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보인 삼성 주장 구자욱 “2등이라는 기분 잘 새겨둬야죠”
삼성 라이온즈 주장 구자욱(31)이 결국 눈물을 보였다.
삼성은 28일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KIA 타이거즈에 5-7로 졌다. 2015년 이후 9년 만에 밟은 한국시리즈 무대였지만, KIA에 우승 트로피를 내줬다.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구자욱은 눈물을 글썽였다. 그는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도루를 하다 왼쪽 무릎 부상을 당했다. 조금이라도 빨리 회복하려고 일본까지 다녀오고, 매일 치료를 받으며 재활운동을 했지만 끝내 경기에는 뛰지 못했다.
올해 주장을 맡은 구자욱은 선후배를 하나로 묶는 가교 역할을 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구자욱이 1년 동안 중간 역할을 잘했다. 베테랑 강민호와 함께 팀 분위기를 좋게 만들었다”며 칭찬했다.
실력도 뛰어났다. 정규시즌 타율 4위(0.345)에 올랐고, 홈런(33개)·타점(115개)은 데뷔 후 개인 최고 기록을 세웠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결정적인 홈런을 터뜨렸다. 그런 구자욱이 부상으로 빠진 건 삼성에게 큰 손실이었다.
구자욱은 경기에 뛰진 못해도 더그아웃에서 열심히 응원했다. 목소리 높여 ‘파이팅’을 외치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경기에 뛰기 힘들었지만, “할 수 없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박진만 감독은 “(5-7로 뒤진 8회 2사 만루의 기회에서)구자욱의 대타 투입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올해만 야구를 하고 그만둘 선수가 아니다. 더 큰 부상을 당하면 안 되기 때문에 기용할 생각을 아예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구자욱은 눈물을 글썽이며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뛰어줬다. 조금이라도 보탬이 돼서 같이 싸워야 했는데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그는 또 “주장으로서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해 미안하다. 응원해주신 팬들께도 죄송하다. 선수단 미팅 때도 도움이 못돼서 미안하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구자욱은 올해 한국시리즈의 패배를 약으로 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2등이라는 기분을 기억하고 싶지는 않지만, 잘 새겨뒀다가 내년 시즌을 준비하겠다”며 “2등이라는 게 참 잔인하다. 나중엔 꼭 1등을 해서 그 기쁨을 누리고 싶다. 올해보다 더 잘하는 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박진만 삼성 감독도 내년 시즌을 기약했다. 박 감독은 “개막 전 우리 팀에 대한 기대치가 낮았지만, 선수들이 이를 악물고 강훈련을 참아냈다. 올해는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불펜진을 보완해 내년엔 더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다짐했다.
광주=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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