 참여할 것을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G7 정상들은 지난해 7월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장기적인 군사·경제지원을 골자로 한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대통령실은 “양 정상이 이번 통화에서 북한의 군사무기 이전과 파병을 비롯한 러·북의 불법적 군사협력을 가장 강력한 언어로 규탄하고, 공동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협의’를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조만간 한국에 특사를 파견하기로 했다.
대통령 “전쟁 경험 북한군 습득 땐 우리 안보에 커다란 위협될 것”
대통령실은 이날 논의된 ‘전략적 협의’와 관련해 “전장 상황에 따라 단계적 대응 조치를 어떻게 전략적으로 취해갈지 우크라이나 정부와 논의해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X에 “우리는 정보와 전문 지식 교환을 강화하고 모든 레벨, 특히 최고위층에서 접촉을 강화해 이러한 긴장 고조에 대처하기 위한 행동 전략과 대책을 개발하고, 상호 파트너를 협력에 참여시키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날 양국 정상의 전화 통화 보도자료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은 언급되지 않았다. 대신 대통령실은 “우리 정부는 ‘우크라이나 평화 연대 이니셔티브’에 기반한 안보·인도·재건 분야 지원을 계속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위한 추가적인 협력 방안을 우방국들과 함께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전장 상황을 고려할 때 아직 살상 무기 지원을 논의할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라고 했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우리 정부와 우크라이나의 이해관계가 완전히 일치할 수는 없다”며 “살상 무기 지원은 한반도 안보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히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북한의 파병에 대해 “러시아와 북한의 불법 군사 야합은 국제사회에 대한 중요한 안보 위협이면서 우리 안보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엄중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모든 가능성을 철저히 점검해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모두가 긴장감을 가지고 리스크 관리에 임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양국 정상 통화에 앞서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윤석열 정권은 한반도 평화를 지키려는 노력 대신 파병 북한군 공격과 우크라이나 살상무기 지원 등을 공언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확산은 물론이고, 궁극적으로 한반도에 전쟁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험천만한 발상”이라고 논평했다.
서유진·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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