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윤·비한 중진 5인 “용산은 결자해지, 여당은 소통을”

김민정 2024. 10. 3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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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 김기현·권영세 의원(왼쪽부터)이 29일 서울 한 식당에서 조찬 회동을 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김건희 여사 문제 해법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여권 중진 인사들이 조찬 모임을 갖고 양측의 책임 있는 태도를 촉구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 5선의 권영세·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29일 서울 시내에서 조찬 회동을 가졌다. 국외 일정을 진행 중인 나경원 의원(5선)도 성명서에 함께 이름을 올렸다. 오 시장 제안으로 모인 참석자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경제 침체의 그늘에 직면한 국민이 애타게 고통을 호소하고 있지만, 정치는 정쟁과 분열의 권력정치 늪에 빠져 있다”며 “국리민복을 책임진 세력 내에서 대통령과 당 대표의 내분만 도드라져 보이는 것은 정치적 리더십의 부재”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특히 대통령실을 향해 “윤석열 정부가 출범할 때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The buck stops here)’고 선언한 깊은 책임감과 당당한 자신감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며 “그때의 책임감과 자신감으로 돌아가 결자해지의 자세로 국정의 발목을 잡는 현안 해결에 앞장서 주시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사실상 김 여사 문제의 해법 마련을 요구한 것이다.

한동훈 대표 등 여당 지도부에 대해서도 “갈등 심화가 아닌 당 안팎의 중지를 모으기 위한 소통에 나서주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 대표 측이 대통령실에 각을 세우는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이어 “최고 권력자 주변에서 발생한 국민의 의혹을 해소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지만, 정치권이 그 문제에만 매몰돼 본질을 소홀히 하면 국가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이날 회동을 두고 여권에선 “비윤·비한 그룹이 본격적인 세력화에 나선 거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여당 의원은 “당내 의원 108명 가운데 친한계와 친윤계는 각각 20~30명에 불과하고, 관망파가 절반을 넘는다”며 “중진 모임이 관망파와 보조를 맞추면서 새로운 흐름을 만들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초·재선이나 지역별 모임이 뒤따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나경원

모임 참석자 5명을 두고도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명태균씨 의혹과 관련해 “2021년 서울시장 경선은 의외의 현상의 연속이었다”(나경원), “자기 정치를 위한 편 가르기와 자중지란”(오세훈) 이라며 서로 각을 세웠던 오 시장과 나 의원이 2주 만에 한목소리를 냈고, 윤석열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과 당 대표를 지내 친윤계로 분류되는 권영세·김기현 의원이 정부 비판에 동참했기 때문이다. “차기 주자인 오 시장이 검찰 출신 리더와 본격적인 차별화에 나선 것”이라거나 “범친윤계도 용산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는 등의 해석이 나왔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누구 편을 들려는 게 아니라, 정치 회복을 위해 새 담론을 제시하고 공간을 마련하려 했다”며 “최근 정치가 개인·인물에 따라 갈리면서 민생·혁신·통합에 대한 논의가 너무 빈약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의 행보가 유의미한 세력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5명 모두 현재 정치적 상황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김민정 기자 kim.minjeong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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