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간첩죄 구속’ 확인…한국 주재원 “나도 연행될까 걱정”
중국 정부가 28일 신방첩법(반간첩법 개정안) 위반 혐의로 체포된 한국인의 구속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중국 당국은 ‘법에 따른 정당한 체포’라는 입장이나 한인 사회에선 모호한 법 적용에 자칫 피해를 입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막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한·중 교류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걱정도 이어졌다.
린젠(林劍)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50대 한국 교민 A씨의 구속에 대해 “이 한국 공민(시민)은 간첩죄 혐의로 중국 관련 당국에 의해 체포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신방첩법 위반 혐의로 한국인이 구속된 건 A씨가 처음이다.
린 대변인은 관련 조치가 적법했다고 밝혔다. 그는 “관련 부문은 주중 한국대사관에 영사 통보를 진행했고, 대사관 영사 관련 직무에 필요한 편의를 제공했다”며 “중국은 법치 국가로, 법에 따라 위법한 범죄 활동을 적발했고, 당사자의 합법적 권리를 보장했다”고 했다.
주중 한국대사관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시에 거주하던 A씨가 중국의 방첩기관인 국가안전부 소속 수사관들에게 연행됐다. 이어 지난 5월 중국 검찰은 신방첩법 위반 혐의로 A씨를 구치소에 구속했다. 삼성전자에서 장기간 근무한 뒤 지난 2016년 세워진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長鑫存儲)에 영입된 A씨는 반도체 정보를 한국으로 유출했다는 혐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다. 반면 A씨 측은 CXMT 재직 당시 핵심 기술에 대한 접근 권한이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의 구속 소식에 한인 사회에는 명확한 사실 관계 확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특히 기업 주재원들 사이에선 중국 반도체 정보를 한국에 유출했다는 혐의 내용에 의문을 제기했다. 익명을 요청한 베이징의 한 한국 주재원은 “한국에서 중국 기업에 스카우트되어 취업한 전문직들이 특히 동요하고 있다”며 “신방첩법의 모호한 법 조항에 첫 적용 사례까지 나오면서 나도 연행될 수 있을까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신선영 한국무역협회 상하이지부장은 “다들 놀라는 분위기 속에서 명확한 체포 사유가 밝혀지지 않아서 더 불안해한다”며 “한·중 양국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는 교민들의 불안을 불식시키고, 양국 간 민간 경협 및 인적 교류가 위축되지 않도록 어느 정도 활동까지 허용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국이 지난해 7월부터 시행하는 신방첩법은 간첩 행위의 정의와 법 적용 범위를 넓혔는데, 중국 당국이 간첩 행위를 자의적으로 판단할 여지가 커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회복세를 보이던 한·중 인적 교류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주재우 경희대 교수는 “교민·관광객·기업인의 중국 방문과 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 기업이 스카우트한 인물이 체포됐다는 점에서 경제인, 기술인 교류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건에 관련해 이날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영사 조력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 외에 특별히 추가할 점은 없다”고 말했다. 대사관 측은 A씨가 재판을 앞두고 있어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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